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 15분 최초 신고...4분 만에 도착했지만 손도 못 써
[앵커]
대규모 인명 피해가 난 이태원 참사 당시 소방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한 건 신고 접수 뒤 4분 만이었습니다.
하지만 구름 인파에다 여러 악조건이 겹치면서 빨리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미 구조의 골든타임을 놓친 셈입니다.
참사 전후 상황을 김경수 기자가 재구성했습니다.
[기자]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기 2시간쯤 전, 사고 현장인 골목길의 모습입니다.
지하철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클럽과 술집이 모여 있는 세계음식거리까지 이어지는 가장 가까운 길인데, 이미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붐비고 있습니다.
비좁고 경사진 골목길을 올라가려는 인파와 내려오려는 인파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던 힘의 균형이 깨진 건 밤 10시 쯤입니다.
누군가 넘어지면서 사람들이 한쪽으로 쏠렸고 그 위에 사람들이 포개지기 시작한 겁니다.
[사고 목격자 : 여기가 내리막길이다 보니까 한 번에 밀려서 넘어진 거예요. 미끄러웠어요. 왜냐면 술 먹고 물이라든가 쏟은 게 너무 많아서….]
곳곳에서 밀지 말라는 고성과 비명이 터져 나왔고, 15분 뒤엔 소방당국으로도 신고가 빗발쳤습니다.
[사고 목격자 : 다들 엄청 비명 지르고 울고불고 사람 쓰러졌다 라든지, 신고 좀 해달라 살려달라, 우는 소리가 엄청 많이 들렸고.]
'사람들이 깔려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구조대는 4분 만에 현장 근처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인파를 뚫고 압사 사고가 발생한 지점까지 바로 진입하기 어려웠고, 참사 현장에 접근해서도 곧바로 사람들을 구조하는 게 불가능했습니다.
이미 아래에 깔린 시민들을 도저히 빼낼 수 없었던 겁니다.
[사고 목격자 : 악 소리가 나서 봤더니 사람들이 막 겹겹이 쌓여있어서 빼보려고 하는 사람들은 빼보고 도저히 답이 안 나오는 거예요. 안 빠지고 하니까.]
결국, 밤 11시쯤이 되어서야 마침내 의식을 잃은 사람들이 들것에 실려 나오기 시작했지만, 심정지 골든타임 4분을 이미 넘긴 지 오래였습니다.
주변 시민들까지 심폐소생술을 돕고 환자들의 팔다리를 주무르는 등 손을 보탰지만, 대규모 인명 피해를 막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YTN 김경수입니다.
[YTN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아울러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
YTN 김경수 (kimgs85@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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