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YS와 박근혜, 참사에 대처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자세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컨트롤 타워와 말풍선 약속
국민들 가슴에 씻지 못할 트라우마
수사본부 경찰 475명만큼만 미리 배치했더라면
민생행보로 회복된 윤 대통령의 지지율
정쟁보다 국민들 삶에 천착하는 대통령 자세 보이길
한국 현대사에 6.25전쟁 만큼 참혹한 비극은 없지만 이후 어느 정권에서도 재난과 참사는 항상 있었다.
이 중에서도 참사의 규모나 국민적 충격이 큰 참사는 김영삼 정부와 박근혜 정부 때로 꼽힐 것이다.
문민정부를 시작한 김영삼(YS) 정부는 출범 첫해인 1993년부터 1997년까지 5년 동안 대형참사가 끊이지 않았다.
사람 10명 죽는 것은 대형 사고도 아닐 정도로 국민 기억 속에 아직도 생생히 남아있는 재난과 참사만 10건에 이른다.
1993년 3월에 부산 구포역 열차 전복사고를 시작으로 석달 뒤 연천 예비군 훈련장 폭발사고, 한 달 뒤 목포 아시아나 항공기가 추락사고, 석달 뒤에는 부안에서 서해 페리호 침몰사고로 무려 292명이 목숨을 잃었다.
다음해 10월에는 국민들 기억에 생생한 성수대교 붕괴사고가 발생했고 3일 뒤에 충주 유람선 화재사고가 났고 이후 아현동 가스폭발 사고와 대구 지하철 공사장 가스폭발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1995년 6월에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502명이 숨지는 초대형 참사가 발생했고 사실상 임기 마지막 해인 1997년에는 괌에서 대한항공 801편이 추락해 228명이 사망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임기 말에 외환위기 까지 겪었으니 금융실명제와 하나회 척결, 공직자 재산공개라는 위대한 업적을 남겼음에도 가장 불운한 대통령으로 기억된다.
김영삼 정부 시절 줄줄이 발생한 후진국형 참사들이 국민들 자긍심에 큰 상처를 남겼지만 이전 상처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의 국민적 트라우마를 남긴 사건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일 것이다.
애꿎은 10대 소년·소녀들이 차가운 바닷물 속에 갇혀 숨졌으니 그 아픔을 어찌 필설로 다시 옮길 수 있을 것인가.
세월호 참사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2022년 가을, 서울 도심 한복판 이태원에서 청년들 150여명이 목숨을 잃은 참사가 발생했다.
산업화와 현대화를 넘어 디지털 세상을 구축하는 시대에 수많은 청년들이 골목길에 갇혀 압사했다는 사실은 씻지 못할 한국적 트라우마로 또 다시 남을 것이다.
이번에도 정부의 미흡한 사전 대응이 지적됐고 사후 약방문식 대책이 남발될 것이다.
언론이 이번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국민들과 슬픔을 함께 나눈다해도 다음 참사를 막는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다만, 이런 애통과 좌절 속에 국민들은 그래도 정부를 이끄는 대통령에게 일말의 기대를 걸 수 밖에 없다.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던 시간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이 바로 보이지 않았고 적절한 조치를 못했다는 사실에 아직도 화가 난다.
김영삼 대통령이 한 달이 멀다하고 참사가 발생하는데도 그때마다 말 뿐이었고 사고 재발방지 약속은 구두선이었다는 점을 기억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30일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을 즉각 방문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수 차례 주재하는 등 사고수습 컨트롤타워 다운 행보를 보여줬다.
윤 대통령은 "사고 수습과 후속 조치를 국정의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과 경찰은 수사인력 475명으로 즉각 특별수사본부를 차려 압사사고 원인을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검사 출신인 윤 대통령이 사고원인 조사에 강점이 있을 것이라는 당연한 기대보다 이런 후진국형 사고가 윤석열 정부에서는 재발하지 않는 것이다.
핼러윈 축제가 열린 29일 밤 이태원 거리에 배치된 경찰이 고작 100여 명에 불과했다. 이제 와서 수사본부에 투입한 경찰숫자 만큼만 배치했어도 희생자를 줄였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 인력을 미리 배치했어도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말은 국민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격이다.
31일 발표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가 넉달 만에 30%대 중반을 회복했다.
이에는 야당과의 전쟁 등 정쟁과 거리를 두고 민생현장을 줄기차게 찾아온 윤 대통령의 행보에 대한 평가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태원 압사사고 참사를 수습하면서 윤 대통령이 진정으로 국민들의 삶에 천착하는 대통령이라는 확신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취임 한지 반 년이 안된 대통령의 지지도가 35.7%라는 것은 여전히 실망스런 부분이다.
YS와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당당한 앞모습'보다 '처연한 뒷모습'으로 기억되고 있는 이유를 윤 대통령은 냉정히 되돌아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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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규완 기자 kgw2423@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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