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근 화성시장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 강제퇴거 방법 찾겠다”
인근 주민들 “불안해 못살겠다”며 대책 촉구
31일 출소한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39)가 경기 화성시에 거주하자 정명근 화성시장과 인근 주민들이 “거주를 저지하겠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화성시는 임종철 부시장을 팀장으로 하는 TF를 구성해 박병화 강제 퇴거를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
정 시장은 이날 오전 봉담읍 행정복지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무부는 사전에 아무런 협의도 없이 군사 작전하듯 새벽에 박병화를 화성시로 이주 조치한 뒤 일방적으로 통지했다”며 “화성시민은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의 거주를 결사반대하며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끝까지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무리 거주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더라도 연쇄 성폭행범과 이웃으로 지내야 하는 끔찍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국민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며 “법무부는 성범죄자 출소 때마다 지속해서 제기돼 온 문제인 만큼 출소 후 거주 지역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시장은 기자회견에 앞서 주민 설명회를 통해 “박병화가 임대차 계약한 건물의 주인은 아마 성범죄자인지 모르고 계약한 것 같다. 아직 공식 전입신고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법무부에 강력하게 화성시의 의지를 표명하겠다”고 말했다.
정 시장은 기자회견 직후 박병화가 거주한 원룸으로 이동해 시위를 이어갔다. 그는 원룸 앞에서 “집 앞에 순찰 초소를 만들어 경찰과 시 기동순찰대, 법무부 관계자 등이 박병화의 동태를 살피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병화가 이날부터 거주하는 원룸 앞 골목은 몰려든 시민들과 이를 통제하는 경찰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곳은 한 대학교 후문에서 불과 100여m 떨어진 원룸촌이다. 골목길을 따라 3∼4층 높이의 원룸 건물들이 밀집한 곳으로, 주로 학생들과 인근 공단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입주해 있다. 500여m 떨어진 곳에는 초등학교도 한 곳 있다.
박병화가 입주한 원룸 건물주 가족은 “오늘 오전에야 박병화가 입주했다는 사실을 마을 이장을 통해 알게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80대인 저희 할머니가 원룸을 관리하시는데, 지난 28일 한 여성이 수원 쪽 부동산 사람과 와서 월세 계약을 하고 갔다”며 “알고 보니 그 여성이 박병화의 어머니였는데, 여기에 박병화가 올 거라는 사실은 전혀 말하지 않았다”고 격한 감정을 성토했다.
박병화 거주지 인근 원룸 관리자들도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인근 원룸 주인은 “이곳은 젊은 학생들이나 노동자들이 저렴한 방을 찾아서 모이는 곳”이라며 “혼자 사는 여학생들도 많은데 불안해서 원룸 관리를 어떻게 하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을 주민들도 불안하긴 매한가지다. 인근 원룸에 사는 한 주민은 “화성시는 과거 이춘재 연쇄 살인과 여러 성범죄 사건으로 트라우마가 남은 곳”이라며 “또다시 주민들이 불안할 일이 없도록 무슨 수를 써서라도 대책을 세워달라”고 당부했다.
박병화는 2002년 12월∼2007년 10월 수원시 권선구, 영통구 등지의 빌라에 침입해 20대 여성 10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돼 15년형을 선고받고 이날 만기 출소했다. 박병화는 이날 오전 화성시 봉담읍에 있는 한 원룸에 입주했다.
최인진 기자 ijcho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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