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또 대통령…'좌파 대부' 룰라, 브라질 다시 이끈다
남아메리카의 '좌파 대부'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이 12년 만에 브라질을 다시 이끌게 됐다. 선거 기간 두 후보 지지자들이 분열했고, 패배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이 불복할 가능성도 있어 정국 혼란 우려가 남는다. 남미 국가들이 잇따라 좌파 성향 정부를 선택하면서 미국의 향후 외교력에도 시선이 쏠린다.
30일(현지시간) 실시된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에서 룰라 노동당(PT) 후보가 사회자유당(PSL) 후보인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근소한 차이로 누르고 승리했다. 브라질 선거법원 선거통계시스템에 따르면 브라질 현지 시간 오후 9시 기준 99.9% 개표를 완료한 가운데 룰라 전 대통령이 50.90%를 득표해 49.10%의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1.8%포인트 차로 앞섰다. 브라질 최고선거법원은 개표율 98.91%가 돼서야 룰라 전 대통령의 당선을 공식 발표했다.
2003∼2010년 연임하며 남미 대국 브라질을 이끌었던 룰라 당선인은 이번 당선으로 12년 만에 재집권하게 됐다. 브라질 역대 첫 3선 대통령이다. 임기는 2023년 1월 1일부터 4년이다.
룰라 당선인은 개표 직후 잠깐을 제외하곤 줄곧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뒤지다가 격차를 점점 줄였고, 개표율 67%대에 처음으로 역전했다. 이번 결선에서 두 후보의 득표율은 1989년 브라질에 직선제를 도입한 이후 가장 작은 차이를 보인 것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앞서 치러진 1차 투표에선 룰라 전 대통령이 70% 초반부터 선두로 나서 결국 1위를 차지했으나, 과반 득표에는 실패해 이날 결선투표를 치르게 됐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 등 남부 인구 밀집 도심 지역에선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미나스제라이스와 페르남부쿠 등 북동부 지역에서는 룰라 전 대통령이 우위를 보였다.
올해 브라질 대선은 유력한 제3의 후보가 없는 가운데 좌·우파 후보 간 대결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극단적인 이념 대결이 전개됐다. 이에 새로 출범할 룰라 정부는 국정 운영에서 사회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는 게 주요 과제로 꼽힌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룰라 당선인에게 내내 밀렸던 보우소나루 대통령 측은 그간 특유의 전자투표 방식의 신뢰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며, 선거 결과에 불복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선거 승복 여부에 국제사회의 시선이 모아진다.
앞서 대선을 치른 멕시코, 아르헨티나, 페루, 칠레, 콜롬비아 국민들도 잇따라 좌파 정부를 선택해 중남미 전역에 '핑크 타이드(좌파 물결)'가 일렁이고 있다.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려는 미국으로선 곤란이 더해졌다.
중국은 특히 브라질과 매우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양국 관계는 룰라 정부 시절이던 2008년 세계 금융위기 회복에 신흥국가 역할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브릭스(BRICs) 등을 계기로 급속히 가까워졌다. 브릭스는 2000년대 들어서 빠른 경제성장을 보이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일컫는다.
1969년 함께 공장을 다녔던 첫 부인이 산업재해성 질병으로 사망한 뒤 룰라는 노조 활동에 투신했다. 1975년 10만 명의 노조원을 둔 금속노조 위원장으로 앞장서며 구속 등 탄압에도 잇따른 파업 투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1980년엔 상파울루시 인근 3개 지역 노조가 참여한 브라질 사상 최대 규모의 파업을 주도하면서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었다.
1980년 초 산별노조와 좌파 지식인들을 규합해 노동자당(PT)을 창당한 룰라는 1982년 상파울루 주지사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1986년 연방하원의원에 당선되면서 정계에 데뷔했다. 대선에도 도전했지만 낙선했다.
그러다 2002년 대선에서 룰라 당선인은 기업인 출신 조제 알렝카르를 러닝메이트 부통령 후보로 내세웠고, 결선에서 61.3%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됐다.
2006년 재선에 성공하며 2기 룰라 정부를 이끈 그는 저소득층 생계비 지원 확대를 위시한 '보우사 파밀리아' 정책을 펼쳤다. 2010년 임기를 마친 뒤 물러날 당시 지지율은 80%대에 달했다. 룰라가 집권한 2003∼2010년 8년간 브라질은 연평균 4%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최저임금의 지속적인 인상 등 사회복지정책을 통해 2800만 명을 빈곤에서 구제했고, 3600만 명을 중산층에 편입시켰다. 브라질의 현재 인구는 2억1500만명가량이다.
룰라의 성공 신화는 측근 등의 비리로 흠집이 났다. 본인도 재임시절 부패 의혹으로 퇴임 후에 큰 시련을 겪었다. 뇌물수수와 돈세탁 혐의로 2016년에 구속된 뒤 이듬해 1심에서 9년 6개월, 2018년 2심에서 12년 1개월의 징역형을 받았다. 그러나 수사와 재판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연방대법원이 2019년 11월 파기환송 결정을 내리고 이후 1·2심 선고를 모두 무효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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