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참사 후 이틀’ 시민들, 깊은 슬픔…“어른들이 미안합니다”
尹, 서울광장 분향소 찾아 조문
오전 6시 현재 사망 154명·중상 33명
[헤럴드경제=신상윤·박혜원·이영기·정윤희 기자]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이태원역 앞, 불과 이틀 전 인근에서 ‘참사’가 있었을 것으로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주위는 정돈돼 있었다. 다만 ‘주말의 비극’은 이태원역 1번 출구 옆에 놓인 국화가 말해주고 있었다. 치우고 치워도 계속 쌓이는 수백 송이의 국화. 국화에 일단 눈길을 보낸 사람 대부분은 이곳을 그냥 지나가지 못했다.
특히 이번 참사에서 가장 희생이 컸던 10대와 20대를 자녀 혹은 손주로 둔 중·노년층에게도 이번 사태는 남일 같지 않았다. ‘내 아이가, 내 손주가 그날 여기에 있었으면’ 하는 아찔한 생각이 그들의 가슴을 더욱 저리게 만들었을 것이다.
현장을 찾은 서울 노원구 주민 신모(74) 씨는 “남일 같지 않다”는 말부터 했다. 신씨는 “손녀가 한 명 있는데 20대다. 이번 참사 희생자들 나이대와 비슷해서 아침부터 일어나 1시간가량 지하철을 타고 왔다”고 했다. 이어 “아들이 이태원동에 산다. 어제(30일) 기사 보고 걱정했는데 한참을 연락이 안 돼 걱정했다. 오후에야 늦잠을 잤다는 연락이 와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덧붙였다.
이름도, 성(姓)도 밝히지 않은 A(64)씨는 이태원역 앞에서 오열했다. 그는 “내 자식들이 1990년대생인데 그제(29일) 놀러온 대다수 시민과 또래들”이라며 “다행히 가족 중에 참사에 휘말린 사람은 없었지만 다 내 자식들 같아서…. 술 안 먹고 여기 오지 않았으면 무사했을 텐데, 어른들이 너무 미안하다”고 울먹였다.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가 설치된 서울 중구 서울광장 앞에도 역시 중·노년층이 많이 보였다. 분향 시작 전 도착했던 직장인 윤종우(52) 씨는 “아들 나이가 스물넷이다. 사상자들과 또랜데, 그렇다 보니 부모 입장에서는 너무 가슴 아프다”고 했다. 이어 “여러 문제가 있겠지만 젊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당연한 건데…. 그걸 안전하게 도와줄 역할이 없었던 거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를 방문해 조문했다. 오전 9시27분께 합동 분향소에 도착한 윤 대통령은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헌화하고 묵념했다.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윤 대통령은 별도의 발언을 내놓지 않았다. 이날 조문에는 김대기 비서실장 등 다수의 대통령실 참모진도 함께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조문 외 공개 일정을 잡지 않고 내부에서 수시로 보고, 회의 등을 통해 이번 사고 수습에 주력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사고 발생 직후인 지난 29일 밤부터 이날까지 사고 수습·후속 조치를 직접 지휘하고 있다. 지난 30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다음달 5일까지를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날 오전 6시 현재 이태원 참사로 인한 인명피해가 사망자 154명, 중상자 33명, 경상자 116명 등 총 303명이라고 밝혔다. 직전 집계인 지난 30일 오후 11시 기준 286명보다 늘어난 수치지만 중상자는 36명에서 3명이 줄었다. 경상자는 96명에서 10명 늘었으며, 사망자는 154명에서 변동 없다.
중대본과 대검 등에 따르면 사망자 중 1명을 제외한 153명의 신원 확인은 완료됐으며, 1명에 대한 신원 확인 작업은 진행 중이다. 외국인 사망자는 26명으로, ▷이란 5명 ▷중국·러시아 각 4명 ▷미국·일본 각 2명 ▷프랑스·호주·노르웨이·오스트리아·베트남·태국·카자흐스탄·우즈벡·스리랑카 각 1명씩이었다.
사회 각계에서도 추모 분위기에 동참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도 이날 중 서울 종로구 서울교육청 정문 앞에 합동 분향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한국노총은 국가애도기간인 11월 5일 예정됐던 전국노동자대회 개최를 취소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날 전간부회의에서 “믿을 수 없는 참사가 일어났다”며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유족의 슬픔을 함께하는 의미로 11월 5일 전국노동자대회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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