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손질 해준다더니…" 응석받이 막내딸 보낸 아빠 '망연자실'

이승현 기자 2022. 10. 31.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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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을 하는 막내가 추석 때 머리 염색을 해줬어요. 다음엔 머리도 잘라준다고 했는데."

고등학생 때 부터 타지 생활을 시작한 A양에게 가족은 안식처였다.

뛰어난 실력 덕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 취업에 성공, 지난해 천안의 한 미용실에서 일을 시작했다.

A양의 아버지는 "딸을 봤는데 하나도 안 다쳤어요. 뼈가 부러지거나 타박상도 없어그래서 더 마음이 아파요"라며 "얼마나 예쁘고 싹싹한 우리 막내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나요"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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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강남 미용실 취업…동료들과 이태원 찾았다 참변
"아닐거라 했지만 수화기 너머 경찰 목소리"에 넋 잃어
31일 오전 전남 장성군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로 숨진 A양(19·여)의 빈소에서 유가족이 A양과 나눈 메시지를 보여주고 있다. 2022.10.31/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장성=뉴스1) 이승현 기자 = "미용을 하는 막내가 추석 때 머리 염색을 해줬어요. 다음엔 머리도 잘라준다고 했는데…."

31일 오전 전남 장성군의 한 장례식장.

지난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발생한 대규모 압사 사고로 숨진 A양(19·여)의 가족들은 딸의 황망한 소식을 믿을 수가 없었다. 휴대폰으로 막내 딸의 얼굴을 보다가 애써 눈물을 참으려 허공을 응시했지만 이내 고개를 숙이고 흐느꼈다,

가족끼리 손을 부여잡고 위로하기를 여러번. 유족들은 A양이 살갑고 애교가 많은 막내였다고 입을 뗐다.

A양은 가족들과 하루에도 수십차례 전화와 메시지를 주고 받는가 하면 아버지가 시간이 늦었다며 전화를 끊으려하면 응석을 부려 통화를 더 이어갔다. 장성에서 아버지가 직접 따서 보내준 감을 칼질이 서툴지만 깎아 먹었다는 인증샷과 더불어 메시지에는 항상 셀카가 빠지지 않았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가족들과 돈독하고 특히 아버지와 친구처럼 지내기로 유명했다. 고등학생 때 부터 타지 생활을 시작한 A양에게 가족은 안식처였다.

미용에 관심이 많았던 A양은 보성으로 고등학교를 진학해 미용일을 배웠다. 뛰어난 실력 덕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 취업에 성공, 지난해 천안의 한 미용실에서 일을 시작했다. 올해 6월에는 서울 강남의 미용실로 직장을 옮겼다.

지난 여름 휴가 땐 10일 가량 고향 장성에 내려와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 공부를 하는 3살 터울 언니에게 용돈 봉투를 쥐어주기도 했다.

추석 땐 단 하루 머물렀지만 하얗게 변해버린 아버지의 흰 머리를 검은 색으로 염색해줬다. 다음에 내려올 땐 아버지 머리를 잘라주겠다는 약속도 했다.

31일 오전 전남 장성군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로 숨진 A양(19·여)의 빈소에서 유가족이 A양과 나눈 메시지를 보여주고 있다. 2022.10.31/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A양은 지난 29일 오후 아버지에게 미용실 직원들과 이태원에 놀러간다는 전화를 남겼다. 전날엔 교복을 입고 갈 거라며 자랑을 했고, 당일 이태원에서 직장 동료들과 찍은 스티커 사진도 보냈다.

30일 새벽 잠에서 깬 아버지는 뉴스를 접하고 A양에게 여러차례 메시지와 전화를 했지만 응답이 없었다. 그래도 아버지는 안심했다. 일요일은 A양이 쉬는 날이라 늦게까지 놀고 들어가 잠을 자고 있을 거란 생각때문이었다.

그러나 날이 밝아도 연락이 되지 않자 점점 초조해졌고, 이내 전화를 받은 수화기 너머로 '휴대전화가 분실됐으니 실종신고를 하세요'라는 생면부지의 경찰 목소리가 들렸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일산 경찰서에서 비통한 소식을 전해 들었다.

A양의 아버지는 "딸을 봤는데 하나도 안 다쳤어요. 뼈가 부러지거나 타박상도 없어…그래서 더 마음이 아파요"라며 "얼마나 예쁘고 싹싹한 우리 막내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나요"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면서 "사람이 몰린다는 신고가 초저녁부터 들어왔다는데 그때만 통제를 했었어도…참 서운하네요"라며 "그래도 이제 무슨 수를 써도 우리 딸이 돌아오는 건 아니니까…"라며 울먹였다.

pepp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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