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현장 의료진 "진입부터 어려워…이송·구조 체계 점검해야"
사망자·중환자 이송 후에도 현장선 "구급차 진입도 어려워"
대형 압사 사고, 4~5분 짧은 골든타임내 구조 극히 어려워
예방 대책 및 현장서 생존 우선순위별 구조 활동 점검 필요
29일 밤 발생한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응급 구조 활동에 참여한 의료진들은 "사고 현장의 좁은 골목에 수많은 인파와 차량까지 몰려 의료진조차 현장 진입부터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고 입 모아 말했다.
이들은 대형 압사 사고 특성상 짧은 골든타임내 구조가 쉽지 않은 만큼, 사고 예방책 마련과 함께 현장에서 우선순위에 따른 적절한 구조와 병상 배정 등도 사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의사 출신으로 사고 당시 현장에서 재난의료지원팀(DMAT)으로 의료지원 활동을 한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1일 CBS노컷뉴스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현장 진입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그나마 병원의 닥터카를 탔고 DMAT 팀이라 얘기를 해서 그나마 통제 하 진입했음에도 차들이 몰려 있고 하여 의료진이 현장에 투입하고 주차하기까지 시간이 다소 걸릴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태원 압사 참사 인근의 골목 폭이 워낙 좁은 언덕지형인데다, 인파가 몰려 신속한 구조 지원이 어려웠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말이다.
심정지 환자와 중환자 이송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간단한 부상을 입은 외상 환자들이 주로 남았던 30일 새벽 1시 무렵까지도 "구급차가 들어가기 어려워 의료진이 장비를 모두 챙겨 가야 했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구출 작업과 구조 작업의 난항 속 대형 압사 사고에서 통상 4~5분이라고 하는 '골든타임(사고 발생 시 인명을 구조할 수 있는 시간)' 내 구조 작업이 이뤄지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DMAT 요청으로 현장을 찾았던 이시진 고대안암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좁은 골목에 끼여 있고 눌려 있어서 구출도, CPR 제공도 늦어지면서 안타깝게도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유인술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CBS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DMAT팀이 현장에 가는 것은 살아 있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찾아 지원을 하는 역할이다. 일단 이런 재난 상황이 생긴 것부터 신고 받고 현장에 출동하고 현장 상황 파악까지 5분은 지나가 버린다"며 "전반적인 상황 자체가 응급 지원이 늦을 수 밖에 없는, 즉 의료행위가 들어가기까지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 의원도 이날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현장 접근도 어려웠고 통로를 확보하거나 깔린 사람들을 빼내는 데도 시간이 상당했다"며 "(당시) 현장 전문가들, 응급 구조했던 분들 대부분이 '질식에 의한 외상성 심정지가 이미 온 상황이어서 소생 가능성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라고 했다"고 했다. "깔리는 순간에 곧바로 구조되지 않으면 대부분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처럼 '대형 압사 사고'의 경우 골든타임이 극히 짧아 사고 발생 이후 생명을 구조하는 응급 지원 활동이 극히 어려워 기본적으로 사고 예방 활동이 가장 중요하다는 게 응급의료 전문가들의 말이다.
다만 이태원 참사 사고수습이 마무리되는 대로 이같은 비극을 막기 위해 현장에서 적절한 응급 및 구조 대응이 이뤄졌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신 의원은 "아직 검토가 필요하나 현장 초기에 투입됐던 응급의학과나 재난대응팀 인력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중증도나 환자의 우선순위 별 처치에 있어서 현장에서 어려움이 있던 것 같다"고 짚었다.
"가령 살릴 수 있는 환자를 우선순위로 의료가 지원이 됐는지 이런 부분에 있어 다시 한 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가까운 병원에 중환자부터 이송해야 하는데 사망자를 이송한다던지 하는 배정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위급 상황 현장에서의 컨트롤 타워 체계가 잘 작동하는지도 사후 평가할 부분으로 꼽았다. 그는 "현장에서는 투입된 의료진들이 누구를 먼저 살릴 것인가 정말 소생 가능한 사람은 누구인가 파악하고 빠르게 응급 처치를 하는 대응이 중요하다"며 "디멧팀 15개가 온 가운데 이런 부분에 대한 컨트롤 타워가 현장에 있었는지, 평소 훈련돼 있었는지, 우선순위를 가지고 대응하도록 지시를 했는지 등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현장의 (응급구조) 상황들이 다 거리를 지나가는 분들한테 노출돼 있었다. 가급적 천막을 치고서 의료 지원을 하고 있기는 했지만 이러한 노출 자체가 현장에 있는 사람이나 지나가는 행인에게 심리적인 충격이나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며 "이런 부분에 있어서도 현장 통제나 대응이 적절했는지 사후에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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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재완 기자 canbestar30@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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