이태원 곳곳 '휴업'…"핼러윈 쿠키 아깝지만 도리 아닌 것 같다" [현장+]
'이태원 압사 참사' 발생 이틀째이자 핼러윈데이 당일인 31일 사고 현장 인근인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는 시민들이 놓고 간 꽃다발이 쌓여 있었다. 오전 9시께 이른 시간이지만 몇몇 시민들이 국화와 안개꽃을 들고 찾아와 애도를 표했다. 종이컵에 막걸리나 소주, 위스키, 와인 등을 따라놓고 추모하는 이들도 있었다. 시민들이 사고 현장 인근에 조화와 함께 두고 간 쪽지에는 '이태원 참사로 목숨을 잃은 무고한 영혼들이여 부디 편히 잠드소서', '좋은 세상 가셔서 못다한 꿈 이룩하시길 바랍니다' 등의 말이 남겨져 있었다.
사고 현장 인근 카페나 음식점 등 상점들도 인명 사고를 추모하기 위해 당분간 휴점하기로 했다. 이날 사고 현장 인근 거리 상점 중 십중팔구가 문을 닫은 모습이었다. 닫힌 문에는 점주들이 쓴 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사고 발생 장소에서 200m가량 떨어진 한 카페에는 '안타까운 참사로 돌아가신 분들을 애도하며 임시 휴업합니다'라는 문구의 안내문이 눈에 띄었다. 이태원 관광특구연합회는 이태원 상인들에게 다음달 5일(국가애도기간)까지 휴점을 권했다. 연합회가 파악한 이 지역 상점 수는 총 2000~2400개 정도인데 연합회에 속한 점포는 500여곳이다.
이태원 인근에서 디저트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 씨(34)도 애도를 위해 임시휴업에 동참했다. 물품 정리를 위해 가게에 잠시 들렀다는 김 씨는 핼러윈 관련 상징이나 문구가 새겨진 쿠키를 폐기하고 있었다. 김 씨는 "핼러윈을 맞아 공들여 준비해놓은 제품들이 아깝긴 하지만 이걸 지금 파는 건 도리가 아닌 것 같다"며 "유통기한이 남은 제품들은 기부를 하는 등 다른 방법으로 소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들도 핼러윈 시즌 메뉴 판매를 중단했다. 스타벅스를 포함해 메가커피, 탐앤탐스 등은 애도 차원에서 핼러윈 관련 음료나 도넛 등 메뉴들을 판매하는 이벤트를 중단했다.
몇몇 잡화점이나 편의점은 영업을 하고 있었지만 대다수 매장을 찾는 고객은 많지 않았다. 사고 현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편의점 사장 박모 씨(43)는 "오전부터 가게를 다시 열었다. 사고 현장 수습을 위해 머무르는 경찰이나 애도하러 이 지역을 들르는 추모객들을 위해 일단 문을 열어놓기로 했다"면서 "사고 당시 상황을 직접 목격했다. 마음이 너무 좋지 않아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도우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인근 편의점 직원 이모 씨(24)도 "사고 수습을 위해 현장을 찾은 공무원 분들이나 추모객들이 매장에 들르고 있다. 사고 이후 정신적 충격이 심해 쉬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출근해 근무하는 게 나름의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몇몇 상인들 사이에선 이태원 상권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조심스레 흘러나온다. 이태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타격을 많이 본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서울시민의 오프라인 소비가 7.5% 감소했는데, 이 중 매출 감소율이 가장 큰 지역이 이태원이었다. 이태원1동은 매출 감소분이 전년 대비 거의 반 토막 수준(1296억원·42.7% 감소)이었다.
외국인 관광객에 국내 직장인들 발걸음까지 끊기면서 '매출 쇼크' 수준으로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실제로 메인 거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곳곳에 공실이 즐비했다. 이태원 인근 상점 상인 김모 씨(69)는 "이미 코로나19 때 세 집 걸러 한 집 꼴로 문을 닫은 상태"라고 전한 뒤 "그나마 거리두기가 끝나고 핼러윈 특수로 이제 좀 상권이 살아나나 싶었는데 대형 참사가 벌어져 안타깝다. 안타깝게 피해를 입은 젊은이들이 가장 마음이 아프고 이곳에서 밥벌이 하는 사람들도 걱정이 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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