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타향살이 딸들 눈 감은 채 부모 곁으로(종합)

차지욱 2022. 10. 3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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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동료들과 핼러윈 분장을 하고 찍어 보내온 단체 사진이 딸 아이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30일 아침 뉴스에서 이태원 압사 사고를 봤을 때만 해도 아버지는 내 딸이 잘못됐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참사 당일에도 딸 아이는 같이 간 직장 동료들과 찍은 사진들을 보내왔다.

딸 아이가 보내준 사진을 보던 아버지는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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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같은 막둥이 내 딸" 직장 동료들과 참변
유가족 "인력 배치, 동선 마련 전혀 없었다" 한탄
이태원 참사 피해자 빈소 [연합뉴스 자료사진]

(장성·목포=연합뉴스) 차지욱 기자 = 직장 동료들과 핼러윈 분장을 하고 찍어 보내온 단체 사진이 딸 아이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30일 아침 뉴스에서 이태원 압사 사고를 봤을 때만 해도 아버지는 내 딸이 잘못됐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카톡을 읽지 않고, 전화를 받지 않아도 평소 늦게 일어나는 딸이 휴대전화를 무음으로 해놓고 깊은 잠에 빠졌을 거라고만 여겼다.

하지만 오전 9시, 10시가 되도 연락이 닿지 않자 가족들은 점점 불길한 마음이 들었다.

그때부터 온 가족이 한 전화만 수십 통, 아들이 건 전화가 마침내 연결됐지만 받은 사람은 딸이 아닌 경찰이었다.

경찰이 실종신고를 하라고 했다는 말에도 아버지는 '다쳐서 어디 병원에 있다냐'라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몇 시간 뒤 딸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꿈을 가지고 고등학교 때부터 타지 학교에 다녔던 딸은 올해 6월 서울로 취업했다.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막둥이 딸은 항상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밥은 어떤 걸 먹었는지 모든 이야기를 '아빠, 엄마'에게 전했다.

일하느라 바빴지만 틈이 생기면 사진을 찍어 보내고 카톡으로 장난도 많이 쳤다.

'그만 끊자'는 아버지의 말에도 "아빠 또 끊으려고 하네"라며 통화를 더 하자고 애교를 부리던 귀여운 막둥이였다.

참사 당일에도 딸 아이는 같이 간 직장 동료들과 찍은 사진들을 보내왔다.

평소 활달한 성격이었던 딸 아이가 이날 분장을 하고 즐기는 모습을 보며 아버지는 잠이 들었다.

사고 발생 1주일 전, 고향 친구와 함께 이태원에 갔을 때도 별 탈 없었으니 이번에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이날 이태원에 직장 동료 7명과 함께 간 딸은 동료 3명과 참변을 당했다.

딸 아이가 보내준 사진을 보던 아버지는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아버지는 "친구처럼 지냈어요. 막둥이라 성격도 워낙 좋았고 어른들도 쟤는 어디 가도 잘 살 것이라며 칭찬 많이 했어요"라고 울먹였다.

이어 "(인파 통제가)너무 허술한 것 같아 방송 보면 마음이 너무 안 좋아요. 탓한다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뭐라고 한들 아이가 돌아오나요"라며 눈물을 흘렸다.

3년 전 인천에 취업해 타향살이해 온 A씨도 눈을 감은 채 부모님 곁으로 돌아왔다.

A씨 가족은 참사가 있었던 날 새벽, 딸을 확인하러 오라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이태원에 갔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기에 그때까지만 해도 비극적인 소식을 믿을 수 없었다.

서울에 있는 친척에게 대신 확인을 해달라고 부탁했고, 돌아온 대답은 딸이 맞는다는 이야기였다.

대학생 때까지 가족과 함께 살았던 A씨는 3년 전 인천에 있는 직장에 취업하면서 가족과 떨어져 지냈다.

가족들은 추석 이후로 못 본 아이의 얼굴이 너무나 보고 싶다.

A씨 외삼촌은 "전날에도 많은 인파가 몰렸던 곳이니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텐데 지자체에서 인력 배치나 동선 마련을 전혀 안 했다"고 한탄했다.

이어 "아이 최근 모습을 볼 수 있는 휴대전화는 아직 돌려받지 못했고, 당시 아이가 가지고 있었을 소지품도 찾지 못했다"며 "유족들이 유품을 제대로 찾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부탁했다.

현재까지 광주시는 시민, 연고자, 거주자 등 이태원 참사로 6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했다.

전남에서는 장성 거주자 1명, 목포 거주자 2명 등 3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1명은 양쪽 모두에 포함돼 광주·전남 연관 사망자는 현재 8명으로 집계됐다.

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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