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라' 분명 들었다"... 이태원 참사 생존자가 밝힌 참혹한 그 순간

강윤주 2022. 10. 3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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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명(31일 오전 6시 기준)의 꽃다운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 사고 당시 좁은 골목길 행렬 뒤편에서 몇 명의 무리가 고의로 사람들을 밀며 압사 사고가 시작됐다는 생존자의 증언이 나왔다.

골목을 가득 채운 인파로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에서, 행렬 뒤편 몇몇 사람들이 고의로 아래쪽 사람들을 밀기 시작했고, 이들의 미는 힘에 떠밀린 아래쪽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나길 요구했지만 주변 노랫소리에 묻혀 사고 상황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채 강한 압박이 계속 이어지며 피해를 키웠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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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골목길에 갇혀 있다 극적으로 구조된 A씨 
통행 불가능한 상황에서 골목 뒤편 남녀 한 무리
"'밀어라' 외치기 시작, 압박 점점 강해졌다" 증언
31일 경찰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참사 현장 골목을 통제하고 있다. 뉴스1
"처음에는 네다섯 명의 남성과 여성분들이 '밀어라' 이런 말을 시작했어요. 그 이후 여러 명의 사람들이 그 말을 따라 하고 미는 압박이 더 강해지더라고요."
이태원 참사 생존자 A씨, 31일 CBS 라디오 인터뷰

154명(31일 오전 6시 기준)의 꽃다운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 사고 당시 좁은 골목길 행렬 뒤편에서 몇 명의 무리가 고의로 사람들을 밀며 압사 사고가 시작됐다는 생존자의 증언이 나왔다.

골목을 가득 채운 인파로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에서, 행렬 뒤편 몇몇 사람들이 고의로 아래쪽 사람들을 밀기 시작했고, 이들의 미는 힘에 떠밀린 아래쪽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나길 요구했지만 주변 노랫소리에 묻혀 사고 상황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채 강한 압박이 계속 이어지며 피해를 키웠다는 설명이다.

익명으로 인터뷰에 응한 생존자 A씨는 3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참혹했던 사고 순간을 전했다.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현장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연합뉴스

A씨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이태원 골목길은 저녁부터 몰리기 시작한 사람들로 인해 이미 9시 40분부터 오도가도 못할 정도로 통행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A씨는 "아예 통행이 불가능해지게 된 이후부터 뒤에서 밀고 앞에서는 넘어지면서 상황이 심각해졌다. 제 앞에 있는 몇몇 분들이 깔리기 시작했다"며 순식간에 덮친 사고 순간을 떠올렸다.

특히 A씨는 사람들이 떠밀려 쓰러지기 전, 골목길 행렬 뒤편에서 "밀어"라고 외치는 소리와 함께 강력한 압박이 가해지기 시작했다고 증언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압사 사고가 발생하기 전 골목 위쪽에 위치한 사람들이 '밀어'라는 구호와 함께 고의로 사람들을 밀었다는 목격담이 속속 올라왔었는데, A씨가 직접 전한 사고 전후 상황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A씨는 "처음에는 네다섯 명의 남성과 여성분들이 '밀어라'는 말을 시작, 그 이후 여러 명이 그 말을 따라 하고 미는 압박이 더 강해져서 결국 제 뒷부분까지 밀리게 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이후 사람들이 깔리기 시작한 아래쪽에서는 물러나라는 요구를 하며 "뒤로, 뒤로"를 외치기 시작했지만, 전달되지 않았다고 했다.

A씨는 "뒤쪽에 있는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밀어 밀어'를 외치는 상황인 데다 클럽에서 나오는 노랫소리가 너무 커 ('뒤로 뒤로'를 외치는 앞쪽 행렬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던 것 같다. 바로 옆 사람과는 대화가 됐지만 한 사람을 건너뛰면 대화가 힘들 정도이긴 했다"며 안타까운 당시 상황을 전했다.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 인근인 이태원역 1번출구 앞 희생자 추모공간에서 한 시민이 헌화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면서 "(넘어진 사람들이 지르는) 비명소리가 들렸지만 (골목 뒤편에서는) 사람들이 신나서 소리를 지르는 줄 알고 더 밀었던 것"이라고 참혹한 순간을 털어놨다.

30, 40분간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인파에 끼인 채로 버텼다는 A씨는 "저는 (행렬) 옆쪽에 있어 건물 벽 위쪽에 계신 분이 손을 뻗어 올라오라고 해 구출됐다"며 "넘어진 앞 사람을 구하려고 해봤지만, 다시 일으킬 틈이 너무 부족해 손을 쓰기가 많이 힘든 상황이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한편 A씨는 △가게들의 너무 큰 노랫소리로 인한 현장 의사소통의 불편함 △ 좁은 도로 특성상 사람이 몰리면서 시야가 좁아져 어떤 상황인지 빠르게 파악하지 못한 점 △뒤에서 앞으로 가기 위해 (아래쪽에 위치한 사람들을) 민 사람들이 참사를 키운 주요 원인인 것 같다고 나름의 분석을 내놨다. 또 많은 경찰 인력이 배치돼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한 저녁 무렵부터 도로 통제 등 정리에 나섰다면 참담한 비극은 막을 수 있었지 않겠냐며 정부와 지자체의 소극적 대응에 아쉬움을 표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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