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드] "이태원 다시 못 갈듯"...현장 목격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우려

YTN 2022. 10. 31.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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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김영수 앵커, 박상연 앵커

■ 출연 : 정찬승 전문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특임이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용시 [YTN 뉴스특보]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이번 참사로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낸 유가족과 목격자들은 물론 모자이크가 안된 영상을 본 국민이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전문가와 함께 이 부분 자세하게 짚어보겠습니다. 대한 신경정신 의학회에서 사회공헌 특임이사 맡고 있는정찬승 전문의 화상으로연결돼 있습니다.

가장 먼저 걱정되는 부분 아무래도 유가족들입니다. 사망자 대부분 10대, 20대기 때문에 부모님들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 자식 잃은 슬픔, 고통 얼마나 깊을지 상상하기 어려운데 유가족들이 조금이라도 안정을 찾기 위해서 어떻게 하는 게 좋겠습니까?

[정찬승]

유가족이 안정을 찾기 위해서는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드려야 됩니다. 유가족의 슬픔과 고통. 유가족의 고통이라는 것이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갑작스럽게 잃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그런 힘든 감정입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깊이 이해해 주시고, 제일 하셔서는 안 되는 말이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비난의 표현입니다. 비난의 표현이라는 것이 심한 비난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테면 이런 말이죠. 그 애는 거기에 왜 가서 그러냐 하는 이런 정도의 말도 사실 유가족의 마음에 큰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이 사태를 맞이하면서 많은 국민들이 애도와 또 위로, 이런 공감의 표현을 하고 있는데 우리가 주의해야 될 것은 하지 말아야 될 것, 비난을 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럼으로써 유가족을 위로하고 유가족이 애도의 과정을 거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일단 주의해야 할 점을 먼저 짚어주셨고요. 그러면 유가족의 주변 친지들이나 친구들이 도울 만한 건 어떤 게 있을까요?

[정찬승]

가장 중요한 것은 그분들의 곁에 있어주는 것입니다. 일부러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데도 자꾸 말을 시키라는 의미가 아니라 우리가 곁에 있고 우리가 당신의 고통, 당신의 슬픔을 언제라도 돕고 들어줄 수 있을 테니 말을 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하라고 그렇게 권유를 해 주시는 것이 좋고 유가족이 너무 힘들어 보일 때, 그 우울과 고통, 공포, 불안 이런 공황이 너무 힘들게 나타나면 그때는 주위 분들이 정신건강전문가를 만나서 상담을 받고 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찾아가서 진료를 받도록 권유를 해 주시는 게 좋습니다.

유족들 자신은 이런 슬픔과 고통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떠나보낸 자녀, 또 사랑하는 사람, 가족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너무 크기 때문에 사실은 자기 자신을 돌볼 만한 그런 여력이 되지 않습니다.

자신이 너무 소진되고 지쳐 있고 슬픔의 한가운데 있는데도 자신의 고통보다는 떠나보낸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에 잠겨있게 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이 유족이 너무 큰 고통에 처해 있을 때 자기도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미처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면 유족분들에게 조심스럽게 너무 힘들어 보이니 상담이나 진료를 받아보라고 권유를 해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앵커]

그러면 유족들의 위험한 신호를 우리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습니까?

[정찬승]

가장 위험한 것은 떠나간 사람을 따라가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자살 위험 신호가 보이는 경우, 이제 내가 무슨 낙으로 사나, 살아서 뭐 하나, 나도 따라가고 싶다, 죽으면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이야기들을 반복해서 한다면 그때는 경고 신호로 받아들이고 가장 중요한 건 추가적인 애도, 너무 힘든 애도 후에 사망자를 따라가는 그런 자살을 하지 않도록 막는 것입니다.

자살 위험 신호가 나오면 반드시 진료와 상담을 받도록 강력하게 권유를 해야 하고 또 그 외에도 술을 너무 많이 마신다거나 기타 약물에 대해서 의존을 하려고 한다면 그것도 위험한 신호가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때도 치료와 상담을 권유를 해야 하고 또 마음의 고통이 너무 심하다고 호소를 하거나 일상생활로 쉽게 전환이 안 되고, 물론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큰 충격이죠. 그런데 일상생활에 너무 큰 지장을 받는 경우에는 주위분들이 좀 권유를 해 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앵커]

주변의 역할, 도움이 참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게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트라우마와 비슷한 겁니까?

[정찬승]

맞습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번역을 하게 되는데요. 우리가 트라우마라는 건 일상적인 스트레스를 뛰어넘는, 본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생명에 위협을 주고 어떤 존재 자체에 위협을 주는 그런 강력한 충격적인 사건을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그런 트라우마를 받은 사람은 이 이후에도 트라우마로 인한 마음의 고통을 겪을 수가 있고 또 트라우마를 받은 사람 외에도 그 현장에서 목격을 한 사람도 이와 버금가는 트라우마를 받을 수가 있습니다.

이런 충격적인 사건을 겪는다고 해서 누구나 PTSD,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경험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그 고통에서 저절로 회복이 되게 되는데 그 고통에서 쉽게 회복이 되지 않는 경우, 그 고통이 너무 큰 경우에는 어떤 병명, 진단명을 붙이고 적극적인 치료를 하는 것이 회복에 큰 도움이 됩니다.

[앵커]

그러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게 어떤 증상이 주로 나타납니까?

[정찬승]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크게 과각성 또 회피반응, 또 해리 증상 등이 나타나게 됩니다. 또 재경험의 증상이 나타나게 되고 이를테면 현장에 있었던 사람이 가장 큰 피해자겠죠.

희생자, 생존자들이 가장 큰 피해자일 텐데 그분들이 반복해서 그 장면이 일상생활 중에서도 문득 문득 떠올라서 굉장한 감정적인 동요를 한다거나 심지어 자면서도 계속 반복되는 악몽을 그 사고 장면을 꿈을 꾸게 된다거나 그런 것이 재경험이 되겠죠. 그리고 과각성은 사소한 일에도 사람이 밀집해 있는 소리가 들리거나 그런 장면을 다른 곳에서 보게 되거나 사람들이 좀 지하철 같은 곳에서 조금만 붐비거나 그래도 그때의 장면이 떠오르고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심한 경우에는 공황발작 등의 증상으로 이어져서 공황장애가 찾아올 수도 있게 되는데 그런 증상들이 있을 수가 있고 해리증상이라는 것은 충격이 너무 심했을 때 그때의 기억 일부를 잃어버리거나 그래서 기억상실이 된다든지 아니면 분명히 충격적인 사건을 겪었는데도 전혀 그 감정은 멍하게, 아무 반응도 하지 않는 그런 해리 증상이 올 수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도 사실 그 사람이 괜찮아 보이기는 하지만 자기의 경험과 그 감정이 해리가 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증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증상이 있을 때는 반드시 전문가의 치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앵커]

일상생활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말씀해 주신 대로 바로 병원을 찾는 게 좋을 것 같고요. 그렇다면 임시로라도 안정을 찾을 만한 방법도 있을까요?

[정찬승]

그래서 반드시 유념하셔야 될 것이 트라우마적인 사건을 경험한다고 해서 모두가 환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일상에서 살아가면서 큰 사건, 트라우마를 경험할 수 있는데 우리 마음속에는 회복력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 마음이 점점 정상을 찾아가는 일이 훨씬 더 많습니다. 그 회복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 간단하게 해 볼 수 있는 것은 두려움, 불안, 공포가 찾아오면 자기의 호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특히 이번 사건 같은 경우에는 그런 사람들의 몰림으로 인해서 심장, 폐가 압박이 되고 거기에 굉장히 큰 공포를 느꼈을 텐데 그런 경우에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숨쉬기 힘들다, 호흡곤란의 증상이라든가 심장이 너무 빨리 두근거리는 공황발작과 비슷한 증상이 올 수가 있습니다.

그럴 때 손쉽게 해 볼 수 있는 것은 복식호흡 혹은 심호흡을 하는 것입니다. 그걸 안정화 기법이라고 하는데요. 복식호흡, 심호흡이라는 것은 사실 대단히 간단하고 손쉬운 안정화시킬 수 있는 방법입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냐면 숨을 천천히 들이쉬었다가 가늘고 길게. 가능하면 길게 내쉬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자기의 호흡이 일단 고르면 자기의 신체적인 불안반응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을 한 5분 정도 천천히 들이쉬었다가 천천히 더 길게 내쉬는 것을 한 5분 정도 해 보고 자기 어깨를 이렇게 다독인다든지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행동적인 방법을 취해 보면 좋고요.

또 이런 행동적인 방법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건 자기가 가지고 있는 마음의 힘듦, 고통을 주위 사람들, 그리고 자기를 이해하고 지지해 줄 수 있는 안전한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것입니다.

이번에 이태원에 다녀오신 분들이 인터넷에 떠도는 그런 댓글들이나 어떤 잘못된 보도로 인해서 마음에 상처를 받고 수치심을 느끼고 부끄러워할 수가 있어서 자기 마음이 힘들다는 걸 쉽사리 잘 얘기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절대 그렇게 참지 마시고 주위 사람, 친지, 친구, 또는 때로는 상담가나 전문가와 함께 자기 마음의 고통을 나누는 것이 빨리 회복할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앵커]

지금 당시 현장에 있던 분들의 인터뷰가 언론 보도로 나오고 있습니다. 친구와 함께 왔다가 인파에 밀려서 헤어지게 됐고 친구를 잃은 분도 있는데 이분들 특히 죄책감까지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면 좋겠습니까?

[정찬승]

반드시 행정당국이나 언론에서 국민들에게 전해야 될 메시지는 이 몰림 사고가, 이 사고를 당한 사람의 잘못도, 그 주위에서 구하지 못한 사람의 잘못도 또는 어느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해 주어야 합니다.

이 잘못에 어떤 직접적인 원인이라든가 그런 건 차차 조사를 하게 되겠죠. 하지만 누군가를 지목하거나 또는 자기 자신이 거기에 내가 왜 방문했을까라고 하는 그런 죄책감을 자꾸 느끼게 된다면 그것이 본인의 회복, 그리고 거기에 방문했던 사람들의 회복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고 또 거듭해서 말씀드리지만 비난과 혐오의 정서를 굉장히 경계하고 막아야 합니다. 이런 국가적인 재난 또 개인적인 트라우마에서도 마찬가지로 당한 사람들 혹은 그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결코 비난하고 혐오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필요한 건 비난과 혐오는 이런 트라우마를 악화시키지만 공감과 위로는 트라우마를 치유합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저희를 포함해서 많은 언론도 고민이 현재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자이크 처리되지 않은 영상을 공유하고 그걸 보는 것, 이것 역시도 자제해야 하는 부분이겠죠?

[정찬승]

이번에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 내보낸 성명서, 거의 지침이나 다름이 없는데요. 거기에서도 이런 참사 영상을 시청할 것을 제한을 하라고 했습니다. 이런 공유를 금지해야 됩니다.

본인이 이런 걸 공유하고 있다면 바로 내려주시고. 왜냐하면 이건 알 권리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이것에 대해서 불구경을 하듯이 사람들이 몰두하게 만드는 이런 인간의 심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2차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고 이 생생한 사망자의 시신, 그리고 사망해 가는 사람을 보는 것, 비디오로 보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 또 뉴스 소비자들이 큰 충격,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어린이, 청소년처럼 아직 다 성장하지 못한 사람들이나 심신이 미약한 사람, 또 임산부들, 노약자들 같은 경우에는 이런 미디어 노출 시간 자체를 제한해 두는 것이 좋고 정 소식을 얻어야 한다면 정규적인 뉴스를 통해서만 받는 것이 좋겠습니다.

[앵커]

저희도 좀 더 고민을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대형 참사입니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은데 어떤 부분 도움을 주면 좋겠습니까?

[정찬승]

정부도 지금 열심히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정부에서 할 일이란 당연히 충격의 가장 정점에 있는 생존자와 또 유가족, 생존자의 가족, 지인들을 돌보는 것일 겁니다. 그런데 또 하나 중요한 정부의 역할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소외된 사람이 없이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돌보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현장에 나와서 CPR을 했던 민간인들, 또 1차 대응자라고 하는 경찰, 소방관, 응급구조대 대원들 그리고 의료인들, 이 현장에 나간. 사실은 언론인들이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만 언론인들도 취재를 해서 생생한 참사를 목격을 하면 굉장히 큰 트라우마를 받습니다.

언론인들, 그 트라우마에 노출된 분들 중에서 마음의 충격을 받고 이것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은 없는지 그걸 면밀하게 파악을 해야 되고 특히 이태원이라는 지역 특성상 그리고 이 행사의 특성상 외국인들이 굉장히 많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외국인들은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이든 비영어권의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든 마음의 고통이 누구나 큰 것처럼 이분들도 큰 트라우마를 받았을 텐데 이런 외국인들도 정신건강의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우리 국민들을 위해서 애써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외됨 없이 좋은 정신건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에서 지원을 해야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이번 참사로 심리적 도움 등이 필요한 일반 시민 등을 위해서 위기 상담전화도 운영한다고 합니다. 1577-0199번 기억해 두시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 사회공헌 특임이사 맡고 있는정찬승 전문의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YTN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아울러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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