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다 소화해야 하나요?”···이상민 장관 ‘논란’ 쏙 뺀 행정안전부[이태원 핼러윈 참사]
질의응답 시간 남았는데도 질문 끊어
현장 대응 질의에 ‘잘 모른다’만 반복
통제 미비 지적엔 서로 답변 회피만
“질문 나온 거 다 소화해야 되는 건가요?”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차관)이 3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브리핑룸에서 질문이 이어지자 한 말이다. 예정된 질의응답 시간이 3분 가량 남은 상황이었다. 김 본부장은 이날 오전 11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의 발표자였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 두번째로 진행된 이날 중대본 브리핑에선 여러 잡음이 일었다. 행안부는 사전 취합한 질문 대다수를 생략한 채 브리핑을 마치려 했고, 배석자로 나온 정부 관계자들은 “잘 모른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행안부는 사전에 기자들에게 질문 10여개를 모았다. 브리핑 현장에서 질문을 대신 읽은 행안부 관계자는 “전달을 못 받았다”며 이 장관 관련 질문 등을 생략했다. “특별히 우려할 만큼 인파가 (이태원에) 모인 것은 아니었다”라는 이상민 장관의 전날 발언이 틀린 사실에 기반한 것 아니냐는 질문이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8~2019년 핼러윈 데이와 가까웠던 토요일 서울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이용자가 10만명 안팎이었던데 반해 올해는 약 13만명이었다.
행안부가 질문을 끊은 시점은 사전 공지한 질의응답 시간이 8분 가량 남았던 때였다. 행안부 관계자는 “현장에서 답하지 못한 질문들은 서면으로 답변하겠다”고 밝혔다.
준비되지 않은 답변도 많았다. 브리핑 현장에선 경찰의 투입 경력과 현장 대응 등에 관한 질문이 이어졌는데 경찰 측 답변은 “잘 모른다”였다. 경찰이 최초 보도자료에서 이태원 현장 배치 인력을 200명에서 나중에 137명으로 바꿨다는 지적에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 부서에서 근무해 배치 규모는 처음 듣는다”고 답했다. 이날 비슷한 시간 경찰청이 별도로 실시한 브리핑에선 “3일간 배치되는 인력을 연인원으로 계산해서 200명 이상으로 표현했다”는 답변이 나왔다.
참사 당일 일방 통행이나 도로 통제를 하지 않았던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브리핑 참석자들끼리 서로 답변을 미뤘다. 김 본부장은 “경찰청에서 좀 답변을”이라고 했다가 경찰청 관계자가 난색을 표하자 다시 김 본부장은 “국토(교통)부 나와 계시나요”라며 국토부 관계자를 찾았다. 현장에 국토부 관계자가 없자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은 현장 통제보다 범죄 예방, 불법 단속을 중심으로 경력을 배치해 대비해왔다”고 말했다.
2019년 이전에는 경찰이 교통 통제를 한 것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경찰청 관계자는 다시 “현장 통제보다는 불법 행위 단속에 초점을 맞춰서 상황 대비했다”고만 말했다. 이어 경찰청 관계자는 “필요 최소한의 교통통제는 제가 확인은 안 했지만 충분히 있었을 것으로 예상이 된다”며 “다만 사람의 이동을 통제하는 그런 통제가 없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주최 없는 행사를 대비하는 경찰 내 매뉴얼이 없지만, 예년 핼러윈 축제 때보다 이태원에 많은 경력이 투입됐다는 경찰 측 설명도 나왔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주최 측이 없는 다중 운집이 예상되는 상황에 대비한 매뉴얼이 별도로 없는 것으로 안다”며 “다만 이번 핼러윈 축제는 이태원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일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에 예년보다 더 많은 경찰력을 투입해서 대비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평균 30~90명을 (현장에) 투입하다가 이번에는 증원된 규모로 배치한 것”이라고 했다.
주최자가 없는 행사나 축제는 안전 관련 매뉴얼이 없다는 말은 김 본부장의 설명에서도 되풀이됐다. 김 본부장은 “지금까지 주최자가 없는 행사의 사례가 거의 없는 상황이었다”며 “그렇기 때문에 지침이나 매뉴얼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개선방안을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용산구청, 행안부는 참사 직후부터 “주최 없는 행사는 현행 법령과 매뉴얼상 안전관리 책임자가 없다”는 설명을 반복하고 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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