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사우디 가나…"미-사우디 분쟁, 중동서 중국에 기회"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석유 감산, 인권 문제 등으로 미국과 갈등 중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중국과 밀착 행보를 보이면서 중국이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과 사우디는 최근 에너지 장관과 외무 장관 회담을 잇달아 개최하며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지난 27일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사우디 외교장관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화상 회담 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사우디를 방문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시 주석이 사우디 방문 후 중동 지역 지도자들과의 정상회담에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 정부는 아직 이를 확인하지 않고 있다.
앞서 시 주석이 8월 사우디를 방문할 것이라고 영국 가디언이 보도한 바 있지만, 실제 방문은 이뤄지지는 않았다.
사우디 외교장관이 시 주석의 방문 계획을 발표한 것은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가 11월부터 원유 생산량을 하루 200만 배럴 줄이기로 합의한 가운데 이뤄졌다.
미국은 이번 감산 결정이 러시아의 석유 수출 실적을 늘림으로써 러시아에 대한 제재 효과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사우디와의 관계를 재고하겠다는 의향까지 비치고 있다.
SCMP는 "많은 관측통이 해당 감산 결정에 대해 사우디가 미국의 뺨을 때린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일부는 최근 중국과 사우디 간 교류를 볼 때 사우디와 미국의 관계 악화로 미국이 중동에서의 영향력을 중국에 빼앗길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왕 부장은 파이살 장관과 회담에서 사우디의 독립적인 에너지 정책 추구와 국제 에너지 시장의 안정 유지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사우디 주재 미국대사를 지낸 채스 프리먼은 SCMP에 "이제 문제는 미중 간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중국이 중동 지역에서 자신의 영향력 확대를 꾀할 것이냐는 것"이라며 "미국은 현재 중동 지역의 모든 핵심 주자들로부터 어느 정도 멀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라이흐만대 아바에반 국제외교연구소의 그달리아 애프터먼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20년에 걸친 실패한 군사 작전 후 여론 또한 미국이 중동에서 덜 적극적인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8월 미국 프린스턴대 연구 프로그램 '아랍 바로미터'가 중동 9개국에서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모로코인만 중국보다 미국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반대의 여론이 나온 국가들은 이라크, 요르단, 레바논, 리비야, 팔레스타인, 튀니지, 수단, 모리타니 등이다.
애프터먼은 "미국의 중동에 대한 약속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많은 중동 국가는 미국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은 중국의 중동 참여를 늘릴 기회를 만든다. 이곳 많은 나라는 중국이 중요 무역 파트너이자 가까운 미래에 이곳에 머무를 강대국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중국은 사우디의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참여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고, 사우디는 중국과 석유 거래 시 위안화 결제 논의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또한 사우디, 이집트,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등 4개국과 '포괄적 전략 파트너십'을 추구하면서 외교, 경제, 안보 등 전방위 협력을 약속했다.
이란은 중국이 주도하는 국제 협의체인 상하이협력기구(SCO) 가입 절차를 사실상 마무리했고, 지난달 UAE는 중국이 2026년 달에 보내는 창어 7호 탐사선에 자국 로버(이동형 탐사 로봇)를 실어 보내는 데 합의했다.
중국 닝샤대학 중국-아랍연구소의 리샤오셴 소장은 "중동 국가들이 미국으로부터 무기를 구입할 수 없게 되면 중국이 공급할 수 있다"며 "그들은 과거와 달리 더 많은 선택지가 있다. 강대국들은 그들의 중요성을 알고 있기에 그들은 운신의 폭이 넓다"고 말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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