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축제에 놀러 간 게 죄냐"… 눈물바다 이룬 합동분향소
31일 오후 12시5분 서울시청광장에 설치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박모씨(남·58)는 애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충북 충주에 거주 중인 그는 이날 개인 사정으로 서울을 찾은 김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박씨는 조문에 앞서 "아들과 딸이 이 같은 일에 휘말렸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진다"며 "(거기에 왜 갔나 식으로)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라 부모의 심정에서 바라봐야 할 일이 아닌가"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기자가 합동분향소에 들어섰을 땐 점심시간임에도 많은 시민이 조문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박씨 외에도 점심시간을 이용해 이태원 핼러윈 참사 사망자를 조문하려는 직장인 등 많은 시민이 차분하게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변 지인이 사고에 휘말려 부상했다고 밝힌 신모씨(여·20대 중반)도 이날 분향소를 찾아 먹먹한 심정을 토로했다. 경기 시흥에 거주 중인 신씨는 "가족이나 친구가 하늘나라에 간 것은 아니다"며 "다만 너무 슬퍼서… 너무 슬픈 나머지 분향소를 찾았다"고 울먹거렸다.
가족과 함께 사망자를 애도하기 위해 분향소를 찾은 이들도 있었다. 광주에 거주 중인 A씨(여·40대 중반)는 "개인 사정으로 최근 가족들과 서울을 방문했다"며 "서울에 있던 중 안타까운 일이 발생해 가족들과 조문하러 (분향소에) 왔다"고 전했다.
서울 강서구에 거주 중인 B씨(남·30대 중반)는 아들(6)과 함께 분향소를 찾았다. B씨는 "참담하다"며 "너무 슬픈 마음에 휴가 기간임에도 아들과 같이 이곳으로 왔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관여된 일은 아니지만 너무 가슴이 아팠다"며 "주말 동안(지난 29일~지난 30일) 아무 일도 손에 안 잡혔다"고 덧붙였다.
조문은 일행과 함께 앞으로 걸어 나와 준비된 국화를 단상 위에 올리고 약 10초 동안 묵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문을 마친 시민들은 조문록을 작성한 후 분향소에서 나왔다. 일부 시민은 조문을 마친 후 분향소를 걸어나오며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조문을 마치고 나온 C씨(여·40대)는 "청춘인데… 꽃다운 나이인데 어떻게…"라며 눈물지었다. 그는 "그 현장 골목과 길에서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여러 사람이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사진을 봤다"며 "어떻게 우리나라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나"라고 분노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 거주 중인 남모씨(남·23)도 조문을 마치고 나와 "친구 한 명이 참사가 발생했던 현장에 있었다"며 "다행히 그 친구가 죽거나 다치진 않았지만 전해 들은 내용과 사진을 봤을 땐 아무 생각이 안 들고 다들 무사하길 간절히 바라기만 했다"고 전했다. 그는 "꼭 조문해야겠다는 생각에 오늘 분향소를 찾았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날 분향소 관계자는 "합동분향소는 밤 10시까지 운영된다"며 "오늘은 첫날이어서 오전 10시부터 문을 열었다"고 전했다. 이어 "내일부터는 매일 오전 8시부터 밤 10시까지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분향소는 서울시청광장 외에도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일어난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에서도 운영된다. 이밖에 ▲영등포구청 광장(영등포구) ▲동작구청(동작구) ▲강서구청(강서구) ▲양천구청(양천구) ▲은평문화예술회관(은평구) ▲북인사마당(종로구) ▲성북구청 잔디마당(성북구) ▲중구청(중구) ▲서대문구청·신촌파랑고래 앞(서대문구) 등 19곳에 합동분향소가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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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경 기자 p98081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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