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잘라준다던 막내딸인데"…이태원 참사 전국 빈소 '눈물바다'(종합)

특별취재팀 2022. 10. 3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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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 피해자들의 빈소가 마련된 전국의 장례식장에서는 유족들의 울음이 끊이지 않았다.

31일 서울 동대문구 삼육서울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빈소에서 만난 이태원 참사 희생자 A씨(29)의 아버지 B씨는 "핼러윈 안 간다고 했어요"라며 "이태원 근처 친구네 집에 갔다가 야식 사러 편의점에 간 거지"라고 텅 빈 눈빛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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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정규직시험 '10년지기' 안타까운 사연
"핼러윈 아닌 친구집 갔는데"…인파 휩쓸려
31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에서 한 시민이 헌화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공동취재) 2022.10.31/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전국종합=뉴스1) 특별취재팀 = 15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 피해자들의 빈소가 마련된 전국의 장례식장에서는 유족들의 울음이 끊이지 않았다.

친구 집에 놀러 갔다 사고에 휩쓸렸다는 자녀부터 미용사의 꿈을 이뤄 아버지의 머리를 직접 염색해 주던 막내딸 등 피해자들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31일 서울 동대문구 삼육서울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빈소에서 만난 이태원 참사 희생자 A씨(29)의 아버지 B씨는 "핼러윈 안 간다고 했어요"라며 "이태원 근처 친구네 집에 갔다가 야식 사러 편의점에 간 거지"라고 텅 빈 눈빛으로 말했다.

29일 밤 이태원 근처 C씨의 집에 놀러 간 A씨는 친구와 함께 야식을 사러 편의점에 나갔다가 인파에 휩쓸려 화를 당했다.

B씨는 장례식장에서 딸의 남자친구를 처음 만났다고 했다. B씨는 "(실제 보니) 사위 같은 느낌이고 내가 평소 말한 대로 좋은 남자를 만났다"며 "(결혼하면) 좋게 잘 살아갈 수 있었을 텐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른 시각이라 그런지 빈소는 친인척 위주 조문객이 다녀가는 등 차분한 모습이었다. 가족들은 이틀간 이미 많은 눈물을 흘린 탓인지 넋이 나가거나 지쳐 보였다.

이날 오전 전남 장성군의 장례식장에서 만난 D양(19)의 가족들은 흐르는 눈물을 연신 닦아내며 D양이 살갑고 애교가 많은 막내였다고 입을 뗐다.

미용에 관심이 많았던 D양은 보성에 있는 고교로 진학해 미용일을 배웠다. 뛰어난 실력 덕에 학교를 졸업도 하기 전 취업에 성공했고 올해 6월에는 서울 강남의 미용실로 옮겼다.

추석 땐 단 하루 집에 머물며 아버지의 흰 머리를 검은색으로 염색해줬다. 다음에 내려오면 아버지 머리를 잘라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지키지 못했다.

D양의 아버지는 "얼마나 예쁘고 싹싹한 우리 막내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나요"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광주 광산구의 장례식장에 차려진 만 스물세살의 10년지기 김모씨와 오모씨의 빈소도 눈물바다였다.

딸을 잃은 두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손을 잡았다. 아이들의 허망한 죽음에 어머니들은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단짝인 두 사람은 고향인 광주에서 서울로 상경해 직장을 얻었다.

백화점에서 근무하는 김씨는 3개월 전 취업해 최근 승진했고 은행원인 오씨는 정규직 전환 채용시험을 치르던 중이었다. 사고가 발생했던 지난 29일은 두 친구의 승진과 정규직 시험 합격을 기념하는 날이었다.

오씨 어머니는 "토요일 오후 6시 마지막 통화를 했는데 지하철이라면서 '정규직 필기시험 합격한 기념으로 놀러 간다고'고 속삭였다"며 "너무 기뻐서 잘 다녀오라고 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울먹였다.

김씨 아버지는 "지난달 생일이었던 딸이 용돈을 받아가던 모습이 생생하다"며 "늘 밝았던 우리 딸이 다시 돌아온다면 세상 무슨 일이라도 하겠지만 방법이 없다"고 자책했다.

이밖에도 전국 곳곳에 마련된 희생자들의 빈소에서는 유족과 지인들의 울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이태원 참사 사망자는 154명(외국인 26명) 부상자는 149명(중상 33명, 경상 116명)이다.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임시 추모공간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꽃이 놓여있다. 2022.10.3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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