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여깄어, 왜 여기 가 있어"…고2 학생도 이태원서 참변
"친구랑 약속해 가야한다더니…"
동급생 1명도 인파 빠져나오지 못해 사망
31일 오전 10시께 경기도 성남시 성남중앙병원 장례식장.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압사 참사 희생자인 서울의 한 고등학교 2학년생 A군(17)의 빈소가 마련됐다. 밤사이 소식을 접한 가족과 친인척들은 검은 옷을 입고 빈소로 한달음에 달려와 눈물을 쏟아냈다. 유족들의 흐느낌 소리는 장례식장의 무거운 적막을 깨고 터져 나왔다. 침통한 분위기 속에 A군을 기리는 근조화환만이 분주히 들어섰다. 빈소에는 회색 교복을 반듯하게 차려입은 A군의 모습이 영정 사진이 돼 놓였다.
A군은 서울의 한 고등학교 2학년으로 29일 같은 학교 친구들 4명과 이태원에 놀러 갔다가 참변을 당했다. 같이 간 친구 2명은 인파에 밀려 먼저 귀가했고, 남아있던 A군과 동급생 B군은 압사 현장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목숨을 잃었다. A군의 유족은 "온 가족이 충격에 빠졌다. 믿기질 않는다"고 했다. 유족들은 황망한 표정으로 빈소에 앉아 허공을 응시했다.
A군의 친척은 A군에 대해 "원래 밖에 잘 다니지 않고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아이"라며 "밤에 친구들이랑 어울려서 논 게 처음이다. 지금도 실감이 안 난다"고 전했다. 그는 "엄마가 위험하니 가지 말라고 했는데, 친구들이랑 약속한 거라 가야 된다고 하더니…"라며 말끝을 흐리고 고개를 떨궜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태원 압사 참사'로 인한 중고등학생 사망자는 6명, 교사 사망자는 3명으로 집계됐다.
전날인 30일 성남중앙병원에는 A군을 포함한 압사 피해자 시신 6구가 안치됐다. 모두 10~20대였으며 일본인(19)과 이란인 여성 사망자의 시신도 안치됐다. 일본인 여성 사망자는 국내 모 대학의 교환학생으로 알려졌다. 그의 유족은 31일 오후 한국에 도착해 신원확인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전날 장례식장은 자식의 시신을 확인한 부모들의 통곡과 울음소리로 가득했다. 딸의 시신을 두 눈으로 확인한 유족 B씨는 장례식장 앞 길바닥에 주저앉아 한 시간 넘게 오열했다. B씨는 "생일 선물도 못 해줬는데 어떡하냐"며 주먹으로 가슴을 내리치고 얼굴을 무릎 사이에 묻은 채 한참을 울었다.
20대 여성 사망자의 모친인 C씨는 119 엠뷸런스를 타고 휠체어에 의존해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장례식장 지하 1층 안치실에서 눈을 감은 딸의 얼굴을 본 C씨는 딸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다. C씨는 "우리 애기 아니잖아. 우리 애기 아니잖아"라며 울고 소리쳤다.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발생한 대규모 압사사고로 31일 오전 11시 기준 154명이 사망했다.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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