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핼러윈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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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전 미국 연수 중에 접한 핼러윈은 괴기스러웠지만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문화 충격이었다.
올해 미국에서 팔린 핼러윈 사탕, 장식, 의상만 106억 달러(약 15조 원)에 이를 정도다.
미국 명절 때문에 한국 부모들은 '핼러윈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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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20여 년 전 미국 연수 중에 접한 핼러윈은 괴기스러웠지만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문화 충격이었다. 귀신, 해골, 캐릭터 옷(코스튬)을 입고 다른 집에 가서 ‘간식을 주지 않으면 장난칠 거야(trick or treat)’를 외치면 사탕을 받아오는 재미에 푹 빠졌다. 국내 돌아와 보니 영어 학원 등에서 핼러윈이 우리 명절보다 더 인기 있는 날이 됐다. 업체들의 상업적인 마케팅과 겹치면서 설이나 추석, 크리스마스보다 더 들뜬 ‘명절’이 되고 말았다.
10월 31일인 핼러윈은 고대 켈트족이 새해(11월 1일)에 치르는 사윈(Samhain) 축제에서 유래했다. 켈트족은 이날에는 사후 세계와 경계가 흐릿해지면서 악마나 망령이 세상에 나타날 수 있다고 여겼다. 사자(死者)의 혼을 달래고자 모닥불을 피우고 음식을 내놨으며 망령이 알아보지 못하도록 변장을 했다고 한다. 이후 8세기 유럽에서 가톨릭 교회가 11월 1일을 ‘모든 성인 대축일’로 지정하자 그 전날인 10월 31일에 사윈 축제를 이어갔고 ‘신성한(hallow) 전날 밤(eve)’이라는 의미로 이후 핼러윈으로 불리게 됐다.
올해 미국에서 팔린 핼러윈 사탕, 장식, 의상만 106억 달러(약 15조 원)에 이를 정도다.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지난 3년간 행사가 열리지 못한 데 대한 보복 소비도 가세해 최고의 매출을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유치원부터 클럽에 이르기까지 핼러윈 마케팅으로 몸살을 앓았다. 코스튬과 사탕을 준비하는 데 보통 1인당 10만 원가량 들어가고, 해외에서 직구 하다 보니 부담도 만만치 않다. 미국 명절 때문에 한국 부모들은 ‘핼러윈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핼러윈 참사는 세계적으로 기록될 대형 사고다. 지난 1일 인도네시아 축구장에서 132명의 관중이 압사한 사고보다 피해가 더 컸다. 좁은 골목길에 많은 인파가 몰렸고, 앞에서 사고가 났는데도 핼러윈 복장을 하고 있어 사고가 아닌 것으로 인식하는 바람에 피해가 더 컸다고 한다. 압사 사고로는 지난 1990년 7월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인근에서 성지순례를 하다 1426명이 사망한 사고가 가장 크다. 핼러윈 본연의 의미는 사라지고 ‘클럽 이벤트’로 변질해 과도하게 상업적으로 흐른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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