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착한 사마리아인법' 있었다면…경찰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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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압사 참사' 수사에 나선 경찰이 사고의 법적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가리는 데 고심 중이다.
용산구청과 경찰 등 공무원에게 법적 책임을 지우는 방안도 마땅치 않다.
이번 사고와 직접 관련이 없더라도 수사 과정에서 직무유기를 비롯한 불법 정황이 밝혀진다면 형사처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공무원들의 불법 정황을 발견하더라도 이번 사고와 연결되지 않는다면 참사의 책임 규명과는 다소 동떨어진 결과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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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이태원 압사 참사' 수사에 나선 경찰이 사고의 법적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가리는 데 고심 중이다.
대열 뒤편에 있던 일부 시민이나 인근 업소 직원이 대형 인명피해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형사처벌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용산구청과 경찰 등 공무원에게 법적 책임을 지우는 방안도 마땅치 않다.
3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수사본부는 사고 당시 일부 시민이 앞 사람을 고의로 밀었다는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SNS에서는 사고가 난 골목길에서 오르막 쪽에 있던 일부 시민이 '밀어 밀어'라고 외치며 앞 사람을 고의로 밀었다는 증언이 잇따랐다. 경찰은 인근 폐쇄회로(CC)TV와 사고가 기록된 현장 동영상 등을 토대로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고 있다.
앞 사람을 밀어 대열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뒤엉키는 연쇄작용이 일어났다면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 사람들이 뒤엉켜 인명피해까지 나는 상황을 의도하지는 않았더라도 사고가 충분히 예견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앞 사람을 민 행위 자체가 법적으로는 폭행으로 평가되는 만큼 과실 아닌 폭행치사상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반면 '밀어'라고 외쳤다는 당사자를 특정하기 어렵고, 인명피해와 인과관계를 논리적으로 입증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바로 앞 사람을 민 행위와 대열의 맨 앞에 있던 사람이 바닥에 깔린 결과 사이의 여러 단계 인과관계를 하나씩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뒤엉킨 대열에서 탈출한 사람들이 골목 안 가게로 몸을 피하려 하자 가게를 지키는 이른바 '가드'들이 출입을 막았다는 증언도 잇따랐다.
이를 두고 압사 직전 상태인 이들을 구하지 않고 오히려 위험한 상황으로 다시 내몬 가드들을 형사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찰도 이들에게 범죄 혐의가 있는지 검토 중이다. 다만 이들에게 '구조하지 않은 행위' 자체의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위급한 상황에서 남을 구조하지 않았을 때 처벌하는 '착한 사마리아인법'은 국회에서 몇 차례 도입이 논의됐지만 모두 무산됐다.
사고를 예방하지 못한 공무원에게 형사 책임을 지울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참사가 발생한 골목길이 폭 3.2m에 불과하고 경사도가 10%에 달하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번 사고가 인재라는 주장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이 골목길 정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책임을 물을 수 있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번 사고와 직접 관련이 없더라도 수사 과정에서 직무유기를 비롯한 불법 정황이 밝혀진다면 형사처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공무원들의 불법 정황을 발견하더라도 이번 사고와 연결되지 않는다면 참사의 책임 규명과는 다소 동떨어진 결과가 된다.
법무법인 주한의 송득범 변호사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골목길을 정비했어야 한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면서도 "이러한 의무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곧바로 사고 결과와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송 변호사는 이어 "삼풍백화점 사건이나 성수대교 사건 때도 부실 공사 등 구체적인 불법행위가 확인됐는데도 인과관계가 쟁점이 됐었다"면서 "증거 수집과 면밀한 법리적 검토가 우선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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