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찍었나” TV용 LCD 패널 가격 15개월 만에 반등
현재 가격 원가 이하로 팔수록 손해
LGD·中업체들 일제히 가동률 낮춰
“가격 반등세 지속 어려워” 전망도
액정표시장치(LCD) TV 패널 가격이 15개월 만에 반등했다. 코로나19 특수 이후 수요 절벽과 과잉 공급으로 TV용 LCD 패널 가격이 원가 이하로 떨어지자 패널 제조사들이 생존을 위해 공장 가동률을 낮춰 공급을 조절하면서 가격이 극적인 반등세를 보인 것이다.
31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10월 모든 크기의 LCD TV 패널 가격이 전달보다 약 4~7% 상승했다. 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은 패널은 LCD TV 중 제일 저렴한 32인치로, 지난달 27달러(약 3만8300원)에서 29달러(약 4만1200원)로 7% 상승했다. UHD(초고화질)급 TV용 65인치 LCD 가격은 전달보다 5% 오른 111달러(약 15만7800원)를 기록했다. 나머지 43·50·55인치 가격 모두 4% 상승했다.
코로나19 특수로 TV 수요가 폭증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가격이지만, 업계는 “지금은 팔아도 계속 적자를 보는 상황이라 일단 가격 내림세를 끊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시기 32인치 LCD 패널 가격은 평년의 2배 수준인 80달러(약 11만3800원) 가까이 급등했다가 1년 만에 27달러(약 3만8300원)까지 고꾸라졌다.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기 전인 2019년 3월 32인치 LCD 패널 가격은 38달러(약 5만4000원)였다.
역대 최저점을 밑돌던 패널 가격이 그나마 반등한 것은 전 세계 주요 패널 제조사들이 일제히 공장 가동률을 1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낮춰 공급을 조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패널을 주문해 받는 TV 세트(완성품)업체들도 재고량을 줄이면서 수급 상황은 점차 나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전 세계적으로 패널 생산량이 20%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라며 “근래 10년 동안 이렇게까지 생산량을 줄인 건 올해가 처음인 만큼 바닥을 찍은 가격 내림세를 막을 수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현재 TV용 LCD는 팔면 팔수록 손해를 입는 지경까지 왔다. 수년간 중국발(發) 저가 물량 공세가 지속된 데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수요 절벽으로 LCD TV 판가는 바닥을 뚫었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DSCC)는 지난 8월 “모든 사이즈의 LCD TV 패널 가격이 제조 원가보다 낮아졌고, 4분기에도 L자형 침체가 이어질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패널 가격이 급락하자 국내외 패널 제조업체들은 감산에 돌입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LCD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한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6월 LCD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LG디스플레이는 국내 LCD TV 패널 생산라인을 애초 계획했던 내년보다 앞당겨 중단하고,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라인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전 세계 LCD TV 패널 출하량의 약 70%를 차지하는 BOE, TCL 등 중국 업체들도 지난 6월부터 공장 가동률을 낮추면서 공급을 조절하고 있다. 옴디아는 “중국 대부분 업체는 4분기 내내 전체 팹(공장) 가동률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공급 조절과 동시에 4분기 수요도 소폭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전 세계 TV 패널 ‘큰손’ 삼성전자는 4분기에 그간 중단했던 패널 구매를 재개할 전망이다.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6월부터 패널 구매를 중단하고 3~4분기 패널 구매 계획을 대폭 낮췄는데, 다시 패널 구매를 늘려 4분기 재고를 채울 계획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반등세를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코로나19 이전부터 LCD 산업은 얇고 가벼운 OLED에 밀려 위축돼왔다”며 “가격이 소폭 오르더라도 판매가가 워낙 낮기 때문에 수익성을 올리기엔 한계가 있고, 제조사들이 공급을 조금만 늘리면 가격은 금세 출렁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DSCC 역시 “패널 제조사들의 공장 가동률이 지난 7월부터 급격히 둔화됐음에도 판가 회복은 요원해 보인다”며 “내년까지 제대로 된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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