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에 7% 넘은 가계대출 금리… 레고랜드 사태에 온 나라가 ‘돈맥경화’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전세·신용 등 가계대출 상품의 금리 상단이 모두 7%를 넘어섰다. 지난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13년 만이다. 최근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로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가계대출 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금융채 금리가 급등한 것이 직접적인 이유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향후 기준금리도 추가 인상될 가능성이 커, 대출금리 고공행진은 지속될 전망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이날 기준으로 연 5.02~7.50%로 집계됐다. 한 달 전인 9월 30일(4.51∼6.81%)과 비교하면 최고 금리가 0.69%포인트(p)가량 오른 수치다. 주담대 고정형(혼합형) 금리 상단은 연 5.35~7.33% 수준으로 나타났다.
신용대출과 전세대출 최고금리도 7% 중반대에 육박했다. 주요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최고 금리는 9월 말 연 6.81%에서 이날 7.25%로 올랐다. 전세대출 최고 금리 역시 같은 기간 연 6.57%에서 7.25%로 상승했다. 전세대출 금리 상단의 경우 지난 22일 7%대에 진입했는데, 이마저 연말 8%대를 향해가면서 금융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가계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것은 대출금리 산정에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와 금융채 금리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금융채 금리가 상승하면, 주담대 변동금리 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에도 영향을 끼친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은행은 여기에 가산금리를 더해 대출금리를 산정한다.
최근 금융채 금리는 레고랜드 발(發) 채권시장 경색을 계기로 크게 올랐다. 신용대출이나 일부 주담대 금리와 연동되는 금융채 6개월물 금리는 28일 4.427%로, 2009년 1월 2일(4.56%) 후 13년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주담대 고정금리의 지표로 쓰이는 금융채(AAA) 5년물은 지난 28일 5.136%에 거래를 마쳤다. 금융채 5년물이 5%대로 올라선 것도 2010년 8월 이후 12년 만이다. 지난달 21일에는 2010년 2월 이후 최고 수준인 5.467%까지 치솟기도 했다.
변동형 주담대 기준이 되는 코픽스는 약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9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연 3.40%로, 한 달 만에 0.44%포인트가 증가했다. 신규 코픽스는 3월 기준 1.72%로 6개월 만에 1.68%포인트가 올랐고, 지난해 9월(1.16%)에 비해선 1년 사이 3배 가까이 급등했다. 변동형 상품은 통상적으로 6개월에서 1년마다 코픽스와 금융채 1년물 금리 인상분이 반영된다.
금융권에선 서민들의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레고랜드 채무불이행으로 불거진 자금경색과 부동산시장 침체기를 맞아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던 기업들은 최근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완화로 급한 불을 끌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가계의 경우 고금리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막혀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앞서 금융당국은 회사채 발행이 막힌 기업의 자금난을 풀기 위해 은행 대출을 유도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당시 시행했던 예대율 완화 조치와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 정상화 6개월 유예 등이 대표적이다. 예대율 규제가 완화되면 회사채 발행이 막힌 기업에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자금을 공급할 수 있다. 정부는 이번 예대율 완화 조치로 최대 60조원의 자금 공급 여력이 생길 것으로 기대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2·3금융권을 중심으로 나타났던 가계대출 축소 움직임이 최근 시중은행으로 확산되면서 가계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기업들은 한숨 돌린 반면 금융소비자, 특히 저신용자 등 금융 취약계층의 부담과 피해가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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