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딸, 전화 안되네’… 카톡 ‘1’자 지워지지 않았다

이예린 기자 2022. 10. 31.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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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이태원 해밀톤 호텔 부근에 있음. 둘째 딸 전화 안 되네."

30일 정주희(여·30) 씨의 아버지 정해문(62) 씨는 연락이 닿지 않는 딸을 찾으러 해밀톤 호텔로 달려갔지만, 0시쯤 보낸 카톡과 전화에 답은 없었다.

이날 서울 휘경동 삼육서울병원 장례식장에 조카 서모(17) 군의 사망 소식을 듣고 달려온 A 씨는 "중간고사 끝나고 오랜만에 기분 좀 내보겠다고 이태원에 갔는데"라고 전하다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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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핼러윈 참사’ 피해자 정주희(사진 오른쪽) 씨가 생전에 아버지 정해문(왼쪽) 씨와 찍은 다정한 모습. 아래는 아버지 정 씨가 30일 0시쯤 서울 용산구 해밀톤호텔로 달려오면서 딸에게 남긴 카카오톡 사진. 정해문 씨 제공

한밤중 이태원 달려간 아버지

오후 평택 장례식장에서 찾아

과학고 중간고사 끝낸 10대도

기숙사에서 집에 왔다가 참변

“아빠 이태원 해밀톤 호텔 부근에 있음. 둘째 딸 전화 안 되네.”

30일 정주희(여·30) 씨의 아버지 정해문(62) 씨는 연락이 닿지 않는 딸을 찾으러 해밀톤 호텔로 달려갔지만, 0시쯤 보낸 카톡과 전화에 답은 없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정 씨는 오전 내내 딸을 찾아 헤매다가 오후에 평택제일장례식장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가 서울 아산병원으로 딸을 옮겨왔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정 씨는 빈소에 망연자실한 채 앉아 있었다. 정 씨가 딸과 마지막으로 통화한 건 사고 당일 오후 5시 31분. 딸은 “아빠가 보낸 카톡 무슨 뜻이냐”며 “이제 (이태원) 약속에 간다”고 했다. 아버지는 기자와 만나 “얼마 전에도 이태원서 사고 나는 것 같길래 가지 말라고 말렸는데”라며 울먹였다.

아버지 사업을 돕기 위해 유학을 포기하고 국내에 남아 카페를 운영하던 정 씨는 평소 아버지를 매우 따랐다. 정 씨의 외삼촌은 “효심이 매우 깊었고 리더십도 좋았다”고 했다.

이날 서울 휘경동 삼육서울병원 장례식장에 조카 서모(17) 군의 사망 소식을 듣고 달려온 A 씨는 “중간고사 끝나고 오랜만에 기분 좀 내보겠다고 이태원에 갔는데”라고 전하다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외동아들인 조카는 전날 친구 2명과 이태원에 갔다가 참변을 당했다. 지방 과학고에 다니던 조카는 성적이 우수했고 전교회장을 할 정도로 신망을 얻던 학생이었다고 한다. A 씨는 “기숙사에서 생활하다가 간만에 서울 집에 올라왔는데 이런 일이 생겼다”며 “친구 1명은 다쳤고 나머지 한 친구는 연락이 안 되고 있다”고 흐느꼈다.

서 군의 이모도 “외아들이었던 조카는 공부도 잘하고 밴드부 동아리를 열심히 해 여동생이 매일 카톡으로 조카 자랑을 하는 게 일상이었다”며 “이날도 조카가 머리에 천사 날개를 쓰고 놀고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했다. 이어 “조카가 중학교 때 친구들과 이태원에 간다고 했다가 변을 당했다고 들었다”며 “입술이 터지고 머리에 타박상을 입은 조카를 보고 눈물이 쏟아졌다”고 했다.

이예린·김보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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