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시대 들어선 한반도…비핵화 외교 실패 솔직하게 인정해야”

2022. 10. 31.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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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대비 주력은 우리 軍…동맹은 부수적 보완 수단”
“美전략자산 전개, 한반도를 미중러 핵전략 경쟁 무대로”
“파괴력 고려할 때 전략자산은 ‘유사시 北상대’ 무기 아냐”
“확장억지 관련 ‘NCND’ 정책으로 대체한다고 발표해야”
3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과 한반도선진화재단 주최로 북핵위기대응 세미나 '북 핵공격 가시화, 두고만 볼 수 없습니다!'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북한의 7차 핵실험 위기가 고조된 가운데 진보와 보수 정부를 막론하고 30년간 추진했던 비핵화 외교의 실패를 인정하고, 확장핵억지가 북한과 주변국에 미치는 영향도 백지상태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31일 국회에서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북핵위기대응 세미나’에서 재래식 전력의 시대에서 핵무력 시대로 전환을 석기시대에서 철기시대로의 전환, 메가바이트(MB) 시대에서 페타바이트(PB) 시대로의 진입이라고 비교했다.

전 전 원장은 북핵위기 대응태세를 구축하는 데 있어서의 첫 시작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제대로 정리하고 과거에 대한 반성을 토대로 북핵위기 대처를 위한 국가적 능력을 구축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전 원장은 “무엇보다 우리의 안보는 우리 스스로 책임진다는 자세가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 문제가 발생하면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을 외치는 자세를 지적하며 “북핵 대비의 주력은 우리 군이며 동맹은 부수적인 보완 수단이라는 정신을 확고히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래식 작전 중심의 사고와 ‘자군 이기주의’를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 전 원장은 재래식 시대의 핵우산은 선언적인 차원의 약속이었지만 핵무력시대에는 “북한이 사용할 수 있는 핵무력과 핵전략을 확립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도 핵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는 전제하에 핵우산 공약을 현실에 적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미의 확장억지 강화 노력은 비핵화 외교와 충돌하는 모순이 발생한다”며 “양국이 북핵위협에 대응해 전략자산을 전개하고 대응태세를 강화할수록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보유 논리와 명분을 정당화해주게 된다”고 지적했다.

전 전 원장은 “한반도에 전략자산이 전개돼도 핵을 쓸 가능성은 없다고 안심할 수 있었던 재래식 시대와 달리 핵이 사용될 수도 있는 핵시대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전략자산 전개에 대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대응을 할 것”이라며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를 한반도 문제에 전략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구실로 활용해 한반도가 미중러 핵전략 경쟁의 무대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전략자산에 탑재되는 핵탄두의 파괴력을 고려할 때 ‘유사시 북한을 상대로’ 사용할 수 있는 무기가 아니라며 “북한의 선제 핵공격을 받은 후 불가피하게 핵으로 보복해야 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무고한 북한 동포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 전략핵은 사용하지 말라고 미국에 요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술핵 재배치를 대신하는 유사 핵공유의 다양한 방안들이 언급되고 있다. 미군 항모전단의 순환배치 방안은 1991년 9월 조지 H.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대통령핵구상’에 의거해 대부분의 미국 해국 전략에 핵이 탑재하지 않는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는 단점이 있다.

한국 공군을 괌 또는 하와이에 배치해 훈련하는 방안은 우리 공군의 전술핵 운용 능력을 향상시킬 수는 있으나 억지력 제고의 2대 기준인 현시효과와 전진배치에는 크게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괌 또는 하와이의 전술핵 탑재 전투기를 전쟁이 임박했을 때 한국에 배치하는 방안은 오히려 위기를 증폭시킬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전 전 원장은 말했다.

전 전 원장은 유사시에 전술핵이 들어올 경우를 대비해 전술핵을 보관할 저장소와 향후 전술핵 공유가 이뤄질 경우를 대비해 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핵을 가진 북한이 선제사용까지 언급하는 상황에서 모든 옵션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대책을 찾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실제로 핵옵션을 채택하기로 결정하면 그 이후에는 전략적 모호성과 보안을 유지하면서 매우 조용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 전 원장은 “한미가 공동으로 확장억지 관련된 사항을 ‘NCND’ 정책으로 대체한다고 발표하는 것이 진정한 확장억지체제 구축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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