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사망 소식에 갓길에 차 세운 채 통곡한 아버지… 친구들은 허벅지 꼬집으며 눈물
“따뜻한 곳에서 꿈 이루길” 또래 친구들 조문 행렬
“원망할 마음도 없다”… 하늘만 쳐다보는 유족들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장례 절차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빈소를 지킨 유족들과 조문객들은 “아직도 믿을 수 없다”며 비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턴 호텔 인근 골목에서 벌어진 대규모 압사 사고로 현재 기준 154명의 사망자와 149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희생자들을 떠나보내고 남겨진 사람들은 그저 눈물만 흘리며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거냐”며 가슴을 쳤다.
◇뉴스 보고 전화하니 경찰이 받았다… “잘 지내냐고 연락 더 많이 할걸…”
31일 오전 9시 경기 부천시 부천순천향병원에는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인 A씨(25)의 빈소가 차려졌다. 유족들은 가족장으로 진행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고 조문객을 받지 않았다. 고인의 부모는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내내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A씨는 부산에 사는 아버지 김모(54)씨와 떨어져 홀로 서울살이를 한 지 2년이 지났다고 한다. 김씨는 사고가 발생한 다음 날 아침인 오전 8시쯤 A씨가 병원에 이송됐다는 소식을 알게 됐다. 뉴스에서 참사 보도를 보고 놀라 딸에게 전화를 거니 용산경찰서가 받았다. 현장에서 A씨의 휴대폰을 챙긴 경찰은 “상황을 수습 중”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곧바로 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2시간쯤 운전하던 중 부천 오정경찰서로 오라는 경찰의 전화를 받았다. 곧이어 “A씨가 부천 순천향병원에 안치됐다”는 연락이 왔다.
딸의 사망 사실을 접한 김씨는 차를 갓길에 세워놓고 10여 분 통곡했다고 한다. 김씨는 “울면서도 ‘아, 나에게도 올 수 있는 현실이구나’ 싶었다. 우리는 아이를 봐야 하지 않나. 그래서 이렇게 올라왔다”고 말했다.
A씨는 아버지에게 전화할 때면 “나는 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전하는 딸이었다. 김씨는 쉰 목소리로 “마지막 연락한 지 오래됐다. 내가 일을 하다 보니 연락을 자주 못 했다. 그게 마음이 아프다. 잘살고 있는지 자주 물었어야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마스크 위로 흐르는 친구들의 눈물… “부고 소식 믿기지 않아”
이날 오후 1시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는 이번 이태원 참사 희생자인 최모(25)씨의 장례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곳에는 최씨의 대학 동기·고등학교 동창들이 보낸 화환이 자리했고, 빈소에는 최씨의 마지막을 배웅하러 온 친구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았다. 영정 사진 속 최씨는 반려견을 품에 안고 해사하게 웃고 있었다.
최씨의 친구들은 음식들이 차려진 식탁 앞에 자리 잡았지만, 마스크도 벗지 않은 채 눈물만 흘렸다. 몇몇은 허벅지를 꽉 쥔 채 소리를 내며 울기도 했다. 최씨와 대학 동기인 김모(25)씨는 “부고 소식을 듣고 믿기지 않았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슬프다. 너무 아팠을 텐데 그곳에서 평안하게 쉬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최씨는 자신이 맡은 일도 항상 열심히 하고 착했던 친구였다”고 회상했다.
최씨의 또 다른 대학 동기 윤모(26)씨 역시 “사고 소식을 듣고 이틀간 황망함에 일이 잡히지 않았다. 빈소를 찾아도 동기들끼리 그냥 서로 말없이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어른스럽고 야무지면서 가족을 사랑했던 마음이 컸던 친구다. 장례식장에서 조문 온 친구들의 손을 꽉 잡아주시던 아버님의 표정을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원망할 힘도 남지 않은 가족들… “조용히 장례 마무리하고 싶다”
이날 오전 8시 30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는 허무하게 떠나버린 딸과 여동생을 그리는 유족들이 빈소를 지켰다. 이번 사고로 여동생을 잃은 B씨는 붉어진 눈시울로 고개만 저으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B씨는 이른 아침부터 빈소를 지키며 여동생의 영정 사진을 가만히 바라봤다.
이번 사고로 직장인 딸을 잃은 C씨는 “누굴 원망하고 누굴 탓하겠나. 뭘 바라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나. 거기(이태원)는 30년 전부터 늘 사람이 많았던 곳이다. 그냥 조용히 장례만 치르고 싶다”고 말했다. C씨는 빈소 밖으로 나와 하늘만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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