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꿈 찾으러 간 아들딸 잃은 유학생 부모들의 눈물[이태원 핼러윈 참사]

박은하 기자 2022. 10. 3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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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인해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쪽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30일 한 시민이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이태원 핼러윈 데이 참사로 목숨을 잃은 이들 중에는 외국인 26명도 포함됐다. 외신들은 타국에서 허무하게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안타까운 사연들을 소개했다.

“등을 1억 번 찔린 심정”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애틀랜타 교외에 사는 스티브 블레시는 이번 사고로 차남 스티븐(20)을 잃었다. 조지아의 케네소주립대에 재학 중인 스티븐은 교환학생으로 이번 가을학기부터 서울에 머무르고 있었다.

블레시는 30일(현지시간) 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등을 칼로 1억번 찔린 심정”이라며 “당신의 세계가 방금 무너지고 있는 것과도 같다. 무감각하면서도 파괴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앨라배마주 대학에 다니는 장남 조이를 데리러 차를 몰고 가는 중이라며 “둘은 가장 친한 친구였다. 반쪽이 되어 버린 조이의 심장이 어떻게 다시 온전한 하나가 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블레시는 전날 아내와 식료품을 사고 돌아오던 중 남자 형제에게서 조카의 안부를 묻는 전화를 받고 이태원 사고 소식을 접했다. 스티븐에게 연락이 닿지 않자 주한 미국대사관과 유학센터를 포함해 백방으로 전화를 돌렸고 트위터에도 아들의 생사를 알고 싶다며 도움을 청했다. 이날 오후 11시30분쯤에 주한 미국대사관으로부터 스티븐이 사망자 명단에 포함돼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블레시는 아들은 여행과 농구를 좋아했으며 국제 비즈니스와 동아시아에 열정이 많았다고 전했다. 대학 입학 첫해부터 해외에서 공부할 기회를 기다려 왔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가을에야 해외로 떠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모험을 좋아하는 아들에게 한국행은 그의 첫 번째 큰 모험”이라고 WP에 전했다.

스티븐은 한국에 온 뒤에도 왓츠앱 영상메시지 등으로 부모와 형 조이에게 자주 안부 인사를 전했다. 스티븐은 지난주 “중간고사를 마쳤다”며 “이번 주말 즐거운 시간을 보내겠다”고 아버지에게 문자를 보냈다. 이때 주고받은 메시지가 마지막이 됐다.

스티븐의 부모는 슬픔을 넘어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둔 당국에도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고 NYT가 전했다. 그들의 트위터 계정에도 위로가 쏟아지고 있다.

“여러 가지 도전하던 딸”

이태원 참사로 딸 메이(26)를 잃은 일본 홋카이도 네무로시 주민 도미카와 아유무(60)의 사연을 요미우리신문과 아사히신문이 소개했다.

도미카와는 30일 아침 뉴스를 보고 이태원 참사 소식을 접했다. 딸에게 건 전화를 한국 경찰관이 받으며 길에서 휴대전화를 주웠다고 설명하자 딸이 사고에 휘말렸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이 무사하기만을 기도했지만 이날 저녁 일본 외무성으로부터 사망 통보를 받았다. 도미카와는 딸이 앞서 이태원에 간다고 연락했다며 “멀리서 열심히 했으니 딸을 응원하고 있었는데…”라고 말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도미카와에 따르면 메이는 도쿄에서 액세서리 제작과 웹디자인 일을 하다가 지난 6월부터 한국의 어학 센터에 유학 중이었다. 그는 “딸은 여러 가지에 도전하던 아이였다.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도미카와는 “딸은 정말 한국을 좋아하고 즐겼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많은 친구가 생긴 것 같았다”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메이는 프랑스인 친구와 이태원에 간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30일 이태원 참사 사망자 154명 가운데 26명이 외국인이라고 밝혔다. 이들의 국적은 이란 5명, 러시아 4명, 중국 4명, 미국 2명, 일본 2명, 우즈베키스탄, 노르웨이, 프랑스, 호주, 스리랑카, 오스트리아, 카자흐스탄, 태국, 베트남 각 1명이다. 외교부는 “각각의 외국인 사망자에 대해 담당 직원을 1대 1로 배치해 지원하고 유가족 입국 등 장례 절차 지원을 위해서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태원은 미군 용산기지의 영향으로 외국인들이 드나드는 클럽, 펍 등이 일찍부터 발달했으며 한국에서 가장 글로벌한 번화가로 꼽혔다. 이태원에서 성공을 꿈꾸는 청춘의 이야기를 다룬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로 소개되면서 더욱 명성을 얻었다. 일본에서 <롯폰기 클라쓰>라는 리메이크작이 나올 정도로 특히 인기를 끌었다.

요미우리신문은 30일 1면 기사로 참사 소식을 전하며 “(참사) 현장은 인기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무대가 된 관광 명소이자 일본인에게도 인기 있는 거리였다”면서 “한국 정부가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완화하면서 많은 관광객이 현장에 있었던 것 같다”고 보도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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