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튜버'는 유튜브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 [긱스]
'버튜버'는 가상의 유튜버입니다. 3차원(3D) 애니메이션의 모습으로 시청자와 소통합니다.어느덧 개인 방송을 이끌어나가는 주체로 떠오른 이들은 유튜브 후원 수익의 상위권에 위치합니다. 현실의 동작을 그대로 옮겨 버튜버를 돕는 비전 인공지능(AI) 기술도 발전 추세입니다.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마인드로직의 김진욱, 김용우 대표가 한경 긱스(Geeks)에 보내온 세 번째 ‘AI 담화(談話)’는 미디어 생태계를 바꿔가고 있는 버튜버의 도약입니다.
'취향저격' 개인 방송 시대의 도래
매체 환경은 곧 대중문화의 토양이다. 20세기 주류 플랫폼은 TV였다. 불특정 다수가 화면 앞에 모여 하나의 프로그램을 일방적으로 시청했다. 디지털 미디어 분야 선구자로 불리는 로버트 터섹은 "앞으로 첫 번째 스크린은 휴대전화"가 될 것이라 단언한 바 있다. 실제로 모바일 디바이스의 보급률이 치솟으면서 미디어 생태계 지형도 송두리째 뒤바뀌었다. TV와 관련된 모든 레거시 미디어 또한 이미 새로운 질서로 재편된 지 오래다.
대중문화의 현재는 유튜브에 집중되고 있다. 모바일 기기 확산과 더불어 디지털 인프라 수준이 대폭 개선되고, 실시간으로 대용량 데이터 교환이 가능해지면서 유튜브 플랫폼은 영상 콘텐츠를 매개로 전 세계를 연결하는 데 성공했다. 데이터 분석에 기반해 ‘취향저격’을 하는 인공지능(AI) 기술 덕에 이용자들은 개인화된 콘텐츠를 공급받는 것에 익숙해졌으며, 그 결과 유튜브는 기존 매스미디어가 정립해온 형태와는 완전히 다른 구조의 매체 환경을 완성했다.
이후 수많은 사람이 유튜버로 거듭났고, 개인 방송 시장도 급격하게 성장했다. 포브스는 올해 크리에이터 시장 규모를 1042억달러(약 150조원)로 예측했으며, 어도비의 '크리에이티브의 미래' 보고서 또한 2020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1억 6500만 명 이상의 신규 크리에이터가 등장한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플랫폼의 진화와 새로운 콘텐츠의 등장, 그리고 이를 뒤따르는 자본의 유입은 반복되는 현상이다. 기술 진보에 따라 대중들의 문화적 소통 방식은 끊임없이 변화해왔고, 사용자들은 뒤바뀐 환경에 곧장 적응하며 새로운 트렌드와 시장을 만들어냈다. ‘아프리카TV의 아버지’로 불리는 서수길 창업자가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던 “누구나 방송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은 실제 현실이 됐다.
'슈퍼챗' 상위 20명 중 19명이 버튜버
유튜브를 비롯한 뉴미디어 플랫폼 시장이 팽창함에 따라, 마침내 창작자를 중심으로 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시대도 본격화됐다. 디지털 환경을 통해 대중들에게 자신만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창작 활동을 전개하는 것은 훨씬 이전부터 가능했으나, 누구나 크리에이터로 거듭나 실질적인 이익을 거둘 수 있는 환경이 완전하게 조성된 시점은 비교적 최근이다. 안정적인 시장 환경이 구축된 이후부터는 개인 방송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다양한 서비스나 플랫폼들도 속속 등장해,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1인 미디어 진입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전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개인의 크리에이터 도전을 저해하는 가장 본질적인 장벽은 자신의 정체를 대중에게 드러내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이러한 제약을 허무는 방법의 하나로 ‘버추얼(Virtual)’이 급부상하고 있다. 2016년 최초의 ‘버추얼 유튜버(버튜버)’ 키즈나 아이가 일본에서 등장했고, 팬데믹 이후 버튜버는 라이브 스트리밍 시장의 주류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아프리카TV, 트위치 등 대표적인 실시간 방송 플랫폼에서도 메인 화면에 버튜버가 등장하기도 한다.
구글 트렌드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2020년 상반기부터 버튜버에 대한 관심도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업계에선 현재 활동 중인 버튜버만 1만 6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한, 유튜브 통계업체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지난해 유튜브 실시간 방송 후원 기능 슈퍼챗의 수익 상위 20명 중 19명이 버튜버인 것으로 나타나 신선한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버추얼 유튜버에 대한 검색량이 가장 많은 나라는 현재 일본이다. 그러나 라이브 스트리밍 시장 내에서 버추얼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는 흐름은 특정 국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때문에, 업계 대표 기업으로 꼽히는 일본의 ‘ANYCOLOR(애니컬러)’도 자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광범위하게 공략하고 있다. 자체 버튜버 그룹 니지산지 산하에는 일본 본토 소속 141명 이외에, 영어권 그룹 버추얼 유튜버 20여명이 소속돼 있다. 중국 최대 동영상 플랫폼 빌리빌리와 협업을 기반으로 중국에서 진행하는 버추얼 스트리머 프로젝트 '버추얼 리얼'도 운영한다. 46명 이상의 니지산지 소속 버튜버가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버추얼 크리에이터가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매김하면서 자본 시장도 기민하게 움직였다. 애니컬러는 올해 6월 주당 4800엔(약 4만6559원)에 도쿄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애니컬러의 주가는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 10월 기준 시가총액이 3700억엔(약 3조6200억원)이 넘을 정도다.
현실 움직임을 가상에 옮기는 기술들
애니컬러의 성공적인 도약을 통해 버추얼 크리에이터 관련 시장성은 이미 입증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시장의 규모는 어디까지 팽창할까. 필자가 몸 담고 있는 AI 스타트업 마인드로직은 향후에 전체 버추얼 유튜버 인구가 지금의 10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라 추산하고 있다. 버튜버 진입 장벽을 혁신적으로 허물어 내는 기술적인 진보가 이미 곳곳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현재 버추얼 유튜버 구현의 핵심적인 기술은 두 가지 축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모션 트래커 등 센서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버튜버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완성되는 아바타의 품질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서는 별도 촬영 장비 이외에 고가의 장비를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 장비 사양에 따라 비용은 천차만별이나 적게는 수백만원,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든다.
두 번째는 모션 센서 없이 사전에 만들어놓은 애니메이션을 통해 움직임을 만드는 형태다. 일본의 버튜버 애플리케이션 'REALITY' 등이 이러한 형태로 움직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고개를 끄덕인다거나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는 등 미리 정해진 몇 개의 동작만을 할 수 있어서 모션 트래킹을 통한 움직임에 비하면 표현이 현격히 제한된다.
결국 버튜버 규모가 확대되기 위해서는 높은 퀄리티의 움직임과 실시간성을 보장하는 동시에, 비용 부담을 줄이고 간편하게 아바타의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차세대 기술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마인드로직에서 최근 진행한 소셜 AI 서비스 오픈타운의 2.0 서비스 업데이트에서도 가장 공을 들인 영역이 아바타였다. 독자 개발한 모바일 네이티브 3D 아바타 시스템 기반 신규 콘텐츠를 선보이면서, AI 비전 기술을 바탕으로 한 실시간 표정‧모션 디텍션 및 리타겟팅 기술을 개발하여 서비스에 적용했다. 이 기술은 별도의 모션 디렉터나 수트 특수 VR 장비 없이 스마트폰 내장 카메라만으로도 실시간 이미지 추적을 가능케 한다. 모바일 디바이스만으로 이용자의 표정과 동작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아바타를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버튜버'는 유튜버의 현재다
새로운 시장이 등장한 이후 누구나 관련된 콘텐츠에 쉽게 접근할 수 있을 때, 거대한 트렌드 변화가 일어난다. 옥스퍼드대학 출판사는 2013년을 대표하는 단어로 ‘셀피(selfie)’를 선정한 바 있다. 2002년에 처음 등장한 단어는 10여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 당시 모두가 주목하는 단어로 떠올랐다. 스마트폰의 대중화 이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SNS가 급격하게 인기를 끌면서 2012년 대비 영어권 국가에서 단어 사용 횟수가 1만 7000%가량 증가했었다.
누구나 방송인이 되어 수익을 실현할 수 있을지 모르고 있었지만, 많은 사람은 어릴 때부터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하고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지금도 유튜버를 꿈꾸고 있다. 버튜버 진입에 대한 기대 수요가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니즈를 충족시키고자, 기술 혁신을 통해 아바타 구축을 지원하고 버추얼 유튜버 대중화에 기여하는 오픈타운과 유사한 솔루션들이 앞으로도 꾸준히 등장하며 시장을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파생될 경제적 효과는 상상 이상일 것이다. 애니컬러는 광고 수익, 유튜브 수퍼챗을 통해 수입을 얻는 것 이외에도 팬클럽이나 굿즈 판매, 기업과의 제휴 기획 등 다양한 영역으로 발 빠르게 비즈니스를 넓히고 있다. 지난 9월 공개된 애니컬러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21억엔(약 200억원) 규모였으며, 이는 매출 42억엔(약 400억원)의 절반에 해당할 정도로 높은 이익률이다. 앞으로의 영업이익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 유튜버에 비해 버튜버는 시장 가치가 높다. 버튜버의 주체가 아바타를 뒤에서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 캐릭터로 대변되는 무형자산인 IP에 있기 때문이다. 버추얼 유튜버는 늙지 않고 이미지를 영원히 유지할 수 있다. 시공간적 제약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뿐만 아니다. 팬덤을 확보한 이후 뻗어나갈 수 있는 분야도 무궁무진하다. 앞으로 시장성이 입증될수록 버튜버 진입에 대한 수요는 더욱 증가하는 선순환 고리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유입이 증가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관련 콘텐츠도 다각화될 전망이다.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미 스탠퍼드대 경영학 석사(MBA)
△KTF 전략 및 신규 사업 담당
△맥킨지앤컴퍼니
△네이버 라인 글로벌 사업 담당
김용우 마인드로직 공동대표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미 버클리대 경영학 석사(MBA)
△캣츠앤독스 대표
△LG전자 북미법인
△스토리팝 대표
△맥킨지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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