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선박은 韓, 중형은 中이 우위… 기술 격차 유지가 중요”
액화천연가스(LNG)선을 비롯한 고부가가치 선박과 대형 선박에서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의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조선사의 도전이 계속되고 있다. 아직 우리 조선업계가 경쟁력에서 앞서지만, 국내 중형 조선소 구조조정 과정에서 중국에 중형 선박 시장을 내줬던 것과 같은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한중일 3국의 선종 및 선형별 신조선 시장 점유율 변화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조선사가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의 약 90%를 수주했다. 크루즈선과 일부 특수선, 중소형 상선을 제외하면 한·중·일 3국의 경쟁 구도가 뚜렷하다.
탱커선(유조선) 시장이 최대 격전지다. 최근 5년간 건조량 기준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점유율은 한국 61.5%, 일본 19.7%, 중국 18.3% 등으로 우리나라가 앞서고 있다. 다만 중대형급인 아프라막스(Aframax·8만~12만톤)와 LR(Long Range)2형 제품선 점유율은 중국 37.8%, 한국 36.8%, 일본 19.4% 순으로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양종서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내 중형 조선사의 구조조정 영향과 대형 조선사의 소극적 참여로 2018년 이후 아프라막스·LR2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이 급격히 쇠퇴해 중국에 역전됐다”고 말했다.
컨테이너선 시장도 우리 조선사의 경쟁력이 약해지고 있다. 1만7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급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선 시장은 한국이 과거 5년(2013년~2017년)간 95%의 점유율을 기록했으나, 최근 5년 점유율은 48.8%로 줄었다. 중국(33.3%)과 일본(14.3%)의 점유율이 늘었다. 특히 중대형 컨테이너선(6000~1만2000TEU) 시장과 중형 컨테이너선(3000~6000TEU) 시장에서 우리 조선사의 점유율은 1% 미만으로 떨어지고 중국과 일본이 양분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대적으로 기술 난도가 낮고, 자국 수요가 많은 드라이 벌크선(건화물선) 시장은 중국이 주도권을 잡았다. 최근 5년간 초대형 건화물선 시장 점유율은 중국 73.1%, 일본 17%, 한국 8.3% 순이었다. 중형·중소형선 시장에선 우리 조선사의 입지가 사실상 사라지고 중국과 일본의 양강 구도가 굳어졌다.
고부가가치 선박인 가스선 시장에선 우리나라가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5년(2018년~2022년 8월)간 우리나라의 대형 LNG선 점유율은 82%로 일본(11.5%), 중국(6.5%)을 크게 앞서고 있다. 같은 기간 조선사별 건조량을 보면 대우조선해양 67척, 삼성중공업 39척, 현대중공업 35척, 현대삼호중공업 23척으로 우리 조선사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중국 정부가 증가하는 LNG 수요에 맞춰 자국 조선사를 밀어줄 전망이어서 도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종합해보면 대형 선박 시장보다 중형 선박 시장에서 중국 조선사의 점유율 잠식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국내 중형 조선사가 불황을 겪으면서 구조조정으로 퇴출당한 영향이 컸다. 양 선임연구원은 “국내 중형사들이 주로 활동하는 탱커 시장의 경우 중형 조선소의 퇴출로 시장 점유율 상당 부분을 잃어버리는 결과가 초래됐다”며 “국내 구조조정 정책과 관련해 산업 전략적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기술 격차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해질 전망이다. 양 선임연구원은 “현재까지 경쟁국의 공세를 잘 방어했으나 앞으로 스마트 선박, 스마트 야드 등의 수준이 조선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며 “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미래의 점유율 구조를 결정하는 만큼 조선업계는 물론 다른 산업과의 협력을 통해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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