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현수교 참사, 사망자 132명으로…"누군가 다리 흔들었다"
30일(현지시간)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에서 발생한 케이블 다리(현수교) 붕괴 사고 사망자가 최소 132명으로 늘었다. 사고 발생 직후 30여명으로 알려진 사망자 수는 구조작업이 진행될수록 많이 늘어나고 있다. 현지 당국은 구조작업이 여전히 진행 중으로 사상자 수가 더 증가할 것으로 봤다.
31일 CNN·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전날 구자라트주 모르비 지역 마추강을 가로지르는 현수교가 무너져 힌두교 빛의 축제 '디왈리'를 즐기던 사람들이 강으로 추락해 최소 132명이 사망하고, 130명 이상이 구조됐다. 부상자는 15명으로 현재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희생자 대부분은 여성과 어린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30일 일몰 직후 다리를 지탱하던 케이블이 끊어지면서 수초 만에 다리가 붕괴했고, 다리 위에 있었던 사람들은 그대로 강물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영상에는 휘어진 다리에 사람들이 매달려 있거나 강으로 떨어져 헤엄을 치거나 떨어진 다리 구조물을 기어올라 강둑으로 가려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겼다.
다리에서 추락한 뒤 강둑으로 헤엄쳐 피신한 한 목격자는 인도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어린이 여러 명이 강으로 떨어지는 것을 봤다"며 "강으로 떨어진 어린이들 일부를 강둑으로 끌고 나가고 싶었지만, 물살에 휩쓸려 가거나 익사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리가 단 몇 초 만에 무너졌다고 덧붙였다. 다른 목격자는 "많은 아이가 디왈리를 즐기려 이곳을 찾았다가 참변을 당했다"며 "다리는 과부하로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주요 외신과 인도 현지 언론은 해당 현수교가 최근 6개월간 보수를 끝내고 지난 26일 재개장한 지 나흘 만에 무너진 것에 주목하며 부실 공사와 정부의 미흡한 안전 수칙이 이번 참사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19세기 영국 통치 기간 건설된 이 현수교의 길이는 230m 이상으로 매우 길지만, 폭은 1.25m로 좁은 편이다. 폭이 좁고 길이가 긴 다리가 케이블에 의존해 매달린 만큼 해당 다리에 많은 인원이 올라가면 다리 전체가 쉽게 흔들릴 수 있다. 그런데 사고 당일에는 다리가 한 번에 감당할 수 있는 인원보다 많은 사람이 다리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인도 보건당국은 붕괴 당시 다리 위에 '디왈리'를 즐기려는 관광객 등을 비롯해 400명 이상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외신은 사고 당시 실제 다리에 있던 사람의 수를 약 500명으로 추산했다. 적정 수용 인원의 3배 이상이 되는 사람이 다리에 한꺼번에 올라선 것이다.
일각에서는 일부 관광객이 다리에서 뛰거나 다리를 일부러 흔들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사고 당일 가족과 함께 다리를 방문했던 비자이 고스와미는 현지 매체 NDTV 인터뷰에서 "일부 젊은이들이 사람들의 보행을 어렵게 하기 위해 일부러 다리를 흔들었다"고 말했다.
다리 재개장 과정에서 정부의 행정 부실도 도마 위에 올랐다. NDTV는 다리 보수 업체가 정부의 승인 없이 다리를 재개장하고 관광객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모르비 당국의 산디프신 잘라 고위 관리는 "보수 업체는 재개장 전에 세부 보수 사항을 제출하고 품질 검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사고 다리를 보수한 업체는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당국도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 관리의 말이 사실이라면 보수업체는 부실 공사를 하고 이를 숨기고자 정부의 승인을 고의로 피했고, 현지 당국은 다리가 재개장된 지 사흘이 지나도록 이를 몰랐다는 것으로 큰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로이터는 "이번 사고는 내년 2월 임기 만기를 앞둔 나렌드라 모디 집권 여당의 연말 구자라트 지방선거를 앞두고 발생했다"며 이번 참사가 모디 총리의 정치 생명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사고가 발생한 구자라트는 모디 총리의 고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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