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 급증 “부실징후 커진다”

김회승 2022. 10. 3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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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금융권 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전경련은 "기업대출의 72.7%는 금리가 오르면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나는 변동금리 대출이고,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비은행 기관 대출 비중이 29.7%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특히 부동산·도소매·음식숙박업 등 취약 업종의 대출 집중도가 매우 높아 부실 징후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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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 경색 여파…증가율 세계 2위
“변동금리·부동산 쏠림 등 부실 징후 커져”
연합뉴스

기업들의 금융권 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채권시장 경색 여파로 직접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자 기업들이 은행으로 달려가고 있어서다. 기업부채 증가 속도는 가파른데 상환 여건은 갈수록 나빠져 부실 징후가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은행(케이비국민·신한·하나·우리·엔에치농협)의 기업대출 잔액(10월27일 기준)은 703조7512억원으로 9월 말보다 8조8522억원 늘었다. 영업일 이틀이 반영이 안 됐는데도, 월별 증가액이 2021년 9월 이후 가장 크다. 대기업 대출이 5조8592억원, 중소기업 대출이 2조9930억원 각각 증가했다. 대기업 대출 증가액은 2020년 3월(8조949억원) 이후 가장 많다. 올해 들어 지난 27일까지 5대 은행에서 늘어난 기업대출 규모는 67조8633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증가액(60조2596억원)을 넘어섰다.

은행권의 기업대출 증가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채권시장 경색으로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은행 문을 두드리고 있다”며 “한국은행과 금융당국도 은행의 유동성 기준을 낮춰가며 대출을 독려하는 상황”라고 말했다.

문제는 국내 기업대출 증가세가 워낙 가파르다는 점이다. 국제금융협회(IIF)가 최근 발표한 ‘세계 부채 보고서’를 보면, 국내 비금융 기업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2분기 기준)은 117.9%다. 비교 대상 35개국 중 홍콩(279.8%), 싱가포르(161.9%), 중국(157.1%)에 이어 네번째로 높다. 올해 1분기 116.8%로 7위였는데 3개월 만에 세 단계가 뛰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한국 기업의 부채비율은 6.2%포인트 증가해 베트남(7.3%포인트 증가)에 이어 두번째로 증가폭이 컸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분석을 보면,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10년간(2009~2019년) 기업대출은 연평균 4.1% 증가한 반면, 2019년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2년6개월 간 연평균 기업대출 증가율은 12.9%로 뛰었다.

가계대출뿐 아니라 기업대출이 금융 부실의 또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경련은 “기업대출의 72.7%는 금리가 오르면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나는 변동금리 대출이고,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비은행 기관 대출 비중이 29.7%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특히 부동산·도소매·음식숙박업 등 취약 업종의 대출 집중도가 매우 높아 부실 징후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제금융협회는 부채 보고서에서 “싸게 돈을 빌릴 수 있는 시대가 끝나가면서 많은 기업이 이미 빚을 갚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으로는 대출 비용(금리)이 오르면서 부도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김회승 선임기자 honesty@hani.co.kr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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