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자금 경색에 은행 창구만 북적···10월 기업대출 약 9조원 증가

최희진 기자 2022. 10. 3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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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서울의 한 은행에서 5만원권 지폐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금 시장 경색으로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은행 대출 창구로 달려가면서 이달 5대 시중은행의 기업 대출이 약 9조원 증가했다. 기업이 은행 대출을 통해 당장 급한 불은 끄고 있지만, 금리 상승기라 향후 대출 이자를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1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 따르면 지난 27일 이들 5대 은행의 기업 대출 잔액은 703조7512억원으로, 지난 9월 말보다 8조8522억원 불었다. 증가 폭이 지난해 9월의 23조9264억원 이후 1년 1개월 만에 최대였다.

특히 대기업 대출이 한 달 사이 5조8592억원 늘어, 전체 증가액의 66%를 차지했다. 대기업 대출 증가액은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2020년 3월(8조949억원) 이후 2년 7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대출 잔액을 연간으로 보면 올해 들어 5대 시중은행의 기업 대출 잔액은 67조8633억원이 불어, 지난해 전체 증가액(60조2596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기업 대출이 증가하는 것은 올해 주요국 중앙은행의 강력한 통화긴축으로 시중금리가 상승하면서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은 회사채를 발행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최근 강원도의 레고랜드 지급보증 거부 사태까지 발생해 단기 자금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회사채 발행은 더욱 어려워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9월 회사채 발행 규모(16조4480억원)는 전달 대비 19.8% 감소했다.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은 여러 시장 안정 조치를 통해 자금 조달이 어려운 기업은 은행 대출을 이용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고환율·고물가에 고금리 부담까지 겹치면서 이자 부담이 기업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9월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2021년 금융보험업을 제외한 전체 외부감사 대상 기업 중에서 한계기업 비중이 14.9%였으나 올해 18.6%로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계기업은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총이자비용 대비 영업이익)이 1 미만인 기업을 말한다. 1 미만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지 못한다는 뜻이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30일 보고서에서 “그동안 저금리 기조가 유지돼 경기 둔화에도 이자보상배율 악화가 두드러지지 않았는데 최근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기업들의 이자보상배율 하락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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