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비아 매직은 농담”, “티가 났나봐요” 바로우와 김진수가 보여준 진정한 투혼

윤은용 기자 2022. 10. 3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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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 바로우(왼쪽)가 3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2022 하나원큐 대한축구협회컵 결승 2차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김진수와 기뻐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가끔은 몸이 성치 않은 가운데에서도 투혼을 발휘해 팀을 승리로 이끄는 경우를 스포츠계에선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30일 결승 2차전을 끝으로 막을 내린 2022 하나원큐 대한축구협회(FA)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전북 현대의 경우도 그렇다. 왼쪽 라인을 책임진 바로우(30)와 김진수(30)의 부상 투혼은 전북의 우승을 이끈 또 다른 힘이었다.

이날 선제골을 넣고 조규성의 첫 번째 골을 어시스트하는 등 1골·1도움 맹활약을 펼친 바로우는 사실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상태였다. 바로우는 27일 열린 결승 1차전에서 무릎 앞 근육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2~3주 정도 쉬어야 하는, 작지 않은 부상이었다.

그럼에도 바로우는 출전을 강행했다. 김상식 전북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바로우가 ‘감비아 선수들에겐 마법이 있다’며 90분을 다 뛸 수 있다고 출전 욕심을 보였다. 그만큼 우승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그리고 바로우는 후반 막판 통증이 심해져 교체될 때까지 쉴새없이 그라운드를 뛰어 다니며 전북에 끊임없이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바로우는 “사실 ‘감비아 매직’은 내가 농담으로 한 말이다.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어 그렇게 말했다”며 씩 웃은 뒤 “큰 부상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무조건 경기에 뛰고 싶었다. 아파서 못 뛴다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바로우가 부상을 무릅쓰고 경기에 나선 이유는 또 있었다. 감비아에서 친하게 지낸 친구들이 바로우를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방문했기 때문이었다. 바로우는 “친구가 매일 전화로 응원했다. 특별히 친구 앞에서 우승해서 기쁘다”고 활짝 웃었다.

왼쪽 풀백인 김진수의 부상 투혼도 바로우 못지 않았다. 김진수는 전반 31분 오른쪽 허벅지 뒤쪽을 부여잡고 쓰러져 큰 우려를 낳았다. 사상 첫 11월에 열리는 월드컵으로 인해 유독 일정이 혹독했던 이번 시즌, 김진수는 팀이 치른 거의 모든 경기에 출전했고 A대표팀에도 꾸준히 발탁돼 경기를 소화하면서 피로가 어마어마하게 쌓였다. 탈이 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특히 2014년 브라질 월드컵,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부상으로 월드컵에 나가지 못했던 그는 이번 카타르 월드컵 출전에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었다. 자칫 무리했다가 부상으로 월드컵에 3연속 출전하지 못하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김진수는 잠깐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경기에 투입돼 풀타임을 뛰었다. 경기 후 오른쪽 허벅지에 아이싱을 하고 믹스트존을 나섰지만, 특유의 쾌활함과 함께 “90분을 다 뛰었으니 별 이상은 없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김 감독이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김진수가 꾀병이 좀 있다”고 농담한 것을 알려주자 “티가 너무 많이 났었나보다”며 멋쩍게 웃기도 했다.

이런 농담도 서로간의 끈끈한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김진수는 이번 FA컵 결승을 앞두고 “감독님이 얼마나 노력하는지 잘 안다. 누구보다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우리가 더 열심히 해서 하나의 우승 트로피를 선물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

FA컵 우승으로 홀가분하게 시즌을 마친 김진수는 이제 자신의 진짜 목표인 월드컵을 정조준하고 있다. 김진수는 “FA컵 우승을 차지했어도 내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월드컵 활약)목표 역시 변함은 없다. 잘 준비하고 끝까지 다치지 않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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