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트라우마로 남을수도…"2차 피해 막아야"(종합)

안호균 2022. 10. 31.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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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사건·사고 간접 경험해도 트라우마 겪을 수 있어"
"영상 공유나 혐오 유발 표현, 2차·3차 피해 부를수도"
"유가족·피해자 등 고위험군 지원이 가장 중요"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31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 인근에 서울시통합심리지원단의 심리지원 현장상담소가 운영되고 있다. 2022.10.31.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15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이태원 참사가 국민들의 정신 건강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고현장을 목격한 사람이나 가족을 잃은 유족들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상당 기간 정신적 충격을 겪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혐오나 집단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온라인 게시물들이 유포되면서 유족과 피해자들에게 2차, 3차의 정신적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사고 현장의 참혹한 상황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유포되면서 유족과 피해자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조성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31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굉장히 애통하고 우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사건의 특성상 트라우마(정신적 외상)와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며 "자신이 사건·사고를 직접 경험할 때 뿐만 아니라 사건·사고를 목격하거나 가까운 사람이 그걸 경험했을 때도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집단 우울·불안과 트라우마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되면서 부정적인 정서가 압도하게 되는 것이 문제이지 않을까한다"며 "이런 트라우마는 개인이 경험을 할 일이 별로 없다. 무방비 상태에서 노출이 되다보니 더 충격이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온라인 상에서는 사고 현장의 참혹한 상황을 촬영한 게시물들이 다수 공유되고 있다. 이런 영상을 본 사람들이 '사고 영상을 보니 가슴이 너무 답답하다', '너무 충격적이어서 영상을 보다가 껐지만 그 장면이 잊혀지지 않는다'는 등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영상들이 고인과 유족, 피해자들에게는 더 정신적 충격을 줄 여지가 크다.

이에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재난정신건강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이번 참사로 인한 추가적인 트라우마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여과 없이 사고 당시의 현장 영상과 사진을 퍼뜨리는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사고 당시의 참혹한 영상과 사진이 SNS 등을 통해 일부에서 여과없이 공유되고 있다"면서 "이런 행위는 고인과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2·3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수 국민에게 심리적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만큼 모두가 시민의식을 발휘해 추가적인 유포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짚었다.

특히 이번 사고로 가장 큰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유족과 피해자들이 더 큰 상처를 받지 않도록 지원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백명재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가장 고위험군은 유가족과 부상당한 분들일 것이고,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심리지원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끔찍한 사고였기 때문에 미디어를 통해 사고를 접했던 분들의 반응은 인간으로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꼭 병적인 증상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유가족, 부상자·동행자, 목격자 등 심리지원을 위해 국가트라우마센터 내 심리지원단을 설치하고 정신건강전문의 및 정신건강전문요원을 투입하여 조기 심리상담을 실시할 계획이다.

그런데 사고 이후 온라인 상에서 혐오나 조롱, 갈등을 유발하는 게시물들이 지속적으로 유포되고 있는 점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백 교수는 "2차 가해나 혐오·조롱의 표현, 현장의 상황이 가감없이 나타난 사진·영상 등은 충격과 슬픔에 빠져 있는 유가족들에게 매우 큰 트라우마가 될 수 있고, 이는 회복을 더디게 하는 요소가 된다"며 "국민 모두가 시민의식을 발휘해서 자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언론은 재난보도준칙을 따르지만 유튜브나 다양한 포털·웹사이트에서는 그런 교육을 받지 않은 많은 분들이 게시물을 올린다"며 "포털과 웹사이트 운영진들이 조심스럽게 다뤄야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현장 영상이나 뉴스 등을 과도하게 반복해서 보는 행동은 스스로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또 일상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정신적 고통이 클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 교수는 "우선 뉴스나 영상들을 찾아보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중이 잘 안 되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생활 리듬이 깨지고, 잠도 잘 오지 않는 등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라면 병원을 찾거나 전문가 집단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h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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