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통제 안한 경찰… 변명은 “공식축제 아니어서”

권승현 기자 2022. 10. 3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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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지난 29일 밤 경찰이 이태원 일대 차로에 차량 통행을 막고 사람에게 길을 열어줬다면 비극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거에도 이태원 핼러윈 행사를 위한 주변 차로 차량 통제는 없었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또 핼러윈 행사가 열리기 2주 전인 지난 15~16일, 이태원지구촌축제가 열렸을 때 경찰이 이태원로·보광로의 차량 통행을 전면 통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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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30일 새벽 경찰 및 소방구급 차량이 현장에 출동해 있다. 뉴시스

2주전 이태원 지구촌축제땐

이틀간 차량 통행 전면 통제

“車 막았다면 밀집 덜했을 것”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지난 29일 밤 경찰이 이태원 일대 차로에 차량 통행을 막고 사람에게 길을 열어줬다면 비극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은 핼러윈 행사는 ‘공식 축제’가 아니므로 차량 통제를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1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릴 것이 자명한 상황에서, “공식축제가 아니다”라며 일련의 안전 관리를 하지 않은 것은 경찰의 직무유기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참사가 발생한 골목길은 이태원로와 세계음식거리를 연결하는 좁은 경사로였다는 점에서 차로를 개방했을 경우 골목길 인파 압력은 크게 줄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29일 사고가 나기 전) 경찰은 일반 교통 관리만 했다”며 “차량이 다니지 못하도록 (이태원로 일대를) 통제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선제적으로 차량 통제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 관계자는 “이태원 일대에서 열리는 핼러윈 행사는 공식적인 축제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현장에 있었던 용산구 관계자는 “사람들이 인도를 넘어 차도로 계속 내려오자, 경찰이 오후 8시쯤에야 임시로 1개 차로 일부 공간을 통행할 수 있도록 해줬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이태원 핼러윈 행사를 위한 주변 차로 차량 통제는 없었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또 핼러윈 행사가 열리기 2주 전인 지난 15~16일, 이태원지구촌축제가 열렸을 때 경찰이 이태원로·보광로의 차량 통행을 전면 통제했다. 이태원지구촌축제는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가 주최하고 서울시와 용산구가 후원하는 글로벌 문화 축제다. 축제가 열린 이틀간 이태원에 모인 관광객은 용산구 추산 100만 명에 달했지만, 큰 안전사고 없이 종료됐다.

지난해 핼러윈 인파를 고려하면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압사 사고가 발생한 29일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이용객 수만 총 13만131명이었던 것으로 서울교통공사 집계 상 밝혀졌다. 인근 역인 녹사평역 이용객과 지하철 외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한 시민 등까지 포함하면 실제 인원은 더 많을 전망이다.

이태원동에서 12년 동안 거주했다는 외국인 레이건 씨는 “원래 이태원 일대에 큰 이벤트가 열리면 차량 통행을 막았는데, 왜 올해 핼러윈엔 통행을 허용한 건지 모르겠다”며 “경찰의 실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차량만이라도 이 부근으로 못 들어오게 통제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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