쇳물 열정으로 반도체용 희귀가스도 국산화 … 국내 ‘산업가스 공급망 구축’ 선도하다
포스코가 제논, 네온 등 반도체용 희귀가스 국산화를 통해 국내 산업가스 공급망 강건화에 앞장선다.
포스코는 지난 27일 삼성전자와 함께 현재 100% 수입에 의존 중인 반도체 핵심 소재 ‘제논(Xe)’ 가스의 국산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올해 1월 반도체용 희귀가스 ‘네온(Ne)’ 가스의 생산 설비 및 기술을 완전 국산화한 것에 이어 두 번째 희귀가스 국산화 프로젝트다.
제철 공정 위해 보유 중인 대형 공기분리장치들 활용
올 1월 희귀가스 ‘네온’의 완전 국산화에 성공, 본격적인 상업 생산 시작
제논은 네온, 크립톤(Kr)과 함께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희귀가스 중 하나다. 오랫동안 조명(램프) 등에 널리 쓰였으나 인공위성 추진체, 반도체 등 첨단 산업에 확대 적용되면서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삼성전자 역시 첨단 반도체 생산 공정에 제논 가스를 사용하고 있다.
공기 중에 약 0.000009% 극미량의 희귀가스인 제논은 1㎥를 생산하기 위해 성인 50만 명의 하루 호흡량에 해당하는 약 1,000만㎥의 공기가 필요하다. 때문에 대형 공기분리장치(ASU, Air Separation Unit)를 보유한 제철소 등에서 주로 생산된다. 현재 국내 수요처들은 미국, 중국, 남아공 등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으로 지난해 대비 수입 가격이 2배 이상 상승해 제논 가스의 국산화 필요성이 절실한 상황이다.
최근엔 삼성전자와 손잡고 반도체용 희귀가스 ‘제논’ 국산화에도 착수
전량 수입 의존에서 탈피해 2024년부터 본격 공급 계획
이에 포스코는 삼성전자와 ‘반도체용 제논 가스 사업협력’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제논의 국산화를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포스코가 제논의 생산 기술 개발 및 공급을 담당하고, 삼성전자가 제논의 품질 인증 및 구매를 맡는 방식으로 협력해 나갈 예정이다.
포스코는 2023년 하반기까지 광양제철소 대형 공기분리장치 1기에서 방산되는 잔여 가스로부터 제논을 추출하는 설비를 개발하여,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제논 생산해 삼성전자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를 기반으로 2027년까지 포항·광양제철소 공기분리장치 약 10기에 제논 가스 추출 설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면서 생산량을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포스코 윤덕일 경영기획본부장은 “포스코의 설비를 활용하여 제논의 국산화를 추진할 수 있게 되어 뜻깊게 생각한다”며 “삼성전자와의 긴밀한 협력으로 국내 반도체 업계의 안정적인 희귀가스 공급망 구축에 기여하겠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DS부문 구매팀장 전준영 부사장은 “삼성전자와 포스코의 협력은 반도체 핵심소재 국산화와 함께 국내 반도체 소재 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앞서 지난 1월 국내 최초로 네온 가스의 생산 설비 및 기술을 국산화하고 성공적으로 첫 제품을 출하해 화제를 모았다.
네온은 공기 중에 0.00182%밖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희귀가스로, 반도체 노광공정에서 사용되는 엑시머 레이저 가스의 원재료 중 하나다. 과거 무역분쟁 등에 따른 가격 폭등과 공급 부족을 겪으며 국산화 시도가 이뤄졌지만, 외국 기술에 의존한 개발에 그쳤고 이 역시도 생산이 중단돼 수요의 전량을 수입하고 있었다.
이에 포스코는 반도체용 특수가스 전문기업인 TEMC와 협력하여 지난 2019년 말부터 약 2년에 걸쳐 네온 생산의 완전 국산화를 추진해 왔다. 제철 공정용 가스 생산에 사용 중인 대형 공기분리장치를 활용해 광양제철소 산소공장과 TEMC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국내 최초의 네온 생산 설비를 자체 개발했다. 이를 통해 추출한 네온을 TEMC가 독자 기술로 정제한 후 완제품인 엑시머 레이저 가스까지 생산하는 전 공정 국산화를 완성했다.
포스코가 올해 초 준공한 설비는 고순도 네온 기준 연간 약 2만 2,000N㎥(노멀 입방미터)를 생산할 수 있으며, 이는 국내 수요의 16%가량을 충족할 수 있는 양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말 시운전을 통해 품질 평가를 마무리했으며, 올해 설비를 준공하고 본격적인 상업 생산에 들어가게 되었다. 최근 SK하이닉스는 포스코에서 생산한 네온가스 도입 비중을 40%까지 확대하기도 했다.
한편 포스코는 제철공정에 필요한 산소, 질소, 아르곤 생산을 위해 다수의 대형 공기분리장치를 보유 중이며, 2019년부터 이를 활용해 제논, 네온, 크립톤 등 희귀가스의 국산화를 추진해 왔다. 올해 초 네온의 완전 국산화에 성공한 데 이어, 이번에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통해 제논 역시 국산화를 이뤄내 주요 희귀가스의 국내 공급망 안정에 기여하고 산업가스 시장의 강건화를 이끌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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