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할당제'로 하버드 입학한 학생 "나 여기 있을 자격 있다"

이서영 기자 2022. 10. 3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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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종할당제' 불만에…"경제적 차이 고려 안 해" 반박
인종할당제,오히려 미국인과 그 지역사회에 이롭다는 주장도
미국 대표적 명문사학 아이비리그 하버드 교정. ⓒ AFP=뉴스1 ⓒ News1 이서영 기자

(서울=뉴스1) 이서영 기자 = 미국의 대표적 명문사학 하버드에 '인종할당제'(Affirmative Action)로 입학한 소수인종 학생이 "나는 여기 있을 자격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미국 명문대 입학시 특정 인종 학생에 대한 우대 혜택을 바라보는 미국 내 시선이 안 좋은 것에 맞선 것이다.

31일 AFP통신에 따르면 라틴계 에콰도르 미국 학생인 아구스틴 레온-센츠는 미국 명문 아이비리그에 속한 하버드 대학교에 합격해 입학했다. 미국 내 소수자로 분류되는 라틴계 인종이기에 '인종할당제'로 하버드에 지원해 합격한 것인데, 막상 다녀보니 교우들은 자신을 '소수자 우대 정책'으로 '쉽게' 입학했다는 듯 바라봤다고 레온-센츠는 말했다.

레온-센츠는 같은 해 하바드 입학생들 중 유일한 에콰도르 출신이다. 그는 "내 교우들은 내가 라틴계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 나를 학문적으로 동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탓에 그는 이민자들과 저소득층 1세대 학생 커뮤니티와 보통 관계를 맺어왔다.

실제로 백인과 아시아계 학생 사이에서는 인종할당제 때문에 명문대 지원 시 차별을 받고 있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특정 인종 학생을 뽑기 위해 혜택을 주는건 역차별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레온-센츠는 자신이 학교 다닐 때 열심히 공부했다는 점을 역설하면서 "인종 우대정책 등의 혜택을 입은 다른 이들처럼 나 역시 이 곳에 있을 자격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버드에서 문학을 공부하는 카일런 테이텀도 "'누가 하버드에 있을 자격이 있고 있을 자격이 없는가'를 묻는 것이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그 역시 아프리카계 미국인 어머니와 베트남 출신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소수인종이다.

그는 "우리가 소수인종인 것처럼 '그들'은 좋은 성적을 위해 과외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경제적 능력' 등 소수에 국한된 '사회적 요인들'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 때문에 인종할당제를 철폐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에 화가난다고 분노를 표했다.

미국 대표적 명문사학 아이비리그 하버드 교정. ⓒ AFP=뉴스1 ⓒ News1 이서영 기자

실제 '공정한 입학(Fair Admissions)'이라는 학생 단체는 인종할당제가 아시아계 미국인 등 동등한 자격을 갖춘 학생들을 차별한다며 하버드와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테이텀은 "나는 흑인이자 아시아인"이라며 "다른 소수민족에 대한 아시아계 미국인의 사회경제적, 교육적 성공을 무기화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반발이 특히 큰 것은, 인종 다양성을 추구하는 대학의 인종할당제가 오히려 공부 잘하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에게 불이익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캘리포니아에 거주 중인 한 네티즌은 "아무리 인종 다양성을 외쳐도 암묵적으로 대학 정원 60~70%는 백인들로 채운다. 나머지 파이를 소수 인종들이 가지고 싸우는 것이고, 아시아인들은 당당하게 노력해서 얻은 성적으로 입학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984년에 하버드 학위를 받은 중국계 미국인인 마가렛 친은 인종 할당제가 자신 뿐 아니라 지역 사회 전체에 이익을 가져다 줬다는 입장이다. 그는 현재 뉴욕 헌터 칼리지의 사회학 교수로 재직중이다.

웨이터인 아버지와 의류 노동자 어머니 밑에서 자란 친은 뉴욕 차이나타운에서 열린 학생 박람회의 '하버드 부스'를 방문한 뒤에야 자신이 아이비리그 학교에 지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입학해서 다양한 사회적 배경을 가진 흑인, 백인, 아시아계 여성들로 구성된 합숙 주택에서 생활하면서 다양한 삶의 방시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룸메이트를 잘 만났다"며 "나는 이들을 통해 다른 삶의 방식을 배웠고, 그들도 나에게서 배웠다"고 설명했다.

미국 대표적 명문사학 아이비리그 하버드 교정. ⓒ AFP=뉴스1 ⓒ News1 이서영 기자

친 교수는 미국인들이 격리된 지역사회에서 자라는 만큼 고등 교육 기관들이 더더욱 다양한 인종의 학생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가끔가다가 다른 인종의 사람들을 볼 뿐"이라며 "심지어 초등학교나 중학교, 고등학교도 함께 잘 다니지 않는다"라고 진단했다.

친 교수는 아울러 대법원이 인종할당제를 철폐한다면 소수민족 뿐 아니라 미국 전체인구도 피해를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대법원은 인종할당제에 대한 위헌성을 따지는 도전에 계속 직면했지만, 소수인종 우대 정책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지난 2016년 대법원은 인종할당제에 합헌 결정을 내렸다.

seo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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