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 시대를 맞이한 럭셔리 시장[삼정KPMG CFO Lounge]

2022. 10. 3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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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FO Insight]
김유미 삼정KPMG 재무자문부문 상무
이 기사는 10월 28일 16:4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현대사회에서 소비되는 것은 생산물이 아니라 기호이다." 장 보드리야르는 그의 저서 <소비의 사회>에서 현대인의 소비는 제품 고유의 성질 혹은 용도보다는 물건 자체가 지닌 사회적 상징성에 좌우되곤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현대사회의 소비자는 럭셔리 제품에 대해 더 높은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며 소비하는 경향을 보인다. 다수 럭셔리 브랜드가 일 년에도 수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하고 있지만, 명품이 주는 상징성과 이미지를 원하는 사람들의 '오픈런'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223%. 럭셔리 브랜드의 대표 주자라고 할 수 있는 에르메스의 최근 3년간(2019~2021년) 주가 상승률이다. 동기간 CAC40(프랑스의 주가 지수로 파리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40개 종목으로 구성)의 상승률이 53.9%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준이다. 시장 규모를 살펴봐도 국내외를 막론하고 럭셔리 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침체에서 벗어나 V자 반등을 보이며 회복하고 있다. 글로벌 럭셔리 시장 규모는 2021년 2942억 달러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3055억 달러에 근접한 수준으로 올라섰고, 국내 역시 2021년 58억 달러를 기록하며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51억 달러를 넘어섰다.

새로운 소비층의 진입, MZ 세대의 럭셔리

럭셔리 시장의 활성화를 이끈 주역은 무엇일까. 코로나19 장기화, 브랜드의 가격 정책 등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핵심 요인은 새로운 소비층의 진입이다. MZ세대는 럭셔리 시장의 새로운 주력 소비자로 나타나 비즈니스 트렌드를 바꾸고 시장의 경쟁 구도를 재편하고 있다. 

'돈 자랑하다, 비싼 물건을 사버렸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플렉스(flex)라는 단어는 MZ세대의 럭셔리 소비 문화를 대변한다. 이들은 고가의 물건을 망설이지 않고 구매하고 SNS 등을 통해 주변에 과시한다. 이와 같은 트렌드로 MZ세대의 명품 구매가 증가하며 럭셔리 소비 계층의 평균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 2030 세대가 주력 소비자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신(新)명품으로 불리는 컨템포러리 브랜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새로운 소비층인 MZ세대는 기존 세대가 열광하던 일명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등 클래식 럭셔리 브랜드뿐만 아니라 아미(AMI),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 등 컨템포러리 브랜드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아울러 이들은 라이프스타일 전반에서의 럭셔리를 지향하며 키즈·펫·리빙·F&B 등의 영역에서도 활발한 소비를 이어가고 있다.

경쟁이 과열되는 온라인 럭셔리 시장

온라인은 럭셔리 시장의 격전지로 떠올랐다. 럭셔리 시장의 소비는 원래 직접 실물을 보고 구매하는 오프라인 구매가 일반적인 형태였다. 온라인으로 명품을 사는 소비자는 소수에 불과했으나 이제 온라인 럭셔리 구매는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럭셔리 구매의 온라인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온라인 럭셔리 플랫폼도 부상 중이다. 이커머스 기업과 럭셔리 브랜드 기업 또한 온라인 시장에 뛰어들며 온라인 럭셔리 시장 내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국내 온라인 럭셔리 시장은 럭셔리 버티컬 플랫폼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이 3자 구도를 형성하며 주도해오고 있었으나 최근 네이버쇼핑, 쓱닷컴, 카카오커머스 등 대형 이커머스 기업들이 가세했다. 럭셔리 브랜드도 한국에서 공식 D2C(Direct to Consumer) 온라인몰을 운영하며 온라인 소비자를 자사몰로 끌어들이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리세일, 럭셔리 시장을 뒤흔드는 소비 패턴 

경험 중시 소비 성향은 럭셔리 시장의 패러다임을 뒤흔들고 있다. 10년 이상 장기 보유하는 명품 구매 패턴은 이제 과거의 일이 됐다. 최근 럭셔리 시장에서는 명품을 구매해 1~2년 경험하다가 중고로 되팔고 다시 새로운 제품을 사는 트렌드가 관찰된다. 오래된 럭셔리 가방, 시계 등은 쉽게 구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가치 있는 빈티지로서 종종 값비싸게 거래되는 현상도 나타난다. 

글로벌 럭셔리 리세일 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대표적인 플랫폼으로는 미국의 더리얼리얼(The Real Real), 프랑스의 베스티에르 콜렉티브(Vestiaire Collective)가 있다. 국내의 경우 베스티에르 콜렉티브가 2022년 하반기 한국 시장 진출을 개시한 상황이다. 아울러 대형 이커머스 기업인 쓱닷컴은 럭셔리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를 자사몰에 입점시키며 중고 럭셔리 시장으로 발을 뻗고 있다. 국내 리세일 시장에서 아직 지배적인 위치를 구축한 럭셔리 리세일 플랫폼은 없는 상황인데, 글로벌 대표 주자의 한국 진출로 국내 럭셔리 리세일 시장의 판도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럭셔리 리세일 시장이 럭셔리 시장 활성화에도 일조하는 만큼 국내 럭셔리 업계도 변화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럭셔리 리세일 시장의 변화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럭셔리 시장은 이제 온라인과 중고 거래가 '뉴노멀'로 자리잡고 있다. 온라인은 럭셔리 소비 채널의 한 축으로 역할을 하게 될 것이고 리세일 시장도 안정화되며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이 구축될 것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장에서 경쟁 구도가 어떻게 재편되고 누가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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