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머리띠 남성 무리가 '밀어! 밀어!'"…일부 네티즌 주장, 진짜일까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서울=뉴스1) 김송이 기자 = '이태원 압사 참사'의 촉발 순간과 관련해 목격자들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30일 온라인 곳곳에서는 현장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의 생존기가 전해졌다. 이들의 글 중에는 '토끼 머리띠를 한 남성'과 관련한 내용이 적지 않다.

네이버 카페에 글을 올린 A씨는 "겨우 살아나왔다"며 사고 당시의 자세한 상황을 전했다. A씨는 "내 뒤에 있었던 20대 후반 돼 보이는 사람이 '아, XX. X 같네. 밀자. 얘들아'라고 말했고 그 친구들이 '밀어! 밀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어 "(그 순간) 뒤에서 밀어버리니까 사람들이 순간적으로 우수수 넘어졌다. 빈 공간이 생겨 좋다고 앞으로 쭉쭉 가며 또 넘어졌다. 이 상황이 반복되면서 뉴스에 나온 것처럼 끔찍한 상황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위쪽에서 손잡고 올려준 사람 덕분에 살았다. 아직도 그 장면이 자꾸 회상돼서 글을 써본다"며 '20대 후반 가르마 펌에 토끼머리띠 남성'에 대한 의심을 드러냈다.

유튜브 뉴스의 댓글로 생존기를 전한 B씨는 "살아나왔음에 감사함과 안도감이 들었지만 사람이 너무 많이 죽어 죄책감이 든다"며 운을 뗐다.

B씨는 "압사 사고 당시 오르막길 위쪽 가게 옆에 있었고 저는 키가 큰 편이라 그나마 목소리가 나올 정도였지만 선 채로 많은 여성분들이 기절하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목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 모든 걸 걸고 맹세한다. 위쪽 양방향 골목에서 인파들이 밀려들고, 사고 났다고 구경하러 더 밀려들어오면서 구조가 늦어졌다. 그날 이태원 거리에 있던 모든 이가 살인자였고 분명히 처음에 밀기 시작한 사람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매년 참석했던 이태원 핼러윈이고, 매년 많았던 인파 속 이번에는 누군가가 밀었다. 이 정도 인원이 모이는 축제는 무수히 많다. 이번 대참사는 누군가의 밀침 때문이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사고 당시 건물 2층에서 지켜봤다는 목격자 C씨도 유튜브 댓글을 통해 설명을 더했다. C씨는 "토끼 귀 머리띠 한 사람과 그 친구들 무리 6명"을 언급하며, A씨와 유사한 주장을 했다. C씨는 "토끼 귀 하신 남성분이 '밀어 밀어'라고 했다. 처음에는 '뒤로 뒤로' 였는데 그 사람이 친구 4~5명과 '밀어 밀어'로 선동해서 '밀어'로 바뀌었고, 사람들이 밀기 시작했다. 앞에 사람들이 넘어져 있는데도 확인 못했는지 계속 밀다가 저희 층에서 그만하라고 물건 던지고 소리치니까 앞에 상황을 확인하고 친구들과 도망갔다. 그 사람 꼭 잡아서 처벌해야 된다"고 말했다.

여러 목격자들의 공통된 증언이 쏟아지자 누리꾼들은 토끼 머리띠의 남성이 찍힌 영상들을 공유하며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토끼 머리띠가 한두 명이 아닐 텐데 마녀사냥이 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된다"고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는 31일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진행된 정례 간담회에서 "사고 현장 주변 CCTV(내부영상망)뿐 아니라 사설 CCTV 42개소 52대를 확보해 분석하고 있으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게시된 영상물에 대해서도 정밀 분석하고 있다"며 "목격자 조사, 영상 분석을 진행 중에 있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경위를 확인 중에 있다"고 답했다.

유원대학교 경찰소방행정학부 염건웅 교수는 YTN과의 인터뷰에서 "특정 업체나 개인 또는 지자체로 가해 대상을 특정하기가 곤란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의견을 드린다"면서도 "누군가가 위해를 가할 의도로 밀었다고 한다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든지 여러 가지 죄목이 적용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축제에서 누구 하나가 떠밀렸더니 넘어지고 연거푸 넘어지고 그런 상황이다 보니 누구 하나를 특정해서 꼭 집어 말하기 어려운 부분일 수 있다"고 재차 설명했다.

이태원 압사 현장에서 생존한 한 누리꾼의 증언. (네이버 카페 갈무리)

syk1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