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중대시민재해’ 적용 불가... “명확한 원인 규명 우선돼야”

김지환 기자 2022. 10. 3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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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압사 참사'의 원인과 법적 책임을 가리기 위한 수사가 시작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이나 형법상 과실치사상 등을 적용할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법조계에서는 사고의 원인을 누가 제공했는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이나 행정 관청에 당장 민·형사상 책임을 묻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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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발생 골목길, 공중시설로 보기 어려워”
CCTV 분석중...사고 시발점 특정될까
도로 폭 좁아졌다면 행정관청에 책임
31일 오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및 경찰 관계자 등이 현장감식을 위해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사고현장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압사 참사’의 원인과 법적 책임을 가리기 위한 수사가 시작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이나 형법상 과실치사상 등을 적용할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법조계에서는 사고의 원인을 누가 제공했는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이나 행정 관청에 당장 민·형사상 책임을 묻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형 참사와 관련한 법 규정은 대표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있다.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나뉘어 관리자를 처벌하는 이 법은 ‘안전’을 지키자는 데서 출발했다. 특히 ‘중대시민재해’는 산업현장의 근로자가 아닌 일반 시민이 피해를 봤을 경우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에 적용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이 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본다. 중대시민재해는 특정 원료나 공중이용시설, 공중교통수단의 설계, 제조, 설치, 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해서 발생한 재해를 뜻한다.

공안부장검사 출신인 임현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법 조항이 규정한 정의에 부합해야 하는데, 딱 떨어지지 않는다”며 “사고가 발생한 골목길이 공중이용시설이나 교통수단 등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통상적으로 검토를 할 영역이지만, 적용 가능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누군가에게 책임을 물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초동수사를 통한 원인 규명이 최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을 통해 사고의 최초 시발점이 특정 된다거나 해당 골목길 상가의 불법 건축물로 인해 좁아졌다는 등의 의혹이 밝혀질 경우 일정 부분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현장에서 확보한 증거들이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수사본부는 이날 “현재까지 목격자 44명을 조사했고 공공 CCTV는 물론 사설 CCTV까지 총 42개소 52건을 확보해 분석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고 발생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증언도 들여다봐야 한다. 사회관계망(SNS)을 타고 일부 사람들이 “밀어 밀어!”라고 외치며 앞 사람을 고의로 밀었다는 내용이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경찰은 관련 증언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누군가 고의로 밀면서 사고가 시작됐다는 것이 규명될 경우, 과실치사상이나 폭행치사상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경비과장을 지낸 한 경찰 관계자는 “대형참사 사건에서 원인 규명을 위해서는 사고와 직결되는 근본 행위를 따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와 함께 과실치사상 등 규정을 적용할 상황이 올 경우를 대비해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위한 취지로 경찰이 현장 CCTV 외에도 여러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정 책임론’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대형로펌의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세계음식거리의 경우 건축법에 위반되는 불법 건축물들이 다수 있다”며 “각 상가 건물들이 공용도로를 일정 부분 침범해 도로의 폭이 더 좁아진 사실이 확인되고, 관할 관청에서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했다는 내용이 밝혀질 경우 처벌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당시 사람들이 몰린 위험한 상황에서 상가 등을 지키는 ‘경비원’들이 막았다는 증언도 계속되면서 이들에 대한 처벌 목소리도 나오지만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처벌하는 내용의 판례도 없어 형사상 책임을 묻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판례가 확립됐으면 한다. 축제로 이익을 본 상가들에게도 일정 부분 안전 관리의 책임을 부과하는 취지로 엄격하게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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