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판매 0대' 러시아 시장 놓고 '장고 중'

정윤아 2022. 10. 3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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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글로벌 메이커들 GM, 르노 등 모두 철수…日업체들도 떠나
현대차그룹은 전쟁 전 판매성적 워낙 좋아 선뜻 철수 못해
전쟁 끝난 후 재진입 힘들어 더 고민하는 모습
전쟁 종료시점 빨라진다면 철수 않고 버티는 것이 더 유리

현대차 러시아 공장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정윤아 기자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이 러시아 시장을 놓고 장고에 들어갔다는 진단이다. 높은 매몰 비용과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 엇갈리며 현대차그룹의 발목을 잡고 있다.

르노에 이어 GM도 러시아 공장 철수…日 업체도 떠나

31일 현대차 러시아법인(HMMR)에 따르면 현지 판매량은 지난 8~9월 두 달 연속 0대를 기록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은 올해 2월 24일 시작했다. 현대차는 전쟁 개시 한 달이 흐른 지난 3월부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가동을 무기한 중단하다가 10월 들어 완전 중단을 선언했다. 기아는 현지 업체 아브토토르를 통해 위탁생산을 해왔는데 그마저 중단했다.

전쟁 전인 올해 1월만 해도 러시아에서 1만7649대를 판매한 현대차는 판매량이 점점 줄어 최근 두 달 간 단 1대도 팔지 못했다.

현대차그룹은 2011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5억 유로(당시 7500억원)를 투입해 공장을 설립했다.

현대차 러시아 공장은 전쟁 전까지 쏠라리스와 크레타 등 인기 차량을 연간 20만대 이상 생산해왔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총 37만대 넘는 차량을 러시아에서 판매하며 러시아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전쟁이 길어지며 BMW와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등 유럽 완성차 브랜드들이 잇따라 철수했다. 점유율 1위였던 르노그룹도 현지 사업을 접었다. 도요타와 닛산 등 일본 업체들도 러시아 공장을 철수했다.

사실상 러시아에서 이제 남은 글로벌 완성차는 현대차그룹 뿐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러시아 철수와 관련해 여전히 말을 아끼고 있다.

주우정 기아 부사장은 올해 3분기 콘퍼런스 콜에서 "러시아 부분 변동성이 확대되고 심화되며 한동안 (러시아 자동차 시장 자체가) 셧다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공급을 못하고 서비스만 가능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철수한다면 전쟁 후 재진입 힘들듯...中 업체들 득세

지금 현대차그룹의 발목을 잡는 변수는 '높은 매몰 비용'과 '전쟁 종료 시점'이다.

현대차그룹은 러시아 생산을 늘리기 위해 2020년 옛 GM공장을 인수했다. 업계에선 현대차그룹의 러시아 사업 자산이 3조원에 달한다는 분석까지 제기된다.

현지 공장을 매각하는 것도 전쟁 상황에서 쉽지 않지만, 철수 후 전쟁이 끝나면 다시 재진입이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부담스럽다. 만약 철수했다가 재진입하려면 현대차그룹이 그동안 들인 비용과 노력을 수 배 이상 쏟아 부어야 할 수도 있다.

현대차그룹이 유지비와 인건비를 지불하면서 아직까지 러시아 공장을 유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대차는 이전에 외국 공장을 철수한 사례가 없지 않다.

현대차는 지난 1989년 캐나다 퀘벡에 연간 10만대 규모의 자동차 공장을 지었으나 부품 조달과 판매 부진을 이유로 1993년 이를 폐쇄했다.

하지만 캐나다 공장과 달리 러시아에선 현대차 시장 점유율이 워낙 높았고, 향후 성장성도 뛰어나기 때문에 쉽게 포기하지 못할 것이라는 목소리다.

최근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철수한 러시아 완성차 시장에선 중국 업체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러시아 전문가는 "러시아에서 유럽차와 일본차가 모두 철수하면서 지리와 동풍 같은 중국 업체들이 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며 "심지어 기존에 있던 완성차들의 AS 부품조달이 힘들어 중국산 부품도 많이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그룹까지 철수하면 중국 업체들이 더 득세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이유로 현대차그룹이 쉽게 러시아에서 철수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 현대차그룹이 러시아에서 철수하면 앞으로 타격이 클 것"이라며 "전쟁이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고 러시아가 나가라고 하지 않은 이상 일단 버티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쟁 전 러시아 판매 성적이 좋아 현대차그룹이 쉽게 철수하긴 힘들다"며 "일단 전쟁 장기화 여부를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yoon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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