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정체성이자 왕조 역사 그 자체…'외규장각 의궤' 특별전

조재현 기자 2022. 10. 31.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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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일부터 내년 3월19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
헌종국장도감의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외규장각은 한강이 끝나는 바다 위 강화도에 있었다. 조선시대에 강화도는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국가와 왕실의 안전을 지켜주는 '보장지처'(堡障之處)였다. 가장 안전한 땅에 특별히 건물을 지어서 보관할 만큼, 외규장각 의궤는 귀한 책이었다."

프랑스에서 영구 임대 형식으로 돌아온 '외규장각 의궤' 전체가 특별전을 통해 공개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외규장각 의궤 귀환 10년을 기념해 '외규장각 의궤, 그 고귀함의 의미' 특별전을 11월1일부터 내년 3월19일까지 개최한다고 31일 밝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10년간 축적된 외규장각 의궤 연구 성과를 대중적으로 풀어냈다.

외규장각 의궤 전체가 전시되는 것은 2011년 귀환 기념전에서 상당수를 선보인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특별전에는 외규장각 의궤 297권과 의궤에 기록된 각종 기물과 복식 등 총 460여점이 전시된다.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 '왕의 책, 외규장각 의궤'는 왕이 보던 의궤가 가진 고품격의 가치를 조명하고, 의궤 속 상세한 기록과 생생한 그림에서 읽어낸 조선시대 기록문화의 정수를 소개한다.

의궤는 조선시대 나라와 왕실의 중요 행사 전체 과정을 기록한 책이다. 한 번에 3부에서 많게는 9부를 만들었는데, 그중 1건은 왕이 읽어보도록 올리고 나머지는 실무자들이 보도록 관청 등으로 보냈다.

왕에게 올린 것을 '어람용', 여러 곳에 나누어 보관한 것을 '분상용'이라고 하는데 외규장각 의궤는 몇 권을 제외한 대부분이 어람용이다. 어람용 의궤는 조선 최고의 화가와 장인들이 참여해 정성스럽게 엮었고, 일반 서책과 달리 책의 본문과 표지도 고급스럽게 장식했다.

특히 실록에 간략하게 기록된 왕릉 이전 행사도 의궤에는 그 과정이 그림과 함께 자세하게 실렸다. 헌종실록은 1846년 헌종이 아버지인 익종(효명세자)의 능을 옮긴 일을 단 3줄로 남겼다.

하지만 의궤는 그 절차를 총 9권으로 자세히 기록했다. 왕릉을 옮기는 것은 많은 인력과 비용이 필요하기에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날짜별로 정리된 기록을 따라가면 헌종과 신하들의 의견이 엇갈리자 며칠에 걸쳐 토의하고 또 두 차례 현장 확인도 진행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왕과 신하들이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긴 것이다.

서궐영건도감의궤. 경희궁을 재건축하며 그 과정을 기록한 의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궁궐이나 종묘, 왕실 사당을 새로 짓거나 수리하는 등 궁궐 건축과 관련된 기록을 담은 '영건의궤'도 있다. 전시에서는 1829년(순조 29) 10월에 발생한 화재로 소실된 경희궁(서궐) 일부를 1830~1831년 재건축하며 남긴 '서궐영건도감의궤'를 볼 수 있다.

궁궐의 중심부에 위치한 주요 전각의 공사 내용과 사용된 부재 내역이 전각별로 정리돼 있어 당시 공역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공사 배경부터 건물별 수리 내용, 사용한 자재의 종류와 수량, 공사에 참여한 장인의 이름과 지급받은 품삯 등을 기록한 영건의궤도 있다.

서궐영건도감의궤 옆에는 경희궁의 전경을 그린 초본 '서궐도안'이 자리한다. 12장의 종이를 이어 붙여 경희궁의 여러 전각과 주변 풍경을 담은 것으로, 경희궁 화재가 발생하기 전 제작된 것이다. 서궐영건도감의궤와 비교하면 건물 배치나 주요 전각의 모습이 다름을 알 수 있다.

서궐도안.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국가 의례나 왕실 행사 때 행차 모습을 그린 반차도와 행사에 사용된 기물을 그린 도설 또한 천연색으로 그려 지금까지도 어제 만든 것처럼 선명하다고 박물관 측은 설명했다.

전시 2부 '예(禮)로서 구현하는 바른 정치'에서는 의궤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피고, 의례로 구현한 조선의 예치가 담고 있는 품격 있는 통치 철학을 조명한다.

마지막 3부 '질서 속의 조화'에서는 조선이 추구한 이상적인 사회가 잘 구현된 기사년(1809)의 왕실잔치 의례를 재구성한 3D(3차원) 영상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또 외규장각 의궤 중 영국국립도서관이 구매해 소장하고 있는 '기사진표리진찬의궤'를 똑같이 복제, 관람객이 어람용 의궤의 품격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기사진표리진찬의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박물관은 외규장각 의궤 반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고(故) 박병선 박사를 기억하고자 고인의 11주기가 되는 11월21일부터 27일까지 무료관람을 시행할 예정이다.

내년 1월 중 지난 10년간의 연구 성과를 토대로 학술대회와 대중강연을 개최하고, 더 다양한 내용을 보여주기 위해 전시품 일부도 교체할 계획이다.

cho8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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