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재건술, 꼭 ‘지금’ 아니더라도 ‘추후’ 고려할 수 있어

헬스경향 이원국 기자 2022. 10. 31.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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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 정용식 아주대병원 유방외과, 이일재 성형외과 교수

2015년 4월부터 유방전절제술 후 유방재건술은 건강보험급여혜택을 받게 되면서 환자의 상실감이 많이 줄었다(왼쪽부터 아주대병원 유방외과 정용식 교수, 성형외과 이일재 교수).


가슴에 무엇인가 잡힌다. 처음에는 단순 멍울이겠거니 생각했지만 인터넷을 찾아보니 ‘유방암 의심증상’이라고 했다. 겁이 덜컥 났다. 하늘은 야속하게도 나에게 ‘유방암’ 진단을 내려줬다. 유방암은 예후가 좋은 착한 암이지만 환자 입장에서 착한 암은 존재치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유방암은 인구 10만명당 103명에서 발생하며 발생률 또한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최근 조기진단과 치료법의 발달로 유방암환자의 생존율과 기대 수명은 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유방암에 대한 10년 전체생존율은 0기 유방암에서 95.4%, 1기 유방암은 92.7%, 2기 유방암은 84.8%로 세계적으로 높은 생존율을 보인다.

하지만 유방암은 치료 후 환자에게 큰 상실감을 준다. 암덩어리는 떼어낸다고 하더라도 유방전절제술은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에 큰 영향을 준다. 이뿐 아니라 유방전절제술 후에는 척추가 유방의 무게를 한쪽으로만 받게 되면서 척추측만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에 많은 유방암환자가 유방재건술을 고려한다. 하지만 유방재건술은 단순한 미용수술이 아니다. 환자의 상실감을 줄이고 삶의 질을 상승시켜주는 유방암 치료의 연장선인 셈이다. 다행히 2015년 4월부터 유방전절제술 후 유방재건술이 건강보험급여혜택을 받게 됐다. 이에 정용식 아주대병원 유방외과 교수와 이일재 성형외과 교수를 만나 유방암수술부터 재건술까지 자세한 얘기를 나눴다.

이원국 기자(이하 이 기자) : 유방암 치료법은 매우 다양하다.

정용식 교수(이하 정교수) : 크게 국소적요법과 전신요법 등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국소적요법에는 ▲수술 ▲방사선치료 등이 있으며 전신요법으로는 ▲화학치료 ▲면역호르몬치료 ▲표적치료 등이 있다. 이때 치료법 선택은 발생연령, 병기, 병리학적 특성, 암조직의 호르몬수용체, 심리상태 등을 고려한다. 과거 우리나라는 유방암환자 발병 연령이 50~60대였다. 하지만 점차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이 기자 : 유방암환자는 대부분 수술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정 교수 : 다행히 우리나라에서 수술 가능한 환자는 95% 정도다. 이는 국가건강검진 제도가 한몫한다. 유방암수술은 크게 부분절제와 전절제 등이 존재하며 암의 전이경로인 액와림프절 전이여부에 따라 일반적인 겨드랑이 림프절을 제거하는 액와림프절곽청술과 일부를 제거하는 감시림프절 생검술 등이 있다.

기본적으로 다른 장기에 전이가 없다면 수술 고려대상이다. 하지만 종양이 너무 크거나 림프절 전이가 있다면 항암요법으로 암의 크기를 줄인 후 수술을 진행한다. 이때 환자에게 액와림프절 전이가 있거나 암의 크기가 큰 경우 액와림프절을 모두 제거하는 곽청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유방암 로봇수술에 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이 기자 : 유방전절제술과 부분절제술의 치료성적을 비교하면 어떤가.

정 교수 :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최근에는 정상유방조직을 최대한 많이 보존하는 것이 치료트렌드다. 전국적인 통계를 보더라도 7:3으로 부분절제술이 많다. 가능하면 적게 떼어내고 방사선이나 약물치료로 남은 암세포를 사멸시킨다. 유방전절제술은 환자 나이와 상관없이 큰 스트레스를 준다. 즉 유방외과에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만 유방전절제술을 진행한다.

이 기자 : 유방암수술 후에는 많은 환자가 유방재건술을 고려한다. 이는 성형외과 영역인데.

정 교수 : 아주대병원은 유방암환자의 치료계획이 정해지면 성형외과에 바로 협진을 요청한다. 또 의무적으로 유방암수술 후 성형외과에서 상담을 진행한다. 재건술을 원치 않는 환자들도 있는데 이때 성형외과에서는 재건술에 관해 환자에게 설명한 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일재 교수(이하 이 교수) : 유방전절제 후 재건술이 급여화 된 후 환자들의 관심이 증가했다. 유방전절제 후 대부분의 환자가 성형외과를 통해 수술에 대한 고민을 의뢰한다. 물론 반드시 해야 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강요하진 않는다. 이때 성형외과는 재건방식의 장단점,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옵션 등을 설명한다. 하지만 재건술을 하더라도 평생 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외에 설명할 사안들은 많다.

이 기자 : 각 과마다 수술 후 시행하는 진료초점도 다를 것 같다.

정 교수 : 맞다. 유방암은 수술 후 2~3년 동안 재발위험성이 가장 높다. 하지만 4년 이후에도 재발할 수 있어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따라서 유방암수술 후 3년 동안은 6개월에 한 번 정도 확인하며 이후로는 1년에 한 번 정도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

이 교수 : 성형외과에서는 재건술 후 발생하는 문제점에 관해 추적관찰을 한다. 가령 보형물의 경우 주변 피막이 딱딱해지는 구형구축, 가슴모양의 변형 등을 살핀다. 구형구축은 재건술 후 4~8개월 정도에 흔히 발견되며 몇 년 뒤에도 발생할 수 있다. 림프부종 역시 환자의 1/4 내지 1/5 정도에서 발생하기에 유심히 봐야 한다. 또 자가조직을 활용한 유방재건술은 이식부위와 이식한 곳에 문제가 있는지, 복부지방을 사용한 유방재건술은 석회화와 탈장여부 등을 살핀다.

이 기자 : 보형물과 자가조직을 사용하는 기준은.

이 교수 : 자가조직을 활용한 유방재건술이 불가능한 환자에 대해 설명하겠다. 복부지방을 고려할 경우 임신예정자, 과거 복부 수술경력을 갖고 있는 환자, 지방흡입환자 등은 수술이 어렵다. 보형물을 이용한 재건술은 구형구축 과거력, 실리콘 알레르기, 실리콘 자가조직 일부와 인공진피를 이용해 덮어주는 방식에 알레르기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사용이 어렵다.

또 유방재건술은 반대편 유방과 비슷한 볼륨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자가조직이 많이 필요하다. 또 자가조직은 혈관봉합을 하는 유리피판술을 해야 하기 때문에 괴사 등 유의사항이 많다. 따라서 의료진은 자가조직을 활용한 유방재건술이 생리학적으로 환자들에게 적합한지에 대해 큰 고민을 갖고 있다.

이 기자 : 즉시재건과 지연재건 중 어떤 것이 환자에게 좋은지.

이 교수 : 장담할 수 없다. 두 치료법은 환자의 상태, 연령 등 고려사항이 많기 때문이다. 단 즉시재건은 외향상 좋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유방암수술 후 피부구축이 발생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자 만족도는 지연재건이 훨씬 높다. 당시에는 괜찮았지만 한쪽 유방이 없어 좌우불균형 등 일상에서 불편감을 느낀 후 수술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형외과에서 충분한 상담을 진행한 후 결정을 내리는 것을 추천한다.

이 기자 : 보형물은 이물질이기 때문에 ADM을 사용한다고 들었다. ADM은 무엇인지.

이 교수 : ADM(Acellular Dermal Matrix)은 무세포동종진피로 사체에서 채취한 피부조직에서 면역인자를 제거한 것을 말한다. 최근 유방암 수술 시 가능한 한 정상 조직을 살리는 유방보존술을 선호하는 추세다. 문제는 종양 제거 과정에서 주변 조직을 최대한 제거했기 때문에 보형물을 덮을 수 있는 피부조직이 얇아져 이 상태에서 보형물을 이식하면 피부 두께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근육 아래로 보형물을 삽입해 덮는 흉근하 재건이 주로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흉근하 재건의 경우 보형물 삽입 과정에서 근육 손상이 발생하기 떄문에 운동기능 등이 저하되고 통증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재건 후 유방의 모양이 부자연스럽고 근육의 움직임에 따라 보형물의 위치가 변하는 등의 부작용이 존재한다. 따라서 ADM으로 보형물을 감싸 문제점을 방지한다.

정 교수 : 다행히 2015년 4월부터 유방전절제술 후 유방재건술은 건강보험급여혜택을 받게 되면서 환자 본인 부담률이 50%로 낮아졌다. 부분절제로 수술하는 경우도 수술 후 유방의 비대칭이 생기고 변형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재건술이 필요하다. 참고로 부분절제 후 재건은 유방외과에서 진행한다. 다만 부분절제 후 재건은 결손 부위의 위치에 따라 수술방법이 제한될 수 있고 건강보험의 보장범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이 안타깝다.

이 기자 : 유방외과와 성형외과에서 최근 진행한 연구가 있는지.

이 교수 : 양쪽 유방은 똑같지 않다. 또 경계가 무척 불분명하다. 살인지 가슴인지 애매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방재건술 시 어느 정도 재건해야 시간이 지났을 때 변화가 덜 생기는지 항상 궁금했다. 이는 환자 삶의 질과 직결돼 있는 만큼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이에 유방외과와 성형외과 연구를 진행,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논문 제목은 ‘THE investigation of the relation between expansion strategy and outcomes of two-stage expander-implant breast reconstruction’이다.

이 기자 : 끝으로 유방암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환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

정 교수 : 수술 후 한두 달까지 무리한 상체운동이나 복부운동은 피해야 한다. 또 정기적인 추적관찰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유방재건술을 받으면 재발해도 늦게 발견되는 건 아닐지, 재발여부를 아예 발견 못하는 건 아닐지 걱정하는 환자들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정기검진을 통해 예방할 수 있으니 꼭 검진받길 바란다.

헬스경향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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