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평 공간에 질식 한계치 300명 압착… ‘선 채 실신’ 도
■ 압사 피해 왜 컸나
서 있던 여성 비명지르다 늘어져
남성보다 키·체구 대체로 작아
통제불능 인파 속 호흡 더 곤란
경찰 집회인원 추산법 계산시
400명 공간에 1000여명 밀집
넘어져 깔릴 경우 하중만 180t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154명이 숨지는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진 데에는 폭 3.2m, 길이 40m의 가파르고 비좁은 128㎡(약 38.72평) 면적의 골목에 수천 명이 몰린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 골목에 모일 수 있는 적정인원을 경찰이 집회 인원을 추산할 때 쓰는 ‘페르미 추정법’을 토대로 계산해보면, 최대 400명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사망사고가 집중적으로 일어난 18.24㎡(5.5평) 남짓한 공간의 경우 밀집도가 더 심했다. 이 공간에는 사고 당시 300명 이상이 몰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용산구청 등에 따르면, 참사가 발생한 장소는 이태원동 중심에 있는 해밀톤호텔 뒤편인 세계음식문화거리에서 이태원역 1번 출구가 있는 대로로 내려오는 좁은 골목길이다. 이 골목길은 내리막길로 성인 6명 정도가 가로로 서면 꽉 차는 곳이다.
이 골목의 적정인원을 페르미 추정법을 토대로 계산해보면, 최대 380~400명 수준이다. 이 추정법은 3.3㎡(1평)에 성인 남성 9~10명이 설 수 있고, 6명이 앉을 수 있다고 가정하고 이를 전체로 확대하는 방식이다. 이 추정법에 따르면 사고 발생 골목에 모일 수 있는 인원은 ‘밀집 집회’의 경우라도 남성 기준 400명을 넘지 않는다. 그러나 사고 당시엔 이 골목에만 최소 1000여 명이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65㎏ 정도의 성인 100여 명에 휘몰린다고 하면 실제로 하단에 18t가량의 힘이 가해진다고 알려져 있다. 당시 인파가 1000명이 넘으면서 최소 180t 이상의 하중이 가해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망사고가 집중적으로 일어난 5.5평 남짓한 이 공간의 경우 밀집도가 극심했다. 경찰에 따르면 사람들이 넘어지고 뒤엉켜 대규모 피해가 생긴 것은 이 골목 내에서도 폭 3.2m, 길이 5.7m에 달하는 5.5평 공간이었다. 해당 공간에는 사고 당시 300명 이상이 몰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약 300명이 작은 원룸 크기 정도에 불과한 이 공간에 6~7겹씩 뒤엉킨 것이다. 숨진 154명과 다친 149명 등 이번 참사의 거의 모든 사상자가 여기서 나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1㎡(0.3평)에 5명이 들어갈 정도로 인파가 몰리면 그 안에 있는 사람은 몸에 압박을 느끼기 시작한다. 몸도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휩쓸리듯’ 움직이기 시작한다. 여기서 사람이 늘어 1㎡당 10명에 이르면 몸에 가해지는 압박이 비명을 지를 정도로 강해진다. 12명 수준이 되면 실신하는 사람이 발생한다. 5.5평 공간에 55명이 들어가면 밀집 집회 수준, 180명이면 실신 직전의 마지노선 수준이라고 봤을 때, 평균 수준의 5.5배, 생명이 위태로운 마지노선의 1.6배에 달하는 인원이 몰려 참사가 벌어진 것이다.
이는 ‘선 채로 압사’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소방당국은 핼러윈 참사 당시에도 깔리기 전부터 서 있는 채로 실신한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압사 사고에서는 넘어져 깔려 숨진 경우뿐만 아니라 서 있는 상태로 ‘압착 질식사’한 경우들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로 인터넷에 올라온 한 영상에서는 한 여성이 서 있는 상태로 인파가 몰려와 압력을 받던 중 비명을 지르다가 갑자기 힘을 잃고 늘어지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를 두고 압착성 질식사로 추정하는 전문가 분석 결과도 나오고 있다. 이번 참사에서 여성 사망자가 많은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체구, 키가 작기 때문에 압사의 위험이 높고, 인파 위로 머리가 나오지 않아 숨쉬기 역시 불편하다는 것이다.
문현철 숭실대 재난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사고 발생지점의 골목은 올라갈수록 골목의 폭이 좁아지고 경사가 가파른 구조”라며 “이런 곳에 많은 인파가 모이면 뻔히 안전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는데, 구청 등의 대처가 아쉽다”고 지적했다.
송유근 기자 6silver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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