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물자관리원·美 스팀슨센터 "한미 새 경제안보 청사진 그리자"
‘한미경제안보 컨퍼런스' 첫 개최
이은호 "공급망에 경제안보 반영"
무역정책과 수출통제, 공급망안보
기술과 디지털안보분야 논의 활발
"대중 수출통제 대상에 반도체 이어
극초음파, 로봇, 바이오 확장될수도"
이은호 전략물자관리원장이 10월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미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와 ‘2022년 한미 경제안보 공동컨퍼런스'를 개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원장은 "전세계적으로 경제안보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국제사회는 공급망 혼란과 기술보호 등을 위한 효과적인 정책을 검토하는 가운데 수출통제와 제재같은 수단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경제안보 측면에서 보면 수출통제뿐만 아니라 금융제재, 특허와 표준 접근과 기술보호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고 진단했다.
이 원장은 올해 5월 워싱턴DC를 찾았다가 브라이언 핀레이 스팀슨센터 대표와 ‘한미 경제안보분야 전문가들의 연구결과를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자'고 뜻을 모았다. 이어 5개월 만에 첫 번째 한미 경제안보분야 공동 컨퍼런스를 마련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새로운 국제 질서와 환경변화에 관해 한미 양국이 협력하고 함께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컨퍼런스 1세션에서 미국 산업안보국(BIS) 수출관리국 차관보를 지냈으며 현재 법무법인 ‘에이킨 검프 스트라우스 호이어앤필드'소속인 케빈 울프가 참여했다. 그는 "재래식 무기의 확산 방지를 위한 수출통제 분야가 국제기준으로 확립된 이유는 국제사회 간 공통의 이해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별 다양한 이슈가 발생하고 신흥 및 기반기술의 출현에 따라 기존 수출통제의 오래된 규칙의 변화가 요구된다"며 예를 들어 러시아와 중국관련 기술유출, 공급망 훼손, 인권문제에 따른 기존 국제수출통제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그는 이에 따라 "국가안보에 대한 공통된 정의와 새로운 기술의 출현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 민주주의 국가간(techno democracies)의 새로운 체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정인교 인하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최근 미국이 개시한 통상조치 다수는 세계무역기구(WTO) 규범과의 합치성이 낮으며,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 등 수출통제 관련 제도는 국제규범화된 모습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최근 미국 통상정책의 목표는 중국의 기술굴기 차단으로 보인다"면서 신냉전, 전략적 디커플링, 포괄적 수출통제제도는 유지될 가능성 높다고 진단했다. 이어 "TTC, IPEF 등 미국 중심의 협의체 구상의 연장선으로 새로운 수출통제 체제가 마련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한국의 동참여부에 대한 종합적인 고려가 중요하다고 했다.
컨퍼런스 2세션에서 오미연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은 최근 경제안보 핵심 분야에 강점이 있어서 다자간 협력에서 의제를 형성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대내적으로는 기술 혁신을 강화하고 대외적으로는 이를 위한 통상 환경 구성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화두를 던졌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은 "경제안보는 외부 위협 및 위험으로부터 국익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경제안보 범위는 산업, 무역, 기술 안보를 포함한다고 했다. 연원호 팀장은 "현재 미국은 다양한 조치를 통해 중국의 혁신역량 개발을 방해하고 있으며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 기술 디커플링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며 "중국의 제한된 장비 능력과 지나친 정부 주도의 경제 계획으로 인해 중국의 반도체 국산화 시도는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동수 산업연구원 해외산업실장은 "중국이 미국의 공급망 재편 전략에 대응해 대내외 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핵심 광물 무기화, 관련법의 모호성이 새로운 무역제재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제3국가의 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의 피해가 가장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컨퍼런스 3세션에서는 매리 사운더스 미국 표준협회 부회장이 "과거와 달리 기술표준 업무에서 국가안보, 경제적 이익을 염두하고 있다"며 "정부와 민간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표준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예를 들어 5G,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사이버안보 기술 표준화가 우선적으로 다뤄지고 있다고 했다.
이희진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국내적으로 경제안보 관점에서의 기술 표준에 관한 통합적 접근과 핵심 신흥기술 표준화 협력을 위한 글로벌 기구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새로운 기구에 대해 "다자주의를 기반으로 여러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보장하고 개발도상국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포용적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 미국, 일본, EU 등이 추구하는 기술 통제를 통한 중국과의 경제적 디커플링을 상정해서 대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이를 위한 신흥기술 개발 로드맵을 파악하여 ‘초크포인트(Chokepoint)'를 선점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유망한 차세대 기술로 인공지능을 손꼽으면서 이와 관련한 빅데이터와 사이버보안 정책수립을 강조했다.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가안보위협 요소로 ▲믹서를 이용한 금융거래 익명성 강화 ▲딥페이크를 이용한 금융범죄 ▲ 국가시설에 대한 랜섬웨어 공격 ▲가상자산을 이용한 무역기반 자금세탁 등 네가지를 손꼽았다. 이 연구위원은 "디지털 금융 관련 사이버 범죄는 국경간 성격을 지니고 있으나 기존의 형사사법공조조약, 범죄인인도조약으로 대응에 어려움이 있다"며 "디지털 금융 안보 협의체 구성, 위험 평가, 디지털 금융 관련 규제의 국제적 정합성 확보, 최신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금융 감독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류태규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제안보 관점의 국가정책의사결정 지원을 위한 분석모델'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정치적 분석 항목에 초점을 두되, 정성적이고 부가적 요소를 적절히 반영하고, 경제안보 영향력과 국가 적합성 요인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 연구위원은 "연구개발, 투자 우선순위 개념과 모델을 구성·분석위한 지표로 기술적 우수성과 경제성, 경제적 안보 영향성, 국가 적합성 등의 개념을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워싱턴 = 강계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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