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 생존자 “참사는 가려오지 않는다...운 좋게 당신 아니었을 뿐”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생존자인 이선민씨가 “전쟁터가 아닌 일상에서 이토록 많은 사람이 한 번에 죽는다는 게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며 이태원 압사 사고를 바라본 비통한 마음을 전했다.
이씨는 1995년 6월 서울 서초동에서 일어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생존자이다. 산만언니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며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그는 이태원 사고 이튿날인 30일 트위터에 “인터뷰 요청이 자꾸 와서 대신 서면으로 입장을 밝힌다”며 운을 뗐다.
이씨는 “경제 선진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별다른 이유 없이 사람이 죽어 나간다는 것이 희한하다”며 “멀쩡한 아이들이 수학여행 가다가 혹은 친구들과 축제를 즐기려다 싸늘한 주검이 돼 돌아온다. 이에 대해 종일 머리를 굴리고 굴려도 도무지 납득이 안 된다. 어째서? 왜? 또? 라는 물음만 떠오를 뿐”이라고 했다.
이어 “전에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은 온 국민이 오징어 게임을 실사판으로 함께 하는 것 같다. 위험천만한 생존게임을 매일 반복하며 ‘나와 내 가족은 안 죽을 거야’ 막연하게 생각한다는 말을 했다”며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 참사는 사람을 가려오지 않는다. 이번에 ‘운 좋게’ 당신이 아니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이 상황에 피해자와 가족분들께 어떤 말이라고 위로가 되겠나. 차마 입 밖으로 아무 말도 안 나온다”며 “그저 먹먹하기만 하지만 ‘당신 잘못이 아니다’라는 말만은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일도 제 가슴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앞서 다른 모든 무고한 참사 피해자들의 억울한 죽음이 그러했듯”이라며 “불시에 명을 달리한 분들의 죽음에 또 가족을 잃은 그 비통함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해당 입장문 외에도 별도의 게시물을 올려 “이태원 참사는 자연재해가 아니다.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다. 사람이 사람에게 깔려 죽었다. 이 일은 명백한 참사”라고 말했다. 또 “이번 사고 현장을 수습했던 소방관들의 정신적 충격에 대해서도 국가 차원의 적절한 지원이 있었으면 한다”고도 했다.
앞서 이번 사고는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인근 골목에 인파가 몰리며 발생했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154명으로 이 중에는 외국인 26명도 포함됐다. 사고 경위를 수사 중인 경찰은 31일 현재 목격자 44명에 대한 조사를 마쳤고 인근 CCTV 영상 52건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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