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탓에 한국에서만 불가능했던 사업, 샌드박스로 물꼬"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샌드박스 지원센터가 31일 '규제 샌드박스 승인과제와 규제현황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2020년 5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지원센터를 통해 규제 샌드박스 승인을 받은 과제(184건)를 전수분석한 내용 및 규제 샌드박스 의의와 제언을 담았다.
규제 샌드박스는 낡은 법과 제도에 막힌 혁신 사업자에게 특례를 부여하는 제도다. 대한상의는 2020년 5월부터 약 900일간 규제 샌드박스 민간 접수기구로 활동하며 기업들의 규제 샌드박스 통과를 지원하고 있다.
보고서는 규제 샌드박스가 국제적 흐름과 단절되어 한국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를 푸는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상의 규제 샌드박스 승인과제(184건) 중 88%(162건)는 해외에선 가능하지만 국내에선 불가능했던 사업모델로 분석됐다.
대표 사례가 비대면 의료다. 미국, 영국, 유럽 등 선진국 중심으로 시작된 비대면 진료 사업은 코로나19(COVID-19)를 계기로 전 세계에서 주목받았으나, 한국에선 규제로 인해 사업이 불가능했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재외국민 국민을 대상으로 한 한국 의료진의 비대면 진료 서비스, 홈 키트를 활용해 집에서 성병 원인균 검사를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 등 사업이 첫발을 뗐다.
모빌리티 분야에도 갈라파고스 규제를 해결한 사례가 많았다. 자동차 강국인 미국, 독일 등에선 차량 소프트웨어를 무선 업데이트할 수 있는 OTA(오버 더 에어) 서비스, 자율주행차량의 성능을 높일 수 있는 3차원 정밀지도 서비스 등이 가능했지만, 한국은 예외였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자가용을 활용해 병원까지 데려다주는 NEMT(비 응급 병원동행 서비스)는 이미 해외에선 가능한 사업으로 분류됐다. 위 사업들도 규제 샌드박스로 한국에서의 첫 삽을 떴다.
보고서는 규제 샌드박스가 신사업에 기회의 문을 열어 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대한상의 샌드박스 승인과제를 분석한 결과 모빌리티, 공유경제, 의료 분야에서 승인받은 과제가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모빌리티(37건), 공유경제(26건), 의료(23건), 에너지(20건), 스마트기기(17건), 플랫폼(15건), 푸드테크(15건), 로봇·드론(10건), 방송·통신(8건), 펫 서비스(6건), 기타(7건) 등 순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는 샌드박스 사업 관련 제언도 담겼다. 보고서는 향후 발전 방향으로 △신속한 법령 정비 △사업 시행 조건 완화 △컨트롤타워 역할 강화를 꼽았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이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비대면 의료, 공유미용실, 공유주거 등 신사업이 일어나고 있는 공유플랫폼, 국내 여러 식품기업이 관심을 보이는 건강기능식품 관련 규제도 신속하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또 규제 샌드박스 사업들의 시행조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규제 샌드박스로 규제특례를 받을 경우 국민 안전을 위해 실증지역·실증규모·사업 시행 전후 부가 조건이 붙지만, 안전성이 검증된 과제나 규모를 넓혀 실증을 진행해야 하는 과제 등은 조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끝으로 규제부처와 협의를 지원해줄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규제 샌드박스 승인기업이 하나의 사업모델로 여러 부처의 규제를 받는 경우, 규제부처뿐만 아니라 지자체와 협의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규제 샌드박스가 신사업을 시작하려는 기업들에게 기회의 장을 열어주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기업들은 해외보다는 강한 규제 환경 속에서 사업을 시작하고 있다"며 "정부는 국제 기준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제도를 신속하게 정비해 혁신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 뒤처지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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