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저우 폭스콘 노동자들 코로나 봉쇄 탈출 러시···“그곳은 인간성이 없다”
30만명 ‘폐쇄 루프’에 갇혀
철조망 넘고, 고속도로 걸어 탈출
세계 최대 아이폰 공장인 중국 허난성 정저우시의 폭스콘 공장에서 코로나19 봉쇄를 피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대대적 탈출에 나섰다. 중국 당국이 제20차 공산당 대회 후에도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면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주말 중국 온라인에서는 대만의 폭스콘테크놀로지 그룹이 운영하는 정저우 공장 노동자들로 추정되는 이들의 탈출 영상이 공개됐다. 한밤중에 노동자들이 철조망을 타고 넘고, 짐가방을 끌면서 고속도로를 따라 걷고, 밀밭을 가로질러 도망치는 모습이 영상에 담겼다. 주민들이 이들을 돕고자 도로 근처에 물병이나 식량 등을 놓아두기도 했다.
30만명이 일하는 폭스콘 공장은 지난 19일부터 외부와의 접속이 차단된 ‘폐쇄 루프’에서 가동하고 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폭스콘 직원들은 공장 내 격리시설에 머물러야 했다. 이는 정저우시가 이달 코로나19 발생을 이유로 내린 부분적 봉쇄조치의 일환이다. 정저우시는 이달 중순부터 구역별로 전면 외출금지 또는 주거 단지 이탈 금지 명령을 내렸다. 인구 1000만명인 정저우시에서 지난주 167명, 전주에는 97명의 지역 감염이 보고됐다.
‘시아’라고 밝힌 22세 노동자는 “기숙사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며 “공장 바깥으로 나가기 위해 플라스틱과 금속으로 된 울타리를 뛰어 넘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말했다. ‘쉬’는 30일 새벽 2시 공장을 탈출해 친구들 4명과 함께 공장에서 200km 떨어진 허난성 신양현 집으로 걸어가는 고속도로에 있다며 “나는 절대 폭스콘으로 돌아가지 않겠다. 그곳은 인간성이 없는 곳”이라고 FT에 전했다.
감염된 직원들은 매일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하며 구내식당에서의 식사는 금지된다. 탈출한 노동자들은 공장이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은폐하고 있으며 감염자 옆에서 일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폭스콘은 2010년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인해 노동자들의 연쇄 자살이 벌어졌던 곳이다.
대만 폭스콘테크놀로지 그룹은 이 같은 내용이 보도되자 30일 고향으로 돌아가는 노동자들을 붙잡지 않고 안전한 통로를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공장에 남아 있는 노동자들을 위한 위생적인 환경을 마련하겠다고도 약속했다. 감염자 수가 2만명에 달한다는 일각의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라며 “감염자 수는 소수이고 통제 범위 안에 있다”고 밝혔다.
정저우시 주변 도시들은 돌아온 노동자들이 코로나19를 전파시키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 미디어에 따르면 사전 보고된 폭스콘 노동자들은 고향에 들어오면 당국이 준비한 차량을 통해 이동해 격리될 예정이다.
중국의 ‘제조업 허브’인 광저우도 감염자가 급증하자 많은 지역을 봉쇄하고 28일 주민 약 1560만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했다. 현지 의류 노점 상인인 황웨이제는 SCMP에 “매일 밤 내 미니밴에서 잠을 자면서 갑작스러운 봉쇄를 피하고자 매일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며 “의류 도매상들은 훨씬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우한시에서는 부분 봉쇄령이 내려졌다. 상하이시에서는 음식점이 문을 닫고 있다.
중국 주요 산업도시와 물류가 다시 묶이면서 경제에도 타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코로나 여파로 폭스콘에서 생산하는 아이폰 물량 30%가 영향받을 것이라고도 보도했다.
민심 이반 징후도 조금씩 나타난다. 지난 26일에는 80일가량 봉쇄 상태에 놓인 티베트에서 수백명이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 참여자 대부분은 농민공 출신인 한족 이주노동자로 알려졌다. 분리독립운동을 막기 위해 감시가 더욱 엄격한 티베트에서 시위가 벌어지는 일은 이례적이다. 해당 사건은 중국 미디어에서는 보도되지 않았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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