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가 돌아왔다"…중남미에 '핑크 타이드' 화룡점정

CBS노컷뉴스 최철 기자 2022. 10. 3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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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대선 결선투표에서 승리한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시우바 당선인(가운데)이 30일(현지시간) 상파울루에서 지지자 환호에 손을 들어 감사의 뜻을 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에서 룰라(76) 전 대통령이 현 대통령을 가까스로 눌러 브라질 최초 3선 대통령을 눈앞에 두게 됐다.

중남미 좌파의 대부로 불렸던 룰라의 복귀로 인구 2억여 명, 국내총생산(GDP·2021년 2150조 원) 세계 12위의 경제대국 브라질뿐만 아니라 중남미 정치 지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30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 개표 결과 룰라 전 대통령은 50.7%를 득표해 자이르 보우소나루(67) 현 대통령을 1.4%포인트 차이로 근소하게 따돌렸다. 

한 달 전 치러진 브라질 대선에서도 룰라 전 대통령이 이겼지만 과반 득표자가 없어 결국 결선투표가 치러졌다.

앞선 대선 개표 결과 룰라 전 대통령은 득표율 48.4%로 보우소나루 대통령(43.2%)을 5.2%포인트 앞섰다. 

이번 대선은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 지지층이 막판에 결집을 하는 모양새였지만 승패까지 뒤집지는 못했다. 

실제 룰라 전 대통령은 대선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현 대통령을 넉넉하게 앞섰지만 막상 대선 개표함을 열어보니 5.2%포인트를 앞서는데 그쳤고, 이번 대선 결선투표에서는 그 격차가 1.4%포인트밖에 안 됐다. '샤이(shy) 보우소나루 지지층'이 막판까지 선전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지난 29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거리에 룰라 전 대통령과 보우소나루 대통령 얼굴을 각각 인쇄한 수건이 판매를 위해 걸려 있다. 가운데 칠판에 적힌 판매량 정보상 '룰라 수건'이 더 많이 팔렸다. 연합뉴스


룰라의 재집권으로 최근 남미에 불고 있는 2차 '핑크 타이드(pink tide)'에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찍게 됐다.

앞서 지난 6월에는 중남미의 대표적인 미(美) 우방국이자 보수 국가인 콜롬비아 대선에서 게릴라 출신인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이 당선돼 제2차 '핑크 타이드(pink tide)'에 힘을 더했다.

이미 멕시코,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 온두라스 등 남미 주요 국가들도 이미 좌파 진영이 당선된 상태다. 

'핑크 타이드(pink tide)'란 1990년대 말부터 10여년 간 남미 12개국 중 10개국에 좌파정권이 파도치듯 들어선 것을 가리킨다. 

2002년 브라질 룰라 대통령 당선에 이어 2004년 우루과이 대선에서 건국이래 처음으로 좌파연합의 타바레 바스케스가 승리하자 당시 이를 취재하던 뉴욕타임즈의 기자인 래리 로터가 새롭게 명명한 용어이다.

20세기 냉전 시대, 소련과 동구권 유럽을 비롯한 공산주의 국가들의 연합을 지칭했던 '레드 타이드(red tide)'와는 달리 남미에서는 극단적이지 않고 온전한 사회주의가 나타날 것이라는 뜻을 담아 '레드'보다는 붉은 기운이 덜한 '핑크'로 이름 붙여진 것이다. 

1990년대 말에 시작된 1차 '핑크 타이드(pink tide)'는 세계 원자재 가격의 급등을 기반으로 자원이 풍부한 남미에서 무상 의료, 무상 교육, 저가주택 공급 등의 정책을 펼쳤던 좌파의 승리로 귀결됐다.

30일 밤(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파울리스타 대로에서 시민들이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시우바(77)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기 위해 거리 행진을 하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1차 '핑크 타이드(pink tide)'의 서막을 열었던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가 2013년 사망하자 좌파 진영의 세가 급속히 위축됐지만, 최근에는 1차와는 결이 조금 다른 모습으로 2차 '핑크 타이드(pink tide)'가 현재진행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물가 폭등과 보건의료체계 붕괴로 취약계층이 더 큰 피해를 입게되자 보편적 복지를 확대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현 집권세력을 수렁으로 몰고 있다는 것이다.

열 살까지 글을 몰랐던 금속 노동자 출신의 룰라 전 대통령은 2번의 대선 패배 이후 2002년 대선에서 승리했으며, 2003년부터 2010년까지 8년 동안 집권했다. 

룰라는 퇴임 당시에도 87%에 달하는 높은 지지율을 얻었으나 2018년 대선 재출마를 저울질 하던 중에 부정부패 혐의로 징역형을 받으면서 출마가 좌절됐다. 하지만 지난 3월 대법원에서 기존 판결이 모두 무효가 되면서 대선에 다시 출마할 자격을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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