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순이 우리 손녀, 얼마나 악바리같이 살았는데… 너무 불쌍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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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바리같이 살았는데, 이렇게 가니 너무 불쌍하잖아너무 불쌍해."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숨진 20대 여성들이 안치된 서울 장례식장 곳곳에는 애끊는 통곡이 가득했다.
30일 오후 서울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에는 전날 이태원에서 숨진 박모(여·27) 씨의 빈소가 차려졌다.
A 씨는 "그것이 얼마나 불쌍하게 컸어, 너무 불쌍하잖아, 얼마나 악바리같이 살더니"라며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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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타까운 사연들
새직장 6개월차 27세 朴모 씨
부모 맞벌이… 할머니가 키워
친구 3명과 갔다가 2명 참변
美 CPA · 취업 26세 李모 씨
“이번 여름학기에 졸업했는데
졸업사진이 영정사진 되다니”
이예린 기자, 성남=박성훈 기자
“악바리같이 살았는데, 이렇게 가니 너무 불쌍하잖아…너무 불쌍해.”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숨진 20대 여성들이 안치된 서울 장례식장 곳곳에는 애끊는 통곡이 가득했다. 30일 오후 서울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에는 전날 이태원에서 숨진 박모(여·27) 씨의 빈소가 차려졌다. 올해 새 직장으로 이직한 지 6개월쯤 된 주니어 회사원인 박 씨는 평소 활발하기보단 ‘집순이(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여성)’에 가까웠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맞벌이를 한 까닭에 할머니 A 씨와 함께 살았다.
A 씨는 아침부터 병원 장례식장 로비에서 “(손녀가) 나를 기다릴 텐데 어디 가 있나, 얼마나 무서웠을까”라며 하염없이 눈물을 훔쳤다. A 씨는 “그것이 얼마나 불쌍하게 컸어, 너무 불쌍하잖아, 얼마나 악바리같이 살더니”라며 울었다. 친동생 박모(12) 양은 지난해 5월 생일 때 언니가 줬던 노란 인형을 양손에 붙들고 있었다. 사촌 여동생 서모 씨는 30일 박 씨와 단풍구경을, 다음 달 제주도를 가기로 약속했지만 모든 걸 할 수 없게 됐다.
29일 박 씨는 마지막으로 할머니, 고모부 등 가족과 점심을 함께하고 오후 3시쯤 집을 나섰다. 저녁에 친구 3명과 이태원으로 향했지만, 그중 2명이 편의점으로 가겠다고 잠시 떠난 사이 남아 있던 박 씨와 친구는 골목에서 사고를 당했다. 사촌 동생 서 씨는 29일 오후 9시 30분쯤까지 박 씨와 연락을 했다. “이태원 위험하니 오지 마”라는 박 씨의 연락에 서 씨는 “난 안 갈 거니까 언니는 조심해서 빨리 와”라고 했다. 서 씨는 “언니랑 그렇게 연락한 게 마지막이었다”며 울먹였다.
30일 서울 휘경동 삼육서울병원 장례식장에는 막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공인회계사(AICPA)에 합격, 갓 취업한 이모(여·26) 씨의 빈소가 마련됐다. 외동딸 이 씨의 영정사진 앞엔 평소 좋아했던 과자 ‘자가비’ 3개가 올려져 있었다. 그의 아버지 B 씨는 “딸이 자가비를 좋아해서 올려놨다”며 “전날 집사람과 등산 차 1박을 하고 잔 탓에 아침 7시가 돼서야 알고 전화했는데 끝내 받지 않더라”며 분통해 했다. 이어 “이번 여름학기에 졸업했는데, 졸업사진이 영정사진이 됐다”며 울먹였다. 그의 고등학교 친구들은 “이제 취업해서 못 놀았던 거 처음으로 노는 거였는데”라고 전했다.
이 씨의 외할아버지 강모(83) 씨는 장례식장 밖에서 한참을 혼자 앉아 울었다. 2∼3세 시절 맞벌이였던 딸 내외를 대신해 이 씨를 키웠던 강 씨는 “미치겠다”며 “세상이 더러워서 지금 뉴스도 안 본다”고 괴로워했다. 이 씨는 1년 반 수험생활을 마치고 AICPA에 합격한 뒤 처음으로 놀러나 간 자리가 마지막이 됐다. 키가 150㎝대였던 그는 같이 갔던 친구와 손을 놓치며 변을 당했다.
사고 현장에 있다가 오른쪽 다리에 중상을 입고 경기 성남시 분당차병원에 입원해 치료 중인 대학생 장모(여·21) 씨 어머니 이명대(50) 씨는 “주위에서도 ‘딸 괜찮냐’고 계속 전화가 와서 정말 어떻게 되는 줄만 알았는데, 딸로부터 살아있다는 전화가 와 정말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장 씨는 사고 당일 2시간여 동안 사상자들 사이에 깔려있다가 밤 12시쯤 구조됐다.
이 씨에 따르면 장 씨는 참사 당일 저녁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친구 3명과 이태원을 방문했다가 오후 9시쯤 사고가 발생한 골목에서 발이 묶였고 쓰러진 사람을 일으켜주다 인파가 뒤엉키며 몸이 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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