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브라질 사상 첫 ‘3선 대통령’…중남미에 ‘좌파 물결’
보우소나루 現대통령 1.8%P차 따돌려
좌·우파 1대1구도 선거 12년만에 재집권
극한 대립·사회 분열 극복이 최우선 과제
美 뒷마당 좌파 잇단 집권…中 밀착 예고
바이든·마크롱 즉각 공개 축하메시지 발신
남미 대국 브라질을 이끌었던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시우바(77) 전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에서 승리했다. 30일(현지시간) 실시된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에서 룰라 노동당(PT) 후보가 사회자유당(PSL) 후보인 자이르 보우소나루(67) 대통령을 가까스로 누르고 승리했다.
브라질 선거법원 선거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전자투표 종료 시간(오후 5시·수도 브라질리아 기준) 이후 곧바로 시작된 개표는 오후 9시 현재 99.9% 개표를 완료한 가운데 룰라 전 대통령이 50.90%를 득표해 49.10%를 득표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1.8%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브라질 최고선거법원은 개표율 98.91%가 돼서야 룰라 전 대통령의 당선을 공식 발표했다.
구두닦이서 노동운동 거쳐 이번에 브라질 역사상 첫 3선 대통령이라는 새 기록을 쓴 룰라 당선인은 남미 좌파의 대부로 통한다.
2003∼2010년 연임하며 남미 대국 브라질을 이끌었던 룰라 당선인은 이번 당선으로 12년 만에 재집권 하게 됐다. 임기는 2023년 1월 1일부터 4년 간이다. 상파울루 최대 번화가인 파울리스타 대로에서 개표 방송을 지켜보던 룰라 당선인 지지자들은 당선 확정 소식에 일제히 환호하며 승리를 만끽했다. 차량 경적을 울리며 분위기를 돋우는 시민도 있었다. 반면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은 크게 실망한 듯 패배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자투표 종료 시간(오후 5시·수도 브라질리아 기준) 이후 곧바로 시작된 개표는 피를 말리는 초접전 양상으로 진행됐다.
룰라 당선인은 개표 직후 잠깐을 제외하곤 줄곧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뒤지다가 격차를 점점 줄였고, 개표율 67%대에 처음으로 역전한 뒤 근소하게 차이를 벌려 나갔다. 결국 개표 막바지가 돼서야 당선을 확정했다.
지난 2일 1차 투표 당시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60%대 후반까지 우위를 보인 것과 비슷한 양상이 되풀이됐다. 1차 투표에선 룰라 전 대통령이 70% 초반부터 선두로 나서 결국 1위를 차지했으나, 과반 득표에는 실패해 이날 결선투표를 치르게 됐다.
아직 지역별 득표율이 정확히 발표되진 않았으나,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 등 남부 인구 밀집 도심 지역에선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미나스제라이스와 페르남부쿠 등 북동부 지역에서는 룰라 전 대통령이 우위를 보이는 것으로 파악됐다.
상파울루에서 TV 개표 생방송을 지켜본 룰라 당선인은 이날 밤 파울리스타 대로로 나와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며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이번 결선에서 두 후보의 득표율은 1989년 브라질에 직선제를 도입한 이후 가장 작은 차이를 보인 것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올해 브라질 대선은 유력한 제3의 후보가 없는 가운데 사실상 좌·우파 후보의 일대일 대결구도로 치러지면서, 극단적으로 분열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새로 출범하는 룰라 정부는 향후 국정 운영에서 국민적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는 게 주요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룰라 당선인에게 내내 밀렸던 보우소나루 대통령 측은 그간 전자투표기기의 신뢰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며,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음을 내비쳐왔다. 앞서 대선을 치른 멕시코, 아르헨티나, 페루, 칠레, 콜롬비아 국민들도 잇따라 좌파 정부를 선택해 중남미 전역에 ‘핑크 타이드(좌파 물결)’가 일렁이고 있다. 미국의 뒷마당인 중남미에서 좌파 정부가 잇따라 출현하면서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려는 미국으로선 곤란이 더해졌다.
중국은 특히 브라질과 매우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양국 관계는 룰라 정부 시절이던 2008년 세계 금융위기 회복에 신흥국가 역할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브릭스(BRICs) 등을 계기로 급속히 가까워졌다.
한편 룰라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직후 미국과 프랑스 대통령이 즉각 공개로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그와우리 두 나라 사이에 있는 여러 공통된 도전에 대응하고 우정의 연대를 새롭게 하기 위해 힘을 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앞으로 여러 달, 여러 해 동안 양국 사이의 협력을 계속해 나가기 위해 함께 일하게 될 것을 고대한다”며 축하했다.
한지숙 기자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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