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된 일상에도 먹먹…“자꾸만 울컥하더라”

2022. 10. 3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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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참사에 우울한 시민들
이틀 지났지만 출근길 직장인 표정 어두워
일부는 합동 분향소 멍한 표정으로 바라봐
“뉴스 보고 처음엔 꿈인줄 알아…안타깝다”
“서로 아픔나누고 마음속 상처 치유했으면…”
한 시민이 1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면서 눈물을 훔치고 있다. 박해묵 기자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이틀이 흐른 지난 10월 31일,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이지만 일상을 위해 직장과 학교로 나서는 시민의 모습은 먹먹해 보였다. 그들에게서 참사의 흔적과 아픔은 쉽게 읽혔다.

이날 오전 헤럴드경제가 만난 시민은 출근에 여념이 없었지만 안타까움을 애써 감추고 있었다. 참사가 일어났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인근에서 일하는 직장인에게 슬픔은 더 크게 다가왔다.

10월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 인근 상점에 희생자 애도기간 영업정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임세준 기자

사고 현장 인근으로 걸어서 출근하던 회사원 연모(60) 씨는 조화가 놓인 현장을 잠시 쳐다봤다. 발걸음을 옮기기 전 연씨는 “늘 익숙하게 지나다니는, 똑같은 출근길인데 오늘(31일)은 유달리 분위기가 무겁다”며 “너무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에 관련 기사를 제대로 읽지도 못했다. 인파가 몰릴 줄 알았다면 좀 더 세심하게 사고 예방을 했다면 어땠을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출근을 위해 용산구 이태원역으로 향하던 이태원동 거주민 고모(33·여) 씨도 역시 잠사 서서 조화를 바라보다 역사로 들어갔다. 고씨는 “29일 오후 10시가 채 안 됐을 때다. 집 앞이라 잠시 나와 보려다 사람이 너무 많아 나오지도 못하고 들어갔다. 사고 직전이었을 텐데 상황 파악이 어려울 정도였다”고 했다. 이어 “밤새 사이렌 소리를 들으면서 잤다. 하지만 사고 수습이 잘되고 있나 보다 생각했지, 이렇게 사망자가 많아질 거라고는 짐작하지도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10월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 인근 지하철 6호선 입구에서 시민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서울의 한복판인 세종대로사거리 인근에서 만난 시민도 이태원 인근 시민과 비슷한 심정을 표현했다. 특히 인근인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생긴 합동 분향소를 바라보는 시민의 모습은 더욱 먹먹해 보였다.

출근을 위해 종로구 광화문역 출구로 나오던 회사원 공모(38) 씨는 “지하철 속 사람들이 다들 말을 자제하는 등 표정이나 분위기가 차분하고 침착하고 무거워보였다. 나도 참사 당시 뉴스를 보다 눈물이 났다”며 “서로 아픔을 나누고 마음속 상처를 치유하는 한 주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출근하며 중구 서울광장에 합동 분향소가 차려지는 과정을 지켜보던 직장인 고지영(25·여) 씨는 “아직 분향소가 열리지 않아서 점심시간에 분향할 계획”이라며 “사실 실감이 나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 때도 같은 나이 또래고, 이번 참사도 같은 또래다 보니 그런 것 같다. 특히 이번 참사 장소는 전에 가보기도 했던 곳이라 더 마음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10월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 인근 상점에 희생자 애도기간 영업정지 안내문이 붙어 있는 가운데 지나는 시민이 안내문을 살펴보고 있다. 임세준 기자

조의를 표하기 위해 검은색 옷을 차려 입은 채 합동 분향소 주변에서 손을 모으고 묵념을 하던 곽영준(30) 씨는 “(참사를) TV로 보는데 울컥하더라. 사고 전날 이태원에 갔었다. 원래는 29일에 가기로 했는데 취소가 돼서 전날에 갔다. 그렇다 보니 마음이 더 복잡하다”고 했다. 이어 “친구 중에는 사고 현장에 있던 친구도 있고, 지인 중 한 명은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들었다. 퇴근 후에는 장례식에도 가볼 생각”이라며 아직 차려지지도 않은 분향소를 향해 연방 고개를 숙였다.

헤럴드경제가 만난 시민 모두는 ‘주말의 비극’을 화제로 올리며 함께 아파했다.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일터로 향하던 직장인 박모(46·여) 씨는 “일요일(30일) 새벽부터 자고 있는데 자꾸 카톡이 와서 뭔가 했는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 서둘러 뉴스를 보고 처음엔 꿈인 줄 알고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며 “정말 마음이 안타깝다”고 속상해했다.

10월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를 기리는 합동 분향소가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인근에 설치돼 시민이 분향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서울 은평구의 직장으로 간다는 회사원 정경선(32·여)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나기 전인 3년 전에 갔던 곳”이라면서 “가슴이 먹먹하다. 이게 21세기에 일어날 수 있는 사고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여 반문했다.

IT업체에서 일한다는 조유주(31·여) 씨도 “올해는 아니었지만 몇 년 전 핼러윈 때 이태원에 있었다. 당시에도 해밀턴호텔 인근은 원하는 방향으로 통행하기조차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며 “(사람이 많아) 자주 막히는 거리인데 미리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통행 제한 등이 없었다는 게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개인사업을 하는 한모(43·여) 씨는 출근 준비 중이었다면서 “너무 어이없고 슬픈 사고라 마음이 좋지 않다. 이런저런 생각에 2시간 가까이 뒤척이다 겨우 잠을 청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신상윤·박혜원·이영기·김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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