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프레임 전쟁

2022. 10. 3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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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항상 인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이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의 저변에는 프레임이 있다. 프레임이란 용어는 여러 분야에서 약간 다른 쓰임새로 사용되기도 한다. 건물, 자동차, 가구 등의 기초 골격이나 인체의 골격을 나타낼 때 사용하기도 하고, IT분야에서는 HW와 SW 프레임이란 말을 쓰기도 한다. 사회, 정치, 철학, 심리분야에서는 사건이나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 사고의 틀을 나타내기도 한다. 쓰임새가 달라보이지만, 결국 유형이든 무형이든 결과물의 상태를 결정짓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프레임인 것이다. 건축물의 골격이든 사고의 틀이든 프레임은 일단 만들어지면 바꾸기 어렵지만 고정불변의 것은 아니다. 교육 프레임을 예로 든다면 전통적으로는 교실에서 선생님이 학생을 가르치는 학교라는 특정한 장소와 지식의 방향성을 가진 학습 프레임을 생각해볼 수 있는데, IT와 모바일 기술의 발달로 집단지성이 생겨나고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쌍방 또는 다자간에 소통하면서 서로 배우는 방식으로 교육 프레임이 변화하고 있다.

거창해 보이는 프레임이라고 해서 항상 옳은 것도 아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서로 다른 프레임이 충돌을 일으키기도 한다. 저널리스트와 경영학 교수가 집필하고 심리학자가 번역한 ‘프레임의 힘(Framers, 케네스 쿠키어 외 2인, 2022)’에서 흥미로운 사례가 제시된 바가 있다.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했을 때 세계 보건기구와 국경 없는 의사회는 동일한 데이터를 분석했음에도 다른 결론을 내렸다. 세계보건기구는 역사적인 관점의 프레임을 적용해서 과거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호들갑을 떨 정도는 아니라고 권고를 했지만, 국경 없는 의사회는 에볼라가 산재한 마을에서 번지고 있는 공간적인 관점의 프레임을 적용하였고, 에볼라는 데이터가 보여주고 있는 상황보다 훨씬 더 널리 퍼져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발생한 코로나19의 문제 대응에도 국가마다 에볼라와 유사한 프레임의 대립이 있었고, 국가가 처한 현실에 맞는 서로 다른 대응방안을 강구하였다. 영국과 뉴질랜드는 각각 집단면역과 초기 국가봉쇄라는 극단적으로 다른 방식의 접근을 취했다. 결과적으로 같은 기간에 뉴질랜드가 청정국 선포를 한데 비해서, 영국은 5만명이 넘는 최악의 코로나 19 사망국이라는 불명예를 실현한 셈이 되었다. 인공지능과는 다르게 사람은 이렇게 프레임을 만들기도 선택하기도 한다.

전쟁도 프레임의 충돌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역사적 특정 관점에서 하나의 나라로 볼 것이냐 아니면 국민들이 선택한 현재의 국가 체제로 볼 것인가의 문제 이기도 하다. 좀 더 파고 들어가면 미국과 러시아의 주도권 대립도 큰 축으로 보여진다. 역사에 비추어 본다면 소련시절에 미국과 핵전쟁 직전까지 갔었던 일화가 있다. 케네디 대통령은 쿠바에 배치된 소련의 핵미사일을 보고 받았고, 동시에 국방성의 즉각적인 공격 감행을 권고 받았지만, 프레임을 바꾸는 집단 사고 방식을 도입해서 가능한 모든 방안을 토론하도록 하였다. 결론적으로 군대를 이용한 공격대신 핵미사일이 배치된 쿠바를 봉쇄하는 것을 선택했으며, 결과적으로 터키에서 미군의 미사일을 철수하고 소련은 체면을 구기지 않고 쿠바에서 핵미사일을 철수하는 것으로 타협하면서 마무리가 되었다. 수학문제 같은 작은 문제나 전쟁 같은 큰 문제의 해결에 있어서도 프레임을 잘 이용한다면 항상 더 나은 해법이 있기 마련이다.

최근에는 빅데이터가 일반화 되면서 데이터에 관련된 프레임을 선점하고 표준을 리딩하고 그로 인한 비즈니스를 펼쳐 나가려는 시도들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마치 인간과 인공지능이 혼재해서 동등하게 살아가는 세상이 온 듯하다. 인공지능의 세상에서 사람과 인공지능의 대결에 혼란스러운 사람들은 프레임이라는 전제를 이용하면 명확한 인지를 할 수 있다. 현재의 인공지능은 인간이 제공하는 프레임안에서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는 수준이다. 인간이 질문하면 인공지능이 답하는 프레임인 것이다. 인공지능이 사람의 능력을 넘어서서 인간이 작아 보이게 만드는 세상이 언젠가는 올지도 모른다. 인공지능이 프레임을 만들고 사람이 그 안에서 살아가는 세상은 메타버스 속에서도 상상하기 힘들다. 하지만 인공지능에 도움을 받는 부분도 상당히 존재하므로 인공지능에게 도움을 받는 단계를 거치는 의사결정 프레임이 형성되어 가고 있다. 그런 여정에서 인간이든 인공지능이든 프레임에 대한 잘못된 해석이나 이용은 예상을 뛰어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 김동철 공학박사 / 메타넷티플랫폼 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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